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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단크 타워 (The Dank Tower)/챕터 2

더 단크 타워 챕터 2 - 3

by 도타싫어! 2021. 2. 19.

나는 휴게실에 진입해 반대편의 문을 열었다. 그러자 엘리베이터를 둘러싼 기둥과 계단이 눈에 들어왔다.

 

유즈미 나데시코: 와. 이거 진짜 별천지다. 휴게실 안쪽에 이렇게 넓은 공간이 나오다니!

 

키와 아유키: 이상한데…? 창문이 있어. 지하에 왜 창문이

 

그 곳이 새로 개방된 6층임을 곧바로 깨달았다. 창문. 엘리베이터. 계단은 이 곳이 탑의 층 중 하나임을 의미했다. 내가 본 적이 없는 층이었기에 6층인지 의심했고 나나시가 쓰러지려는 듯이 휘청이며 캐롤이 그를 붙잡고 있었기에 6층임을 확신했다.

 

무로 시라베: 나나시.

 

나시: 으윽

 

23T5U130: 무슨 일이야?!

 

23T의 음성이 크게 흔들렸다. 23T는 빠르게 발걸음을 내딛더니 그를 부축하고 있는 캐롤을 보자마자 다리를 멈추었다.

 

23T5U130: 캐롤

 

키와 아유키: 캐롤 씨? 왜 나나시가

 

유즈미 나데시코: 나나시! 괜찮아?! 야가미가 쓰러뜨렸나 봐. 그 경을 칠 놈 같으니!

 

무로 시라베: 야가미가 아니야. 외상이 없잖아. 다른 누군가야.

 

나나시의 주변엔 한 사람밖에 없었다. 캐롤 브라이트. 정황상 나나시와 단 둘이 남겨진 그녀뿐이었다.

 

누가 그 모습을 보고 오해하지 않을 수 있을까. 나조차도 종합적인 상황을 고려하기 전까지는 캐롤이 나나시에게 강제적인 터치를 시도한 것이라 판단했는데.

 

기와라 우시오: 딱 보니까 각이 나오네. 드디어 캐롤이 나나시한테 손을 댔나 봐! 말 그대로!

 

롤 브라이트: 네? 그게 무슨

 

리 레이코: 터치를 받은 이가 쓰러지는 광경. 저런 것을 어디선가 본 적이 있지. 강제적인 터치. 아닌가?

 

롤 브라이트: 사고였어요. 나나시 씨가 저를 말리시려다가 손이 맞닿았을 뿐이에요. 정말 잠깐이었는데

 

리 레이코: 그건 알 수 없다. 이름 없는 남자는 강제적인 터치로 인해 지배당했을 테니 그에게 물어봐도 네게 유리한 대답이 돌아오겠지.

 

나시: 아니야… 그런 게 아니야.

 

나나시가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리 레이코: 봐. 그렇지?

 

무로 시라베: 그렇지만 캐롤이 지금 나나시에게 터치를 사용한다고 해서 이룰 수 있는 일은 없어.

 

유즈미 나데시코: 맞아. 야가미가 이 쪽으로 도망쳤는데 갑자기 왜 나나시에게 터치를 쓰셨겠어?

 

리 레이코: 그렇지. 꼭 한 마디를 거드셔야지 안 그러고 배길까.

 

나시: 정말 사고였어. 야가미가 도망치는 걸 캐롤 씨가 쫓으려다가 이렇게 된 거야… 내려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았어. 야가미를 잡아야 해.

 

루미나미 나몬: 이미 늦은 것 같소만.

 

어느샌가 창문가에 서 있는 후루미나미가 창 밖을 가리켰다.

 

밑을 내려다보니 작게 야가미가 보였다. 그는 추적이 따라오지 않음을 눈치챈 듯이 속도를 서서히 줄이고 있었다.

 

루미나미 나몬: 여기를 통해서 도망쳤다는 건. 모노로그 씨에게서 휴게실과 6층이 이어져있다는 귀띔을 들은 거겠지요?

 

무로 시라베: 그럴 거야. 왜 카지노에 모습을 드러냈는지는 여전히 알 수 없지만

 

리 레이코: 그렇다면 지금 집중해야 할 문제는 하나뿐이라는 이야기군. 놓친 유해조수에 연연하지 마라. 눈앞에 큰 위협이 있다.

 

나시: 그런 게 아니라니까. 내 말 좀 들어!

 

23T5U130: 캐롤. 일단 나나시를 이 쪽으로 보내.

 

롤 브라이트: …마치 저는 함께 가서는 안 된다는 투네요.

 

이토 유즈루: 캐롤. 잠깐만 침착하자. 댁이 그럴 사람 아니란 건 우리가 다 알아. 모르는 게 이상한 거야! 그렇지만

 

롤 브라이트: 모르시잖아요. 거짓말뿐이야. 전부… 제 말은 듣지도 않잖아요. 내가 잠재적인 위협으로밖에 안 보이죠. 다들?

 

캐롤이 나이토의 말을 끊었다. 고개를 살짝 숙인 그녀의 미간에 힘이 들어갔다. 노골적인 불쾌함의 표시.

