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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단크 타워 (The Dank Tower)125

더 단크 타워 챕터 4 - 10 더 단크 타워챕터 4: "감시자는 누가 감시하는가?"    제츠보: 이제 나는 다시 카이다 감시하러 돌아갈게. 제츠보는 캐롤이 어느 정도 안정된 모습을 보이자마자 바삐 계단을 올랐다.  캐롤은 이 시점에서 수치심과 죄책감 때문에 이를 꽉 깨물었다. 멋쩍게 자신의 머리를 긁적이는 것은 가벼운 수치고, 자신의 머리를 부여잡고서 바닥을 내려다보는 것은 가벼운 죄책감이다. 그런데 그 둘이 두 배로 더해진 뒤 서로 곱해지면 그것은 어떻게 받아들일 방도가 없는, 그저 견뎌야만 하는 고난에 더 가까워진다. 이 많은 사람들이! 이 많은 사람들이 그녀 때문에 왔다!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에게 관대한 사람이라면 그 사실에 약간의 만족감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마치 열병에 걸린 그녀에게 다른 이들이 한달음에 달려와 쾌유를 바라.. 2024. 10. 7.
더 단크 타워 챕터 4 - 9 왜 이 자식까지 건드리냐고? 마음에 안 드니까. 자기 분수에 맞게 살아야지. 넌 못 벗어나. 쓰레기 인생에서 못 벗어난다고. 내가 그렇게 만들 거야. 쓰레기들한테 무슨 우정이고 친구야? 정말 마음에 안 들어. 역겹다고. 뭐가 그렇게 분한데? 뭐가 그렇게 억울해? 정말 새 출발을 할 수 있다고 믿었던 것처럼. 쓰레기 인생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는 것처럼 왜 실망하냐고. 쓰레기통 안에서도 장미는 피어난다. 뭐 이런 거야? 도무지 못 봐주겠네. 아득바득 밝은 미래를 꿈꾸면서 기어올라오는 게...   더 단크 타워챕터 4: "감시자는 누가 감시하는가?"  제츠보: 여보세요? 응. 어. 안타깝네… 자고 있어. 응. 말해도 돼. 카이다 쿠로하: 크어… 커거걱… 제츠보: 뭐라고? 거짓말이라고 하지 그랬어? 아니지. 바.. 2024. 8. 27.
더 단크 타워 챕터 4 - 8 자신이 의지하고 소중히 여기는 사람에게 수갑을 채우는 것은 무슨 의미를 가지는가? 캐롤 브라이트 본인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름 없는 남자를 향한 응보이다. 그리고 한 번 배신한 사람을 믿어보기 위한 시험이기도 했다. 만약 그가 여전히 캐롤 브라이트를 소중히 여긴다면, 남이 보는 앞에서 수갑에 묶이는 수모를 겪고도 그 처벌을 받아들일 것이라는 시험. 캐롤 브라이트는 그에게 수갑을 채우면서 부디 그가 화를 내지 않기를 바랐을 것이다. 어쩌면 이것이 이름 없는 남자의 마지막 시련이 아닐지도 몰랐다. 과연 그가 이것보다 나를 사랑할까. 이것도 받아들일 수 있을까. 이 다음에는, 이 다음은? 이런 종류의 시험에는 끝이 없다. 얼마나 사랑하는지에 대한 시험이란 시험을 받는 이가 거부할 때까지 계속될 터. 그런 관계.. 2024. 8. 12.
더 단크 타워 챕터 4 - 7 더 단크 타워챕터 4: "감시자는 누가 감시하는가?"    제츠보: …으아. 저게 뭐야…?  나나시: 안녕. 인공지능…?  카이다 쿠로하: 엣! 큽! 크하하하하하학! 저 새끼 좀 봐! 우리 언니한테 꽉 잡혔잖아! 인공지능은 나에게 질린 듯한 표정을 지었고, 카이다는 속이 시원하다는 듯이 머리를 젖히고 웃어댔다. 어느 정도는 예상한 대로의 반응이었다. 수갑을 채우고서 걸어다니는 게 흔한 일은 아니지, 아무래도…  캐롤 브라이트: 낯뜨거운 모습을 보여드려서 죄송해요. 제츠보 씨. 그렇지만 냉장고에 한 번 묶여 있었던 몸인지라 갚아주고 싶었어요. 치나미 기분도 좀 낫게 해주고요.  제츠보: 바보같네… 해야 할 일을 할 뿐이라며 비장하게 나올 때는 언제고. 수갑에 묶여서 쫄래쫄래 따라오다니… 이거 괜찮기는 한 .. 2024. 7. 29.
더 단크 타워 챕터 4 - 6 카이다 쿠로하: 그냥… 무서워.  나나시: 무섭다고? 네가? 카이다가 본인 입으로 그런 말을 할 줄은 몰랐다. 카이다가 털어놓았던 내용대로 카이다는 자신보다 캐롤 씨에게 어울리는 동생이 나타나는 것을 경계했다. 그것은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카이다가 그 사안에 대한 감정은 '공포'라 표현한 것은 놀랄 만한 일이었다. 카이다는 자신이 무서워하는 것이 있다는 사실 자체를 시인하지 않을 사람이기 때문이다.   영안로 안에서 기억이 잘리기 직전인 카이다도 살려달라는 이야기는 할지언정. 무섭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그런 카이다가, 캐롤 씨에게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것은 무서워서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제츠보: 그런 말은 처음 듣네. 뭐가 그렇게 무서운데? 캐롤한테서 멀어지는 거?  카이다 쿠로하: 멀.. 2024. 7. 16.
