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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단크 타워 (The Dank Tower)/챕터 2

더 단크 타워 챕터 2 - 4

by 도타싫어! 2021. 3. 8.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피를 머금은 모래를 내려다보며 나는 생각했다.

 

"디드. 어. 치크?"

 

"덤. 어. 첨?"

 

"대드. 어. 챔?"

 

"데드. 어. 체크?"

 

저것들은 우리에게 줄곧 질문을 던졌다. 저 생물들만의 언어일 수도 있지만 우리가 해석할 방법은 없었다. 의문문밖에 존재하지 않는 언어가 있을 리 없었으니.

 

해석할 수 없음에도 내게는 저 음성이 조롱처럼 들렸다.

 

어떻게 이렇게 되었니? 어떻게 이렇게 되었니? 라고. 우리를 보며 비웃는 것처럼 들렸다.

 

문득 탑에서 나나시와 나눴던 대화가 생각났다.

 

 

 

무로 시라베: 나나시.

 

칸나즈키의 숙소를 나선 뒤 내 숙소로 돌아가던 도중. 나는 히무로와 마주쳤다.

 

나시: 아. 히무로.

 

무로 시라베: 몸은 괜찮아? 쓰러진 뒤로 움직여서 무리가 되지는 않았어?

 

나시: 아니야. 멀쩡해.

 

무로 시라베: 그럼 카텟 기관에 대해 무엇을 떠올렸는지 말해줘. 가능하다면 지금 당장.

 

히무로는 기다렸다는 듯이 말했다.

 

나시: 지금 당장…? 알겠어.

 

무로 시라베: 내 전용실로 가자. 그 곳에 카텟 기관에 있던 시절의 파일이 모여 있어. 네가 알아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나시: 아니. 히무로.

 

무로 시라베: 음?

 

나시: 내 전용실로 가자. 보여주고 싶은 게 있어서.

 

 

 

 

 

무로 시라베: 정말 기계가 많아.

 

히무로는 내 전용실의 전경을 둘러보며 말했다.

 

무로 시라베: 그 때 순식간에 파이프를 용접했던 것을 고려하면 너의 기계를 다루는 솜씨 또한 뛰어나. 23T의 말대로 너는 엔지니어였을 거야.

 

나시: 정확히는 카텟 기관과 계약을 한 엔지니어였어. 특정한 프로젝트를 위해 카텟 기관에 왔고.

 

프로젝트라는 말을 듣자 히무로는

 

무로 시라베: 프로젝트 맞아. 프로젝트는 중요해.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지만 분명 대규모였어. 강경파와 온건파가 합의점을 찾았어. 분명 그래.

 

무로 시라베: 나와 메리가 모두 참여했다면 화합에 이르지는 못했을지언정. 어느 쪽도 반대하지 않았을 거야. 매우 의미가 커. 소거된 기억이기에 더욱 그래. 중요하기에 소거한 거야… 소거하지 않아선 안 될 기억임이 분명해… 무슨 뜻인지 이해가 가?

 

나시: 어… 히무로? 혼자서만 말하면 무슨 뜻인지 모르겠어.

 

무로 시라베: 미안. 생각은 나중에 정리할테니 계속 말해줘.

 

나시: 그 프로젝트에는 나 뿐만 아니라 23T도 참여한 것 같았어. 이 탑에 있는 23T와는 조금 다른 점이 있었지만

 

이 탑의 23T는 마네킹처럼 눈도 코도 입도 없는 기계였지만, 내가 기억하기로 내 기억 속의 23T는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무로 시라베: 23T는 우리와 구면인 것처럼 말했지. 특히 너와 잘 아는 사이 같았어.

 

나시: 커다란 슬픔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다… 라고 했었지. 내 기억 속에서도 23T는 나랑 친했던 것 같아. 내가 시라유키 히메리라는 사람이랑 말싸움을 했을 때 말려준 게 23T였거든.

 

히무로는 생각에 잠긴 듯 잠시 말을 멈추었다.

 

무로 시라베: 네가 메리와 아는 사이라고 말했지. 정확히 무슨 대화를 나눴던 거야?