 

리 레이코: 상담가의 폭주를 경계한 내 말대로 되었군. 안 그런가?

 

롤 브라이트: 상담사예요. 상담가가 아니라…! 당신 입장에서는 별로 신경을 쓰지도 않으니 상담가든 상담사든 상관이 없었겠지만. 저에게는 중요하다고요.

 

나즈키 시노부: 역시 성질이 불 같구나.

 

키와 아유키: 아… 정말 미치겠네.

 

토키와에게 전적으로 동감이었다.

 

 

 

 

 

 

 

내 목에 누군가가 칼을 들이댄 듯이 점점 정신이 명확하게 돌아왔다. 캐롤 씨. 그리고 그녀 곁의 나를 바라보는 이들은 아무 말 없이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중에서 누군가가 총을 뽑기라도 할 것처럼 모두가 긴장하고 있었다.

 

정말 단순한 사고였다. 내가 캐롤 씨의 손을 잡았다. 그러나 나는 터치를 원하고 있지 않았기에 충격을 받았다. 그게 다인데 작은 오해가 큰 갈등을 만들어내려 하고 있었다.

 

나는 그들의 눈을 다시 보았다. 다들 많이 불안에 빠져 있었다. 많이 예민해져 있었다. 야가미가 소란을 일으켰으나 그를 잡지 못했기에. 그를 향해야 했을 두려움은 캐롤 씨를 향했다.

 

먼 그림에서 보면 단순히 오해에 불과한 사건조차 과장되어 받아들여졌다. 캐롤 씨의 야가미를 향한 멸시도 혼란을 타고 그녀를 몰아세우는 이들에게로 흘러들어 갔다.

 

어떻게 이 사람들을 설득시켜야 할까 생각하다가 이런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다들 지금 이게 뭐 하는 짓이지…?

 

나시: 다들… 지금 여기서 왜 이러고 있는 거야?

 

나는 나 또한 불안하고 예민함에 빠져 있었다는 것을. 그렇게 물은 뒤에야 눈치챘다.

 

나시: 지금 여기서 캐롤 씨랑 나 붙들고 있어서 이루어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잖아. 무슨 시간 낭비야 이게…? 야가미를 놓쳤다고 해서 계속 우리끼리 싸워도 된다는 거야?

 

화를 내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내 가슴께에는 서늘한 느낌이 감돌았다. 혈액이 순환되며 몸이 뜨거워지지도 몸에 땀이 나지도 않았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정말 이해가 되지 않아. 나는 어지러움 속에서 짜증을 토해냈다.

 

다행히 모리가 날 죽일 듯이 혼내기 직전 토키와가 상황을 정리했다.

 

키와 아유키: 캐롤 씨. 휴게실로 들어오세요. 조사한 내용을 정리하죠.

 

리 레이코: 리더. 사사로운 감정에 휘둘려선 안 된다. 지금은

 

키와 아유키: 날 리더라 부를 거면 내 결정에 일일이 토를 달지 마.

 

토키와 또한 긴장하고 있기로는 마찬가지로 보였다.

 

기와라 우시오: 뿌뿌뿌뿌. 토카콜라 미쳤다! 할 말이 없죠? 화가 나죠?

 

리 레이코: 입 닥쳐라. 코미디언.

 

캐롤 씨가 깊게 숨을 쉬더니 토키와와 일행들에게 서서히 다가갔다.

 

롤 브라이트: 죄송해요. 제가 지금… 경황이 없어요.

 

무로 시라베: 우리 모두 같아.

 

루미나미 나몬: 다들 스트레스가 많이 쌓여서 그래. 많이 힘들면 잠깐 카지노에 다녀오는 것도 추천해. 정말로! 모노로그가 무슨 생각인지는 몰라도 이 시스템 덕분에 스트레스 해소는 확실히 될 거야!

 

나시: 카지노?

 

 

 

 

 

나시: 6층과 지하 1층이 휴게실을 경유하며 만나고 있다니

 

무로 시라베: 야가미는 이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겠지. 왜 카지노에서 여유를 부렸는지는 모르지만 도주 경로를 보면 결코 우연이 아니야.

 

우리는 각자 알게 된 내용을 휴게실에서 공유했다.

 

카지노. 크레딧 제도. 자판기. 모니터실. 해변.

 

루미나미 나몬: 여기에 있는 문은 말 그대로 이상한 문이야. 그냥 잠겨 있는 커다란 문이라서 아무도 신경을 안 썼겠지만. 어쩐지 느낌이 안 좋아. 저런 것들은 무조건 큰 수수께끼를 가지고 있는 거 알지?

 

키와 아유키: 그것 말고 특이사항은?

 

나시: 나. 너희가 지하로 내려갔을 때 캐롤 씨가 모니터에서 카이다의 모습을 본 것 같다고 말했어.

 

롤 브라이트: 잘못 본 것 같지만요.

 

모리가 캐롤 씨를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자 캐롤 씨 또한 표정에 힘이 들어가셨다.

 

우선 크레딧의 소비는 각자의 재량에 맡긴다는 토키와의 선언을 뒤로 우리는 해산했다. 그러나 내 손 안에는 아직도 터치로 인한 찌릿함이 환상처럼 남아 있었다.