더 단크 타워 챕터 4 - 5 나나시와 마유즈미가 카이다에게 있어 어떻게 다른지를 짚고 넘어가지 않으면 안 된다. 카이다는 영안로에서 나온 이래 나나시에게 상당한 관용을 베풀었다. 물론 나나시를 매도하고 죽이겠다며 길길이 날뛰기는 했지만 그녀는 나나시가 아닌 다른 모든 이들에게 그렇게 했고, 그 적의는 나나시가 자신의 언니를 노리는 색욕의 마수라는 전제 하에 타오르는 것이었다. 오해가 풀리자 카이다는 나나시를 내버려 두었다. 왜? 캐롤에게 나나시가 소중하기 때문이다. 이 소중함과 그 소중함은 달랐다. 그리고 이 소중함을 받고 있는 카이다에게 있어 그 소중함이란 이해가 되지 않는 개념일 뿐. 그리 끔찍한 것만은 아니었다. 애정을 파이라고 친다면 두 사람은 같은 파이를 나누어 먹고 있는 게 아니었다. 때문에 카이다는 그녀에게 있어 유일무.. 2024. 6. 24.
더 단크 타워 챕터 4 - 4 더 단크 타워챕터 4: "감시자는 누가 감시하는가?"   캐롤은 예상외의 피로를 느꼈다. 내심 그녀는 마유즈미의 자아를 표면으로 끌어오는 것이 쉬우리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녀 스스로도 자신이 가진 샤이닝이 얼마나 강한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과거의 일은 과거일 뿐이라 그녀는 생각했지만, 그렇게 넘길 수가 없었다. 막상 마주치자 그녀는 자신의 가슴에 쌓여 있던 말을 토해냈다. 차마 무서워서 물어보지 못했던 것들, 물어보고 싶었던 것들. 해야 했던 말들을. 그 과정에서 캐롤은 자신의 잊고 싶었던 기억을 떠올려야만 했다. 골든 프롬. 그녀가 자신의 위험성을 깨닫게 된 계기. 의도하지 않았던 재앙. 그 일은 다시 떠올리기만 해도 그녀를 당시의 상황에 돌려놓는 것 같았다. 모든 비웃음. 그리고 배신당한 기분.. 2024. 5. 9.
더 단크 타워 챕터 4 - 3 더 단크 타워챕터 4: "감시자는 누가 감시하는가?"   카이다 쿠로하는 제츠보를 부담스럽게 노려보았다. 단지 부담스러울 정도가 아니라 보통의 사람들이었다면 살인 예고로 받아들였을 눈빛이었지만 제츠보는 개의치 않았다. 어차피 카이다는 제츠보를 죽일 수 없었고, 꼴에 싫은 티 팍팍 내는 것이 구경하기에 재밌기도 했다. 제츠보가 홍차 잔에 입을 대자마자 카이다는 핀잔을 던졌다.  카이다 쿠로하: 야. 그만 마셔! 어차피 맛도 못 느끼는 주제에!  제츠보: 너도 맛은 못 느끼잖아. 카이다.  카이다 쿠로하: 너는 향도 못 느끼잖아! 대체 왜 쳐 마시고 있는데. 아 홍차 아깝다고! 그만 마셔!  캐롤 브라이트: 마음껏 마시세요. 제츠보 씨.  카이다 쿠로하: 뭐?! 야. 언니! 이럴 땐 내 편을 들어줘야지! 제.. 2024. 3. 13.
더 단크 타워 챕터 4 - 2 캐롤 브라이트: 이야기는 한 고아원에서 시작돼요. 캐롤 브라이트: 케이치라는 꼬마가 기억나네요. 제 머리카락을 자주 잡아당겼어요. 꼬마가 잡아당기니까 별로 안 아플거라 생각하실지도 모르지만, 이게 정말 아팠어요. 다시 떠올리기가 싫을 정도로 아파요. 어린이들은 자비가 없거든요. 재밌자고 하는 일을 적당히 하지는 않죠. 캐롤 브라이트: 저는 머리를 잡아당겨지는 일이 세상에서 제일 싫었어요. 그래서 케이치와 늘 싸워댔죠. 그런데 이 꼬마는 제가 화를 내면 낼수록 더 까르르 웃으면서 도망치고는, 제가 책을 읽거나 청소를 하고 있을 때 제 뒤를 잡고 또 머리를 한 움큼 쥐어잡는 거죠. 저는 또 비명을 지르고. 화를 내면 또 선생이라는 사람들한테 혼나고. 종아리를 맞는 거에요. 저는 잘못한 거 하나 없는데. 캐롤.. 2024. 2.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