 

나시: 어

 

어디까지 말해야 하지…? 히무로는 그 시라유키라는 사람과 가까워 보였지만. 나는 그 사람과 그렇게 사이가 좋은 것 같지 않았는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일단 내가 알고 있는 것은 적당히 말해 보기로 했다.

 

나시: 우선 시라유키 씨가 나와 23T를 보고 네가 여기에 왜? 라고 의아한 것처럼 보였어.

 

무로 시라베: 여기에 왜…?

 

나시: 나는 카텟 기관의 지원 요청을 받고 왔다. 엔지니어가 필요했지 않느냐. 다른 지부장의 결정이었지만 카텟 기관의 원년 멤버가 아니고서야 그 일은 알 리가 없으니 그 사람을 탓하진 마라.

 

무로 시라베: 카텟 기관의 시초

 

나시: 그러자 시라유키 씨가 나와 23T를 보고 놀라더니. 노바디에게 무슨 짓을 저지른 거냐고 물었어. 난 죽은 사람을 되살려냈다고 대답했고.

 

무로 시라베: 노바디?

 

나시: 그 때 23T의 이름이 노바디였나 봐. 노바디라는 이름에 대해 뭔가 기억나는 게 있어? 23T는 노바디. 나는 노네임이라고 불렸는데.

 

무로 시라베: 노바디. 노네임… 전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아.

 

히무로는 다시 입을 열었다.

 

무로 시라베: 현재 가장 큰 문제는 내가 카텟 기관에 대해 많은 기억을 떠올리지 못했다는 점이야. 특정 시점까지의 기억은 선명하지만 그 이후로는 좀처럼 생각이 나지 않아

 

나시: 괜찮아. 조금씩 떠올리면 되잖아! 그리고 아직 다 말한 것도 아니야.

 

나는 그에게 또 무슨 내용을 말해줄까 생각하며 내가 보았던 기억들에을 되새겨 보았다.

 

"그냥은 없어. 지금의 카텟 기관은 우리가 무슨 일을 겪고 돌아왔는지 알아야만 해. 시라유키 히메리. 이 얼굴이 기억나기는 하냐?"

"죽은 사람을 되살려냈다고 할 수 있지. 얼굴을 기억하고 있는 걸 보아하니 너도 양심이 없진 않나 봐? 뭐 자기가 죽게 만든 사람을 잊는 게 이상한 경우겠지만."

"미안하지만 댁 곁의 위인께서 우리에게 저지른 건 훨씬 심해.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냐. 시라유키 히메리. 이 살인자야."

 

 

카텟 기관에서의 나. 너무 나쁜 놈 아니야…? 시라유키 씨라는 사람한테 엄청나게 시비를 거는데

 

그래도 떠올린 기억은 기억이니까. 우선 그에게 말해두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말을 하지 않았다가 나중에 후회하는 것보단 훨씬 나을 테니까.

 

나시: 그리고 내가 시라유키 씨를 살인자라고 부르면서 비난했던 것 같은데

 

무로 시라베: 살인자?

 

나시: 응. 그리고 23T가 시라유키 씨랑 악연이 있는 것

 

무로 시라베: 그게 무슨 뜻이야. 시라유키 히메리가 살인자라니.

 

나시: 어히무로. 대화 내용이 그랬다는 거야. 꼭 그분이 그랬다고 정해진 게 아니라

 

무로 시라베: 살인이라는 말에는 충분한 의도가 필요해.

 

나시: 그게 무슨 뜻이야?

 

무로 시라베: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범죄율. 무법지대. 그곳에서의 모든 살인을 죄로 규정할 순 없었어. 사법 체계가 부활하지 않았을뿐더러 죽이지 않으면 죽는 피해자의 입장에 있던 사람이 많았으니까.

 

무로 시라베: 그렇기에 다툼 끝에 죽이게 되었더라도 살인이라 불리지 않는 경우도 많았지. 모든 목숨 값을 물어주기에는 너무 많은 혼란이 있었기에. 그것이 불문율로 부쳐졌어

 

나시: 히무로. 느닷없이 무슨 뜻이야. 지금 너 이상한 말을 하고 있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범죄율. 무법지대. 사법 체계가 부활하지 않았다고?