 

나는 터치를 원하지 않고 있었다. 캐롤 씨는 어떨지 몰라도 나는 분명 그랬다. 그 사실만큼은 아무리 변명하려고 해도 소용이 없었다.

 

터치가 사람을 지배한다는 야가미의 말을 믿어버린 건가…? 나는 분명 그 가설을 받아들이지 않은 줄 알았다. 당시에는 그랬다. 하지만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더라도 내 곤충 같은 몸에 묻은 아주 조금의 포자는. 어느새 동충하초로 자라나 내 안을 가득 채웠다.

 

나시: 어떻게 하지

 

난 캐롤 씨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것인지. 그녀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가장 잘 알아야 할 사람이 나였지만 정작 그것을 모르는 것 또한 나였다. 알려하고 있지 않았다.

 

나는 자포자기를 하는 느낌으로 시간을 때우기 위해 도박 기기 앞에 앉아 보기도 하고, 자판기에서 물품을 하나 뽑아 보기도 했다.

 

자판기 앞에는 후루미나미가 있었다. 그녀는 커다란 가방을 가지고 와 자판기를 여러 번 돌린 뒤 나온 물품을 어디론가 가져갔다. 크레딧 사정이 넉넉한 것으로 보였다.

 

나시: 나도 조금 넉넉하긴 하지만

 

고민으로 가득 찬 채 투입구에서 물건이 떨어졌다.

 

나시: 어?

 

내 손에 들어온 주먹 크기의 유리구슬을 보며. 나는 탑 안의 한 사람을 떠올렸다.

 

 

 

 

 

 

 

 

 

마유즈미와 잠시 헤어진 이후 무슨 행동을 해야 할지 정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저마다의 무기를 가지고 살인 게임에 맞서야 한다.

 

나의 경우에는 정보를 토대로 한 분석으로 행동 양식을 예측하는 일이었다. 재단이 내 손에 그것을 붙여 놓았고 덕분에 손에 익었다.

 

그것을 제대로 휘두르기 위해서는 토대로 할 정보와 표본이 필요했다.

 

바라 쿠리스: 악! 진짜 더럽게 안 터지네!

 

특히. 내가 알지 못하는 이들의 것이 더욱 필요했다. 후루미나미 나몬의 전철을 다른 이들이 밟기 전에 그들을 전부 읽진 못하더라도 목차만큼은 읽어 둬야만 했다.

 

그렇기에 나는 도박 기계에 크레딧을 넣고 있는 이바라에게 말을 걸었다.

바라 쿠리스: 히무로? 뭐야. 웬일이야? 

 

무로 시라베: 묻고 싶은 게 있어서 찾아왔어.

 

바라 쿠리스: 묻고 싶은 일? 너처럼 똑똑한 애가 나한테 물어볼 게 뭐 있다고

 

무로 시라베: 뇌물도 가져왔어.

 

나는 자판기에서 뽑은 딸기우유 한 팩을 그녀에게 건넸다.

 

바라 쿠리스: 오! 딸기우유! 알았어. 일단 한 번 들어보자. 근데 무슨 수학 문제 이런 거 물으러 온 거면 도서관으로 꺼져. 알겠지?

 

무로 시라베: 알겠어.

 

바라 쿠리스: 나중에 딴 소리 안 하기다!

 

이바라가 딸기우유를 받자마자 팩을 열고 내용물을 마셨다.

 

내가 모르는 이들의 표본이 필요했다. 일단 이바라가 딸기우유를 좋아한다는 정보가 확실해졌다. 그리고 앞으로 더 알아낼 수 있으리라.

 

바라 쿠리스: 키햐아! 맛있다! 그래서. 묻고 싶은 게 뭔데?

 

무로 시라베: 네가 초고교급 장의사인 이유를 묻고 싶어.

 

바라 쿠리스: 어이! 너 지금 나한테 면박 줘? 이런 녀석이 왜 초고교급 장의사냐 이거야? 나도 내 능력 모자란 건 알거든? 그냥 그럴싸한 스토리가 나오니까 사람들이 초고교급이라고 물 타기 해준 것도 알아! 나도 초고교급이라는 호칭이 마냥 좋은 건 아니라고!

 

바라 쿠리스: 열 받네! 너 오늘 나한테 아주

 

오해의 여지가 있었다. 나는 설명을 보탰다.

 

무로 시라베: 그게 아니야. 내가 보기에 너는 죽음을 싫어하는 것처럼 보였어. 모든 사람이 죽음을 싫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너는 특히 더했어. 누군가가 죽진 않을까 진심으로 걱정하고 죽음은 항상 나쁜 것이라며 거부감을 드러냈지.

 

바라 쿠리스: 그런 얘기였구나. 알겠어. 아까 얘기들은 취소. 주워담을게 아무튼 그래서?

 

무로 시라베: 죽음이 싫다면 장의사 일을 굳이 할 필요는 없잖아.

 

바라 쿠리스: 그건… 장의사가 우리 가업이라서 내가 이은 거야.

 

무로 시라베: 왜 네가 이어야만 했지?

