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단크 타워 (The Dank Tower)128 더 단크 타워 챕터 3 - 22+10 눈먼 여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 (중략) 눈먼 여인 : 아침은 이미 오래 전에 나의 두 손아귀에 들어 있었지요. 어두운 얼굴에서 잠이 나를 향해 무겁게 떨어질 때면, 나는 어머니를 깨웠어요. 어머니에게 이렇게 외쳤어요 : "어머니, 이리 오세요! 불 좀 켜주세요!" 그리고 귀기울였어요. 오랫동안 아무 소리도 없었어요. 나의 베개가 돌처럼 굳어가는 것을 느꼈어요,― 그러면 나는 무언가 희부옇게 빛나는 것을 보는 듯했어요. 그것은 어머니의 고통스런 울음이었어요. 이제 더 이상 생각하고 싶지 않은 울음이지요. 불 좀 켜주세요! 불 좀! 나는 꿈속에서 외치곤 했어요 : 공간이 무너졌어요. 내 얼굴과 가슴에서 이 공간 좀 치워주세요. 어머니. 공간을 들어올리세요, 높이 들어올리세요. 공간을 다시 별들에게 돌려주세요.. 2023. 10. 2. 더 단크 타워 챕터 3 - 22+9 언제나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다시는 가족을 보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 언제 살해당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은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 커져만 갔다. 분명 모든 일이 잘 돌아가고 있었는데 총을 가진 이들이 전용실 하나가 끝장났다. 한 위기가 끝났다 했더니 인질극이 발생하고 전용실이 하나 불에 탄다. 잠깐 졸았더니 사람이 죽었다. 나는 충분하지 않아. 그 생각은 나를 괴롭혀 왔다. 정확히 무엇을 채워야 하는지 모르는 그릇이 텅 비어 있었다. 내가 그것을 든 채 안절부절못하는 동안 다른 이들은 어디에선가 색색별로 다채롭고 향기로운 음료를 가져와 마시고 있었다. 나는 항상 궁금했다. 대체 그게 어떤 맛일까? 그것들이 어떻게 혀 위에서 노래하고, 목 안으로 미끄러지며, 배 안을 끓여댈까? 탑 안에.. 2023. 9. 24. 더 단크 타워 챕터 3 - 22+8 하기와라 우시오: 귀신이다… 이딴 헛소리를 할 때는 아닌 것 같은데. 정말 오후 7시 40분이 맞아? 카나리 케이토: 내가 똑똑히 기억해. 그 시간이 맞아… 어딘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기억해 뒀어. 토키와 아유키: 거짓말이야. 토키와 아유키는 카나리 케이토에게 언탄을 쏘았다. 카나리 케이토는 아주 작은 조약돌은 맞은 듯 미간을 약간 찌푸렸다. 카나리 케이토: 거짓말 아니야. 토키와 아유키: 네 다이얼로그의 시간 표시 기능은 작동하지 않을 텐데. 어떻게 그 당시의 시간을 알았다는 거야? 하기와라가 보여줬어. 영안로에 다녀온 사람은 안과 밖의 시차 탓에 다이얼로그의 기능이 고장 나는 것 같더군. 토키와 아유키는 또 자신의 과녁에 또한 언탄을 쏘았다. 탑의 표준시. 토키와 아유키: 킬로그에 표시되는 시간.. 2023. 9. 16. 더 단크 타워 챕터 3 - 22+7 어느 순간부터는 춥지 않았다. 나는 피투성이가 된 채로 걸었다. 어디로 가는지는 알 수 없었다. 내가 가야 하는 곳이 있다고 생각했다. 잔디가 내 발밑에서 사그락거렸다. 이윽고 도착한 곳에는 말라비틀어진 밤나무 한 그루가 있었다. 잔디와 밤나무 말고 주변에는 어떤 풍경도 없었다. 열 걸음 너머로는 전부 백색이었다. 나는 내가 어디서 왔는지도, 어디로 가는지도 몰랐다. 다만 그 안에는 마법이 가득한 듯한 느낌이 들었다. 밤나무의 밑에는 한 사람만이 앉아 있었다. "…벌써 온 거냐." "모리." 모리는 여전히. 한심하다는 듯이 나를 흘겨보고 있었다. 부끄러움을 느끼지는 않았다. 그런 사사로운 것을 느끼기에는 너무 멀리 왔다. 나는 풀썩 그녀의 곁에 주저앉았다. 더 걸을 힘도 없었다. 나는 내 몸이 앞으로 기.. 2023. 9. 10. 더 단크 타워 챕터 3 - 22+6 세 번째 학급재판장의 배경은 폐허였다. 정확히는 대몰락 이후의 도시를 배경으로 했다. 내가 알고 있는 전경. 보고서로 읽었고 파견을 나가 본 장소. 그곳은 러드였다. 나는 어딘가 아득한 곳에서부터 울리는 소리를 들었다. 기차의 경적. 러드 하면 떠오르는 기차가 있었다. 블레인. 웅웅 울리는 그 경적이란 곧 블레인이 울부짖는 소리였다. 