더 단크 타워 (The Dank Tower)128 더 단크 타워 챕터 3 - 14 누구에게나 연락이 끊긴 사람이 있다. 전화번호를 모르고 너무 멀리 떨어졌고 너무 오래전에 있었던 일인지라 찾을 수가 없다. 대부분은 얼굴조차 희미하다. 그러나 살다가 가끔씩 그들이 떠오른다. 그때 나와 첫 키스를 나눈 그 남자애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나와 눈사람을 만든 여자애는 어디에 있을까. 취한 나를 택시에 태워 집에 보내준 그 사람은 누구일까. 그들은 영원히 찾을 수 없는 신발 속에 낀 작은 돌멩이이다. 누구에게나 그런 사람이 있다. 자신의 머리가 조금씩 분홍색으로 변하는 것에 재미를 느끼는 소년이 있었다. 선생님에게 미운살이 박혔지만 그에게는 반론이 있었다. 의사 소견서를 통해 증명된 완벽하게 자연적인 분홍색 머리카락. 결국 그들은 암말 없이 소년을 흘겨보게 되었지만 소년은 그 사실 또한 일종의.. 2023. 1. 15. 더 단크 타워 챕터 3 - 13 카나리는 길을 외우려 하였다. 그는 어떠한 지식이나 공식, 머리 아파지는 것들은 외우기 어려워하였지만 단 하나. 무언가의 조형만큼은 쉽게 외울 수 있었다. 카나리는 자신이 가는 길을 눈에 새겼다. 직진. 갈림길에서 오른쪽. 왼쪽 틈새. 직진. 벽을 타? 어? 다… 다시 왼쪽. 오른쪽. 직진… 직진…하다가… 어어… "너희 뭐야. 지금까지 이 똥통에서 뭘 했던 거야?" 카나리는 결국 포기한 채로 말했다. 어차피 그에게 실타래가 있는 이상 언제든지 영안로에서 빠져나갈 수 있었고, 일이 틀어졌을 때 돌아갈 길을 외울 필요도 없었다. 애초에 처음 보는 똥통이었다. 돌아갈 길 따위 의미가 없었다. "리베로다." 모리 레이코가 말했다. "저게 이탈리아어로 자유라는 뜻이래!" 나이토 유즈루가 덧붙였다. "리베로? 뭐.. 2023. 1. 3. 더 단크 타워 챕터 3 - 12 순례의 서 라이너 마리아 릴케 내 눈빛을 지우십시오 나는 당신을 볼 수 있습니다 내 귀를 막으십시오 나는 당신을 들을 수 있습니다 발이 없어도 당신에게 갈 수 있고 입이 없어도 당신을 부를 수 있습니다 팔이 꺾여도 나는 당신을 내 심장으로 붙잡을 것입니다 내 심장을 멈춘다면 내 뇌수가 맥박 칠 것입니다 나의 뇌수를 불태운다면 나는 당신을 피 속에 싣고 갈 것입니다 토키와 아유키는 다음 책을 찾았다. 의미 있는 글이 나올 때까지 넘겨서 시 한 구절. 꽝이었다. 다음 책을 잡고 페이지를 뒤졌다. 다음 글이 나왔다. 일기 일기였다. 또 일기였다. 이번 일기는 또 무슨 내용이지? 이 일기들은 대체 누가 쓴 거지? 토키와는 도무지 알 수 없다는 느낌을 받으며 일기를 읽었다. 죽음은 언제나 끔찍하다. 이 세상의 물.. 2022. 12. 25. 더 단크 타워 챕터 3 - 11 일기 초고교급이 되는 기분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을까. 하루아침에 사람들이 나와는 전혀 다른 사람의 모습과 역량과 태도와 삶을 강요한다면,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누가 나와 같은 입장에 놓여 봤을까? 그런 이가 없다면, 나는 어디로 가야 할까? 누구에게 물어야 답을 알 수 있을까…? 그 일기를 누가 쓴 것인지는 모르지만, 토키와 아유키는 그에게 공감이 갔다. 그 또한 답을 알고 싶었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 그것을 제쳐둔 뒤 토키와는 다음 글을 읽기 시작했다. …전세계의 신화를 막론하고 진명은 매우 중요한 개념이다. 고대 이집트의 신들에게도 이는 마찬가지였다. 모든 이들-신과 인간을 막론하고-에게는 대외 상의 이름과 함께 가까운 이들밖에 모르는 진명이 있었다. 그리고 어떤 수단으로든 이 진명.. 2022. 11. 26. 더 단크 타워 챕터 3 - 10 더 단크 타워 챕터 3: "나는 누구인가?" "흠. 이거 괜찮은데." "내가 그랬잖아. 이거 맛있다고! 맛을 느껴 봐! 바삭한 크래커와 뜨겁게 녹아내리는 마시멜로에 누텔라가 모든 걸 부드럽고 달게 감싸 준다고." "그래… 은근히 단 맛이 나오는 것 같아…" 카이다 쿠로하는 알쏭달쏭한 수수께끼를 풀듯 눈알을 이리저리 굴렸다. 맛을 어떻게 하면 잘 느낄지 감을 잡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은근히 단 맛이 나온다니. 