 

바라 쿠리스: 장의사가 우리 가업이라서 내가 이었… 잠깐. 뭔가 대화가 빙빙 돌고 있지 않아?

 

무로 시라베: 가업이라도 꼭 네가 이어야만 할 당위성은 없잖아. 왜 굳이 그 나이에 네가 이어야만 했느냐고 묻는 거야.

 

모노로그의 영상 지급. 이바라는 그때 이렇게 말했다.

 

바라 쿠리스: 내 친구들을 진짜로 죽였어?! 왜! 대체 왜! 왜 죄 없는 걔들을...

 

이바라의 영상에는 친구들이 나왔다. 살인 게임에서 제공하는 동기부여 영상에는 자신의 소중한 무언가가 큰 위험에 처한 내용이 나온다. 대몰락이 발생했으므로 거의 모든 이들이 소중한 것을 잃었으니 동기를 제공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소중한 무언가.

 

이바라는 영상에 자신의 가족이 나왔다고 말한 적이 없었다.

 

가족이 소중하지 않을 수도 있으나 그 가설은 이바라가 가업을 이으려 한다는 사실과 모순되었다. 가족에게서 벗어나려 한다면 오히려 가업을 거부해야 이치에 맞는다.

 

바라 쿠리스: 그건… 알잖아. 그냥 그럴 수밖에 없는 일도 있는 거야. 나도 잇기 싫었던 적이 있었어. 그런데… 언젠가부터 잇기 싫다 잇기 싫다 계속 생각하면서도 잠자리에 들 때면 이어야만 한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무로 시라베: 이어야만 한다.

 

바라 쿠리스: 응. 내가 하기 싫고 하고 싶고의 문제가 아니라. 누군가는 염을 하고 죽은 사람을 떠나보내야 한다고… 말이야.

 

무로 시라베: 미도리카와의 묫자리를 만들어준 것도 그 일환이구나.

 

이바라의 주도로 미도리카와의 관이 형식상으로나마 만들어졌다고 들은 바 있었다.

 

바라 쿠리스: 왜. 싫어?

 

무로 시라베: 전혀 아니야. 오히려 좋은 판단이었다고 생각해.

 

바라 쿠리스: 좋은 판단이라니. 모리랑 비슷한 소리를 하네

 

무로 시라베: 모리가 나와 비슷한 말을 한 적이 있어?

 

바라 쿠리스: 장례 의식은 세간의 인식보다 중요하다더라. 그러니까 미도리카와의 묫자리를 만드는 게 공리를 증진시킨다나 봐. 

 

동의할 수 있었다.

 

무로 시라베: 일리가 있는 말이야. 위험한 존재였을지언정 우리가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흑막에 함께 맞설 동료가 될 수 있었어. 장례로 그녀에 대한 존중을 표하는 건 좋은 판단이었어.

 

바라 쿠리스: 아. 고마워… 그렇게 말해 줘서. 그런데 가끔씩 너 조금 밉상인 거. 알아?

 

무로 시라베: 그와 비슷한 말을 자주 듣곤 했지.

 

바라 쿠리스: 악! 너 갑자기 그런 말 하는 거 아니야. 마음 약해지잖아! 진짜 가끔 보면 네가 하기와라나 모리나 후루미나미보다 더 이상한 애 같애!

 

이상하다는 말의 정의와 범위에 따라 그럴 수도 있다.

 

바라 쿠리스: 왜 아무 대꾸도 없어. 이제 내가 하는 말은 신경도 안 쓰니…? 에잇. 내가 왜 너 같은 애들을 걱정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무로 시라베: 신경을 쓰지 않는 건 아니야. 네 마음이 불편하다면 걱정을 그만 하는 것도

 

이바라가 내 말을 끊었다.

 

바라 쿠리스: 걱정을 그냥 그렇게 쉽게 그만둘 수 있는 줄 알아? 사람이 죽을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걱정을 안 해! 걱정이 되잖아! 무슨 옷을 입었다 벗었다 하는 것처럼… 아니. 취소. 비유가 부끄럽네

 

그리고 그녀는 문득 한숨을 쉬었다.

 

바라 쿠리스: 후우 나도 알아.

 

무엇을 알겠다고 하는지 나는 전혀 몰랐다.

 

바라 쿠리스: 너나 하기와라나 모리나. 다 이상한 짓 하려고 그러는 게 아니라는 거 알아. 후루미나미같은 심각한 경우만 아니면 다들 목적 자체는 최대한 살아남으려는 거잖아. 그렇지?

 

무로 시라베: 자기만의 방법을 사용하면서 말이야.

 

하기와라는 웃음. 모리는 공리주의.

 

바라 쿠리스: 그건 괜찮다고 봐. 그런데 왜 다들… 위험한 일을 마다하지 않는지 모르겠어.

 

바라 쿠리스: 자기네들한텐 나름대로 근거가 있겠지만. 보는 사람 입장에선 진짜 걱정돼. 카지노에서 도박이나 하고 있다가 할 말은 아닌데. 이 탑에 있는 자식들은 다 정상이 아니란 말이야.

 

무로 시라베: 나도 어느 정도는 그렇게 생각해.