카텟 기관에서 열람한 보고서에 의하면 블레인은 죽기 전 한동안 조금도 쉬지 않고 비명을 질렀다고 했다. 그리고 탈선해 자살했다. "곧 끝나요. 기다리세요. 블레인 목소리 한 번 들어봐요. 도무지 그 설계 의도 대단한 열차라고 느껴지지 않잖아요? 아. 재밌어… 예전에 들었던 절규와 소름 돋을만치 똑같네." 어떻게 패트리샤가 그 말을 들을 수 있었으며, 패트리샤는 왜 이 살인 .. 2023. 9. 3. 더 단크 타워 챕터 3 - 22+5 욕조의 색을 살폈다. 피의 착색 정도가 미묘했다. 나는 약간 고인 피의 웅덩이에 손을 대 온도를 확인했다. 혈액은 묘하게 차가웠다. 기분 탓이 아니었다. 살해된 지 몇 시간도 지나지 않은 혈액 치고는 상당히 온도가 낮았다. 나는 사건 현장에서 어딘가 부자연스러움을 느꼈다. 나는 이윽고 손바닥에 피를 묻히고 나의 손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아주 작은. 하지만 응고된 혈액의 덩어리들이 혈액의 안에 둥둥 떠 있었다. 생각도 할 수 없을 정도의 고지혈증 환자가 아닌 이상 그런 덩어리들은 존재할 수조차 없었다. 피웅덩이의 온도를 기억했다. 그 다음으로 나는 칸나즈키 시노부의 목구멍에 들어갈 만한 물체를 찾고자 했다. 검정이 어떤 의도로 했든 간에 무언가가 칸나즈키 시노부의 잘린 목 안에 들어갔음은 명백했다. 그러.. 2023. 8. 27. 더 단크 타워 챕터 3 - 22+4 안 돼. "네가 나를 잊어도… 내가 알아볼게." 안 돼. 안 돼. 안 돼. "어떡해. 히무로. 너 정말… 어떡해… 안 됐어. 너무 안 됐어…" "이제 울어. 히무로." "울어도 돼. 정말이야. 엉엉 울어도 돼." "그러니까… 어디까지나 같이 가 줄 거야." "…다 줘." 그러지 마. 마유즈미. 제발 그러지 마. 나는 견딜 수 없어. 내가 이런 일을 견딜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 거야? 나는 못해. 마유즈미. 이것만큼은 그럴 수가 없어. 너는 네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잖아. "내가 더 걱정한다니까!" "그… 근거는… 네가 잘생겼으니까. 네 좋은 점을 잔뜩 알고 있으니까." "사심이 있어서 걱정이 된다고 하면… 그런 건 사소할 뿐이라고 할 거야?" "기다려 줘?" 네가 나에게 있어 얼마나 소중한지 너는 몰라. 너.. 2023. 8. 17. 더 단크 타워 챕터 3 - 22+3 "야가미. 야가미! 야. 너 왜 이래!" 야가미의 몸이 바닥에 쿵 하고 떨어졌다. 코가 박살 나지 않았을까 싶을만치 큰 충격이었다. 엎어진 야가미를 똑바로 눕히는 데에는 나와 토키와가 무진장 애를 써여만 했다. 토키와는 자기 머리를 부여잡은 채 고개를 저었다. "야가미가 갑자기… 갑자기 왜 이러는 거지? 이건 마치…" "커피!" 나는 바닥에 줄줄줄 흘러내리는 커피. 그리고 그걸 담고 있던 텀블러를 주워 똑바로 세워 놓았다. 안에는 커피가 조금밖에 남지 않았다. 나는 텀블러를 세우느라 내 손에 묻은 커피를 탈탈탈 털어냈다. 왜냐하면… "독이다. 커피에 독이 있어! 저거 마시지 마! 그리고…" 그리고 시시각각 죽어가는 야가미를 보며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무슨 독을 먹었는지는 몰라도 이미 .. 2023. 8. 11. 더 단크 타워 챕터 3 - 22+2 아른거리는 미녀. 정신을 빼놓는 그 형체여. 나의 아브락사스. 나는 그것을 향해 날아가는 새였다. 보고 싶고 만지고 싶다며 목줄을 단 채 그르렁대는 들개들. 나 자신이 바라보아도 저열한 생각들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무럭무럭 자라났다. 억누를 생각조차 별반 들지 않았다. 입을 벌렸다면 침이 흘러내렸을 것이다. 기어코는 멍하니 그런 상념들에 잠겨 추적추적 걸어가게 되었다. 나는 광인이자 긍지 모르는 자였다. 수치조차 가지지 않았다. 그저 한 없이 원했다. 썩어빠진 생각을 가졌다. 단순한 번식 본능을 뒤로하고 발전하고자 함이 사람의 성질이라면 나는 정확히 그 반대 방향으로 갔다. 나는 원숭이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저 본능에 충실해지는 것이 퇴화냐고 누군가가 반론한다면. 바로 그랬다. 여러 방향의 사유가 가능하.. 2023. 8. 1. 이전 1 2 3 4 5 6 ··· 1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