너 진짜 혀가 둔하구나? 매운 거라도 많이 먹었냐? 매운 걸 너무 많이 먹으면 혀의 신경계가 손상돼서 점점 맛을 느끼기 어려워진대." 주워들은 이야기라는 것은 덧붙이지 않았다. "매운 음식… 주면 먹지." 그야 통각은 맛이 아니기에 카이다 쿠로하 또한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카이.. 2022. 11. 9. 더 단크 타워 챕터 3 - 9 일기 내가 미워하는 사람들이 내 가족이라는 건 무척 끔찍한 일이다. 왜냐하면 가족이라는 끈은 누가 어떻게 해도 끊어낼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가족이 생기더라도 그 뿌리 자체는 사라지지 않는다. 단지 섬겨야 하는 부모님이라던가 그런 종류의 이야기가 아니다. 말 그대로 나는 가족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내 일부는 저 사람들일까. 나도 언젠가 저 사람들처럼 변모할까를 떠올리면 두려움에 벌벌 떨게 된다. 더 단크 타워 챕터 3: "나는 누구인가?" 하기와라 우시오는 실타래를 써 영안로 밖으로 나갔다. 그 가능성밖에 없었다. 그가 시련을 일찍 완료하였다고 한들 '동행'하는 이상. 그는 먼저 나아갈 수 없었다. 하기와라 우시오는 두려움의 형체를 마주하자마자 도망친 것이었다. "오… .. 2022. 10. 23. 더 단크 타워 챕터 3 - 8 일기 그 사람은 예술가였다. 진짜 예술가라는 이름에 걸맞은 사람이었다. 나는 가족인 그 사람의 그림자를 따른다. 그 사람의 행위는 내 귀감이었고, 내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그 사람의 예술은 내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들었다. 그녀는 정말로 정말로 드물고 대단한 사람이었다. 주머니 속에서 드러나는 송곳 같은 사람이었다. 그러나 내가 그녀의 이름을 썼으니. 그 사람은 언젠가 잊힐 것이다. 그녀는 내게 흡수될 것이다. 동화될 것이다. 그럼으로써 언젠가 영영 잊힐 것이다. 사람들은 그녀의 이름으로 나를 기억하리라. 너무 잔혹한 일이다. 그녀는 죽어서도 눈을 감지 못하리라. 나를 원망하리라. 바로 내가 그렇게 만들었지. Mea Culpa Mea Culpa Mea Maxima Culpa 더 단크 타워 챕터 3: <.. 2022. 10. 1. 더 단크 타워 챕터 3 - 7 더 단크 타워 챕터 3: "나는 누구인가?" "아 또 이 새끼야." 하기와라 우시오는 금색, 회색과 회갈색의 문을 보자마자 한숨을 내쉬었다. "해변에서 봤던… 문 같아." "문 같은 게 아니라 문이야! 이걸 봐! 또 이 짓을 시키려고 한다니까! 지져스 크라이스트. 우린 이걸 또 당해줘야 해?!" "그래. 익숙하겠지? 사람을 살릴 수 있는 문이다." 느낌이 좋지 않았다. 이번에도 또한 사람의 부활 여부를 미끼로 사람을 홀리려는 수작질에 불과했다. 또. 고인을 욕보이려는 심사가 뻔했다. 이번에도 또한 죽은 이들을 시련의 문 속에서 마주한다면, 시련 속 그들은 무슨 형상을 하고 있을 것인가? 현실 세계의 미도리카와 아쿠토는 카이다 쿠로하, 야가미 토가와 함께 초고교론자들에게 협력하고 있었다... 2022. 9. 11. 더 단크 타워 챕터 3 - 6 나는 기억을 묶는 법에 대해 알고 있다. 조율자에 대적하기 위해 고안된 기술이다. 정신이 외부의 자극에 의해 침략당할 경우 저항하기 위한 기술. 누군가가 내 머릿속에서 가져가고 싶은 게 있다면 숨기고, 그 안을 거닐겠다면 미로를 만드는 기술이다. 카텟 기관의 중요 인사들 또한 그것을 습득했다. 자기 암시와 의식 동작 절차의 응용으로, 적절하게 사용한다면 잊고 싶은 기억을 잊어버릴 수도 있다. 그러나 의식적으로 기억을 삭제하는 건 불가능하며, 애초에 그런 의도로 사용하는 게 아니다. 결자해지라는 말이 있듯이 언젠가 기억은 풀려야만 한다. 특정한 단어를 말하거나 떠올리는 것을 계기로 기억이 돌아오게끔 해야 한다. 암호를 만들어 두는 것이다. 기억을 잃은 나는 분명 이 공백을 눈치채겠지만, 어떻게 묶인 기억을.. 2022. 8. 28. 이전 1 2 3 4 5 6 7 8 ··· 1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