 

바라 쿠리스: 네. 다음 그중에서도 특출나게 이상하신 분. 아. 그 농담이니까 우울한 표정 짓지 마. 알겠지?

 

무로 시라베: 내가 그런 표정을 지었어?

 

바라 쿠리스: 생각해보니까 넌 항상 그런 표정이네? 좀 웃으면서 살아 봐. 히무로. 하기와라만큼 과도하게 웃진 말고.

 

바라 쿠리스: 다들 몸을 안 사려.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만 들면 주저하지 않고 그 짓을 해 버려.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아

 

무로 시라베: 과도하게 적극적으로 행동한다는 거야?

 

바라 쿠리스: 그래. 조금 심해. 총이나 칼을 가지고 서로 다투고 목숨을 노리는 게 정상은 아니잖아. 지금 이 탑 자체가 비정상이지만, 아무리 그래도 심하다는 생각 안 들어?

 

바라 쿠리스: 보통 사람이라도 혼란에 빠지면 다른 사람을 해치려 들 수 있어. 극한 상황이라면 말이야. 그런데 우리 중 몇몇은… 침착하게 그 짓을 저질러 버리는걸. 무슨 뜻인지 알지?

 

잘 알고 있었다. 미도리카와. 카이다. 야가미. 후루미나미. 하기와라. 모리.

 

그리고 나.

 

바라 쿠리스: 미쳐서 일을 저지르는 거면 몰라. 그 녀석들은 침착하게 자신의 행동이 남의 목숨을 해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걸 행한단 말이야. 무슨 고등학생의 몸에 갇힌 어른들 같아.

 

바라 쿠리스: 자기 목숨까지 위험할 수 있는 상황이란 걸 알고 있으면서도 그건 그 녀석들이 자기 목숨을 하찮게 여긴다는 뜻이야. 남을 해치는 데에 거리낌이 없어질수록 자기 자신이 상처 받는 것도 주저하지 않게 되니까.

 

바라 쿠리스: 너도 그랬잖아.

 

반박하기 힘들었다.

 

무로 시라베: 네 말이 맞아.

 

바라 쿠리스: 그럼 목숨 좀 내던지지 마. 앞에 위험한 게 있으면 일단 튀고 봐. 응? 너나 하기와라나 모리나 마찬가지야.

 

바라 쿠리스: 뭘 할 수 있든 간에 우린 고등학생이잖아. 높은 곳에서 떨어져서 상처 하나 없어도, 총격전 속에서마저 살아남을 수 있어도, 우리는 고등학생이야. 원래는 학교에서 잠이나 자야 하는 몸이라고

 

학교는 잠을 자는 장소가 아닐 텐데?

 

바라 쿠리스: 그리고, 네가 죽으면 그걸로 끝이라고 생각하지 마. 죽음은 어떤 방식으로든 남겨진 사람들한테 상처를 남겨. 네가 죽어서 슬퍼할 사람이 아무도 없을 것 같아?

 

카텟 기관 사람들은 슬퍼할지도 모르지. 메리에 이어 나까지 잃는다면.

 

무로 시라베: 아니. 그럴 것 같지는 않아.

 

바라 쿠리스: 너도 알긴 아네. 그러니까… 죽지 마.

 

바라 쿠리스: 내가 장의사라서 아는 거야. 아름다운 죽음 같은 건 없어. 죽음은 다 죽음이야. 그 사람들이 아무리 보고 싶어도 다시는 볼 수 없는… 그런 거라고. 끝맺음 없이 후회만 남기는 이별일 뿐이야

 

무로 시라베: 알겠어.

 

그것이 대화의 끝이었다. 거짓말이 쉽게도 나왔다. 내 숙소로 발걸음을 옮기는 동안 내 생각은 더욱 확고해졌다.

 

이바라의 말은 옳았다. 더 이상 누군가가 이 탑에서 죽는 일은 막아야 했다. 누가 죽더라도 생존자들은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었다. 남겨진 사람들은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었다.

 

여기까지는 그녀와 의견이 같았으나 그 뒤로는 달라졌다. 그러니 살인을 막아야 한다. 살인의 위협을 차단하고 통제해야 했다.

 

무로 시라베: 내가 해야만 해.

 

 

 

 

 

 

 

 

 

나는 문을 두드렸다.

 

똑똑이 아니라 똑. 두 번을 두드리려고 했으나 한 번을 두드리자마자 안쪽에서 문이 벌컥 열렸다.

 

나시: 우왁!

 

나즈키 시노부: 안뇽. 이름 없는 나나시.

 

나시: 깜짝이야… 내가 올 거란 건 어떻게 알았어?

 

나즈키 시노부: 난 많은 걸 알고 있거든. 미래를 볼 수 있다고. 알아?

 

칸나즈키가 소매 안에서 작은 유리구슬을 꺼내며 말했다.

 

나시: 아. 유리구슬이 이미 있었어? 이런

 

나즈키 시노부: 왜?

 

나시: 이걸 가져왔거든.

 

나는 뒷짐에 숨기고 있던 주먹보다 조금 큰 크기의 유리구슬을 그녀에게 보여 주었다. 그러자 칸나즈키는 게 눈 감추듯 내 손에서 유리구슬을 가져갔다.

 

나시: 왓!… 갑자기 가져가지 마. 놀랐잖아

 

나즈키 시노부: 미안해. 그렇지만 오호홍. 유명한 투리구슬! 아니. 투명한 유리구슬! 순도가 엄청나게 높은데! 모양도 완벽한 구형이야!

 

나시: 그게… 좋다는 뜻이야?

 

나즈키 시노부: 최고야! 꼬마워!

 

칸나즈키는 두 손으로 유리구슬을 잡더니 손과 팔을 돌리며 유리구슬을 만지작거렸다. 마음에 들어하는 것 같아서 다행이었다. 오컬트에 쓰일 법한 유리구슬을 무당도 쓰는 건가 하는 궁금증도 들었지만. 무당이 최고라고 하면 최고인 거겠지?

 

나즈키 시노부: 이야. 이거 진짜 좋다!

 

나시: 칸나즈키. 사실 내가 찾아온 용건은 이거야. 혹시 수호령 분이랑 잠깐 얘기를 나눌 수 있을까?

 

칸나즈키는 검지 위에서 용케 유리구슬을 돌리며 답했다.

 

나즈키 시노부: 아. 고대 여신 보살 할머니 언니 말이야?

 

넷 중에서 대체 뭐야

 

나즈키 시노부: 원래는 돈 받고 해야 하는데 알겠어! 투리구슬 줬으니까 봐줄게.

 

나즈키 시노부: 그런데 나 말고도 통찰력을 충분히 가진 이는 많지 않더니?

 

칸나즈키의 목소리가 천진난만한 또래의 것에서 중후하고 깊은 무언가의 목소리로 바뀌었다. 칸나즈키의 방은 밀폐된 공간이었음에도 왜인지 실내에서 바람이 한 번 후웅 일어난 것 같았다. 그녀의 곁에 놓인 방울 몇 개가 느닷없이 딸랑였다.

 

칸나즈키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부채를 쫙 펼치고 자신의 얼굴을 반쯤 가렸다. 행동 하나하나에 기품이 들어있는 그녀는 더 이상 칸나즈키가 아니게 느껴졌다. 후루미나미 또한 다른 사람인 것처럼 감쪽같은 연기를 해내지만 지금의 칸나즈키와는 방향이 동떨어져 있었다.

 

수호령 씨라고 부르기 어색하여 칸나즈키라고 부르고 있었지만 정말 그녀는 몇 초 전과 완전히 다른 존재가 되었다. 이중인격이나 연기라는 말로 설명될 수 있는 기운이 아니었다.

 

나시: 그렇긴 하지만

 

나즈키 시노부: 미래를 봐달라고 말하는 거라면 모호한 대답이 나올 거라고 미리 얘기해 두마.

 

나시: 모호하다뇨. 지금까지 미래를 읽으시는 것처럼 행동하셨잖아요.

 

나즈키 시노부: 나도 다 읽을 수 있는 건 아니란다. 네가 이 탑의 끝에서 어떻게 될지 묻는다면 나는 네가 최고의 행복을 얻던가, 최악의 불행을 얻던가, 적당히 행복하고 불행해질 거라고 말할 거야.

 

나시: 그건 좀… 모호한 대답이긴 하네요.

 

나즈키 시노부: 미래가 하나의 고정된 그림일 거라고 생각하면 곤란해. 작은 선택 하나하나가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내거든. 정말로. 네가 당장 자판기에서 유리구슬을 뽑지 못했다면 내게 찾아온다는 발상을 해냈을까?

 

나는 칸나즈키의 손에 들려 있는 유리구슬을 멍하니 들여다보았다.

 

나시: 정말 그런 작은 일로 미래가 바뀐다니 믿어지지가 않아요.

 

나즈키 시노부: 네가 원하는 미래를 제대로 보지 못하고 어떻게 가야 할지도 모르는데 내가 여기에서 행동 지침 같은 것을 알려주더라도 네가 믿을 수 있을 리 없잖니. 뭣보다 천기누설은 피하고 싶어.

 

나시: 천기누설이요?

 

나즈키 시노부: 하늘의 일을 한낱 무당이 발설하는 것을 말하는 거야. 내 말로 누군가가 큰 해를 피한다면 그만큼의 업이 반드시 시노부에게 돌아오지. 시노부가 피하게 해도 언젠가 업은 와야 하는 이에게 돌아오게 되어 있어.

 

나시: 미래를 읽는다고 해서 무적이 되는 건 아니군요.

 

나즈키 시노부: 절대 아니지. 그렇기에 내가 시노부에게 깃들어있는 것이란다. 시노부를 지켜 달라는 어미의 간청 탓에 철로 만든 관에까지 따라와야 했으니

 

철로 만든 관? 우리가 탑에 처음 왔을 때 갇혀 있었던 돌무더기를 말씀하시는 건가?

 

아닌데. 그건 분명 돌로 만든 관이었을 텐데… 내가 이해하지 못한 비유 같은 것이겠지.

 

나시: 그럼 미래를 읽어 달라는 부탁은 안 드릴 테니 이 질문에만 답해 주시겠어요?

나즈키 시노부: 바라는 것도 많구나. 어린것이 이런 데에 맛 들이면 큰일 나. 자기 길은 스스로 정할 수 있어야지 말이다.

 

나시: 죄송해요… 아. 질문은 이거예요. 캐롤 씨와 대화를 나누고 싶지만. 마음 속 어딘가에선 그녀를 조금 꺼리게 된 것 같기도 해요.

 

나시: 뭐 이런 경우가 다 있나 싶으시겠죠. 저도 알아요. 자기 앞가림도 제대로 못 하는 한심한 놈으로 보이는 거. 하지만 정말 알고 싶어요. 캐롤 씨를… 이제 어떻게 대해야 할까요?

 

나즈키 시노부: 캐롤? 그 빛나는 아이 말이니?

나시: 네.

 

무심코 맞다고 대답했다

 

나즈키 시노부: 참… 얄궂구나.

 

'뭐가요?' 라고 물어볼 엄두가 나지 않아 나는 칸나즈키가 눈을 꼭 감고 다시 뜨기까지 잠자코 기다렸다.

 

마침내 눈을 천천히 뜬 뒤 칸나즈키는 깊은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나즈키 시노부: 너 잡아먹히지 않을 자신이 있니?

 

나시: 잡아먹힌다뇨. 캐롤 씨 말씀이시라면… 네. 그렇죠.

 

나즈키 시노부: 나한테 혼쭐이 나기 싫어서 적당히 둘러대지 마렴. 그 아이가 널 집어삼킨 것은 아닌지 의심했던 너 자신은 어디에 버리고 왔니? 까맣게 잊었니?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는 건 이럴 때 쓰는 말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아무 말도 못 하고 고개를 떨구었다.

 

나즈키 시노부: 대답은 간단한데 네가 납득하지 않을 것을 알아 길게 말하마. 흘려듣지 말려무나.

 

나는 침을 꿀꺽 삼키며 칸나즈키의 한 마디 한 마디를 기억하기 위해 온 신경을 집중했다.

 

칸나즈키는 유리구슬을 겉으로 몇 번 쓰다듬은 뒤 천천히 말을 시작했다.

 

나즈키 시노부: 사람들은 저마다 특정한 성질을 가지고 있단다. 선천적인 요인과 후천적인 요인이 합쳐져 자신만의 성질을 가지게 돼. 어떤 사람은 너무 단순한 성질을 가지고 있어서 비유를 할 필요도 없지만, 어떤 사람은 성질이 너무 복잡해서 비유마저 어렵지.

 

나즈키 시노부: 성질을 사물에 비유할 수 있는 대표적 경우는 시라베. 그 아이는 얼음이야. 냉기 탓에 가까이 가기 힘들지만 온기에 유달리 취약하지. 온기를 빨아들이기도 하고 단단해. 무언가를 가두고 억제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어.

 

칸나즈키는 그렇게 말하며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나즈키 시노부: 나데시코는 물이다. 부드럽고 온화하며 유동적이란다. 통상적으론 온화하지만 환경에 따라 차가워지기도 뜨거워지기도 하며, 더럽혀지기 쉬우면서도 자연적인 치유력 또한 가지고 있지. 자유롭게 흘러 다니면서 변화를 거쳐.

 

반대편 손은 유선형으로 꿀렁거렸다.

 

나즈키 시노부: 그리고 캐롤은 불이다.

 

칸나즈키는 두 손을 모으더니 무언가가 퍼져나가는 형상처럼 팔을 쫙 벌렸다.

 

나시: …?

 

나즈키 시노부: 그래. 캐롤은 온화하고 포용력을 가지고 있다. 아마 터치를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그녀를 따르는 이는 충분히 생겼을 거야. 그 따뜻함이 캐롤의 힘이지. 무한하게 빛과 열을 내뿜는 불은 예로부터 사람을 이끄는 힘이 있었으니.

 

나즈키 시노부: 하지만 여느 불이 그렇듯이. 그녀에게 너무 가까이 다가갔다간 화상을 입게 될 게야.

 

끄윽. 으으윽. 으으으윽!

아아… 윽…

 

화상

 

원하지 않는 터치

 

나즈키 시노부: 네가 한 번 불에 데었다고 들었다. 불에 멋모르고 가까이 가면 그렇게 되는 법이지. 그러니 내가 줄 수 있는 조언이란 이거다. 너무 그녀에게 가까이 가지 마. 네 몸이 탄다.

 

나시: 조금 궁금한 게 있는데요… 물어도 될까요?

 

나즈키 시노부: 내키는 대로.

 

나시: 마유즈미가 물이라고 하셨는데. 마유즈미는 캐롤 씨와도 친하게 지내잖아요? 그건 왜 그런 걸까요?

나즈키 시노부: 아. 그건 나데시코 그 아이가 물 중에서도 먹물이라서 그래. 먹은 그을음으로 만들거든. 그러니 불과도 친할 수밖에.

 

이렇게 들으니 일리가 있긴 한데

 

나시: 캐롤 씨에게 너무 가까이 가선 안 된다. 이거군요.

 

나즈키 시노부: 네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다르지. 네가 그녀의 모든 것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싶다면 불과 하나가 되는 것 또한 나쁜 일이 아닐 테니.

 

나시: 그런 불길한 말씀 마세요. 전 그런 걸 원하지 않을뿐더러. 제가 원하지 않는 것보다 캐롤 씨가 그걸 원하지 않을 걸요.

 

나즈키 시노부: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게 사람 일이지.

 

칸나즈키의 말을 듣자 하니 지구 멸망 가설을 열 개 정도 읽고 온 사람처럼 불안감이 솟구쳐 올랐다. 나는 그것에 대해 생각하지 않으려 애썼다.

 

나시: 그보다 히무로가 얼음. 마유즈미가 물. 캐롤 씨가 불이라면… 전 뭔가요? 저도 뭔가에 비유될 수 있는 사람인가요?

나즈키 시노부: 너는 차가움과 뜨거움을 동시에 가진 이다. 차갑더라도 순식간에 불이 붙지. 어떤 사람들은 네가 순식간에 돌변한다고 생각할지 모르고 사실 그렇게 보이지만, 너는 차갑다가도 급격히 뜨거워지는 게 아니야.

 

나즈키 시노부: 네 안에 불이 이미 들어있고. 그 불이 항상 네 안에서 타오르고 있는 것이지.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 그 차가움 속에는 불이 들어있단다. 불씨는 계기가 될 뿐.

 

나시: 으음

 

으음… 어

 

어렵다…! 내가 카텟 기관에서 기계 관련으로 일을 해서인진 몰라도. 영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나즈키 시노부: 네가 뭔지 모르겠니?

세상에. 진짜 무당 앞에선 아무것도 못 숨기는구나! 나는 칸나즈키에게서 슬그머니 시선을 피했다. 그녀와 눈을 마주쳤다간 내 영혼의 내면까지도 간파당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였다.

 

나시: 네

 

나즈키 시노부: 내 말만 듣지 말고 너 스스로 네가 누구인지 생각해 보라고 한 뒤 내쫓고 싶지만. 그건 수박 겉핥는 일이지. 그냥 말해주마. 내 시야가 그렇게 넓진 않지만 굳이 말해주자면

 

나즈키 시노부: 너는 술. 또는 기름이겠구나.

 

술. 또는 기름.

 

불씨만 붙으면 바로 타오르는 것들

 

나시: 제 안에 원래 그렇게 화가 많군요. 다른 사람을 보고 화가 난 적은 있어도 화를 내 본 적은 없는 것 같은데… 제 안에서 화가 타고 있는 거였어요.

 

나즈키 시노부: 아. 오해의 여지가 있는 말이었구나? 아니야. 내가 말한 불은 분노가 아니야. 오히려 분노랑은 조금 동떨어져있지. 분노는 해소할 수 있는 데에 비해 불은 해소할 수 없거든. 오히려 땔감을 먹이면 먹일수록 거세게 타오르지.

 

나시: 네? 그게 뭔데요?

 

나는 무심코 칸나즈키에게로 다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칸나즈키와 두 눈이 마주쳤다. 이렇게 표현해도 좋나 싶지만. 나는 순간 칸나즈키의 수호령께서 내 심연을 밑바닥까지 읽고 온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나즈키 시노부: 욕망.

 

 

 

 

 

호감도 측정

칸나즈키의 호감도: 0

-50=원수 / -30=앙숙 / -15=상극 / 0=무관계 / +15=친구 / +30=연인 / +50=배필

 

 

나즈키 시노부

 

초고교급 무당. 솔직히 믿음직스럽지는 않았지만 이런 체험을 했는데 믿지 못하는 게 더 이상할 것이다. 정말 신적인 존재를 마주하는 것 같은 위압감이 대화 내내 계속 이어졌다. 나보다도 키가 작은 또래가 아니라 몇십 배는 큰 거인을 상대하는 느낌마저 들 정도였다.

 

칸나즈키에 의해 받은 조언은 지금까지 두 개. 내 기억에 집착하지 말 것과 스스로를 유지하고 싶다면 캐롤 씨에게 너무 가까이 가지 말라는 것이었다.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조금은 명확해진 것 같다.

 

칸나즈키의 수호령. 혹은 수호신. 칸나즈키의 말에 따르면 고대 여신 보살 할머니 언니… 가 정확히 무엇이신지는 궁금하지만. 그걸 듣는 게 중요할까 하는 생각도 든다. 신통력이 만능은 아니라는 것이 놀랍지만 아무래도 저게 현실적이겠지. 미래를 읽을 수 있다면 이런 살인 게임에 납치되지도 않았으니까

 

나도 언젠가 칸나즈키에게 답례를 하고 싶지만. 과연 칸나즈키가 날 필요로 하는 날이 오긴 할까가 문제다

 

 

 

 

 

 

 

자유행동 한 번만 더 하고 메인 이벤트로 들어갈까 생각중임

 

쓰다가 각이 나온다 싶으면 당장 다음 편부터 들어갈 수도 있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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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20일)이 단크 타워 인기투표 마감일입니다 빅데이터를 모으는 게 다가 아니라 여러분들이 원하는 캐릭터의 단편소설을 볼 수 있는 투표니까 많은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마지막 기회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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