 

나는 히무로의 말을 조금도 이해할 수 없었다. 그에게는 내 말이 조금도 들리지 않는 것 같았다.

 

무로 시라베: 살인자라는 말은 정당방위에 쓰이지 않게 되었어. 충분한 의도와 목적을 가지고 살인을 저지른 자들만이 살인자라고 불리게 되었다고.

 

나는 무의식적으로 그에게서 몇 발자국을 물러섰다. 나를 바라보지 않고 그 너머를 보는 듯한 눈. 내가 죽였냐고 묻는 듯한 그 시선은 나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본능적인 영역에 있는 두려움이었다.

 

무로 시라베: 메리가 살인자라니. 그럴 리가 없어. 그런 일이 있었다면 내가 몰랐을 리가…

 

나시: 정신 차려! 히무로!

 

히무로의 표정은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그러나 약간 커진 동공만으로, 혼란에 빠진 말투만으로도 그에게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졌음은 느낄 수 있었다. 내 인식 속의 그가 얼마나 견고했던 것인지. 나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빙산이 조각나는 풍경을 떠올렸다.

 

시라유키 히메리라는 사람이 그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나는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분명 큰 의미였다. 정말 큰 의미

 

무로 시라베: 미안해 이래선 안 되는데. 무뎌졌어. 너무나도

 

무로 시라베: 생각을 정리한 뒤 다시 찾아올게. 미안. 오늘 내가 했던 말들은 부디 잊어 줘.

 

나시: 알겠어. 히무로. 괜찮은 거 맞아?

 

무로 시라베: 괜찮아질 거야.

 

히무로는 경직된 걸음걸이로 내 전용실에서 나갔다. 그것은 군인들의 제식 구보를 연상시켰다. 조금이라도 흔들리지 않으려고 한 걸음 한 걸음을 의식해서 딛고 있는 듯한 발걸음이었다.

 

나시: 대체 무슨 일이야

 

내겐 또다시 의문만이 남았다. 카텟 기관. 시라유키 히메리. 23T.

 

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거야?

 

 

 

 

 

 

 

무로 시라베: …상황을 통제해야만 한다.

 

혼란은 무색할만치 빠르게 사그라들었다. 남은 것은 단순한 가치 판단뿐이었다.

 

확실하지 않은 정보에 대해 생각하며 스스로를 잃기보다 유익한 일이 무엇일까.

 

무로 시라베: 표본을 더욱더 많이 모야아만 한다.

 

메리가 의도를 가지고 누군가를 살해했다니. 그런 일이 벌어졌을 리가 없었다.

 

나는 내게 말했고 그러자 그렇게 되었다.

 

충분히 이성을 되찾은 나는 후루미나미 못지않게 사건들의 중심이 된 한 남자를 찾아가기로 했다.

 

기와라 우시오: 무슨 일이셔. 히무로맨. 나한테 말을 다 걸고?

 

하기와라를 찾아 카지노로 향했을 때. 도박 기계 앞에 앉아있던 그는 내가 말을 걸기도 전에 물었다. 발걸음 소리로 나를 먼저 인식해둔 것처럼 보였다.

 

하기와라는 웃음기 없는 얼굴로 나를 물끄러미 보았다. 눈동자 속에 들어있는 의혹을 느꼈다.

 

무로 시라베: 경계하지 마.

 

기와라 우시오: 다른 사람들을 전부 경계하고 있는 네가 할 말은 아니지.

 

무로 시라베: 그렇지 않아.

 

거짓말이었다.

 

기와라 우시오: 지랄.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나면 누가 뭘 하는지 유심히 관찰하잖아. 내가 아무리 멍청해도 그건 알 수 있더라.

 

기와라 우시오: 항상 열 발자국 너머에서 팔짱 끼고 짱구나 굴리고, 머릿속으로 체스 한 판 하면서 월 스트리트의 늑대마냥 이 게임을 어떻게 굴릴지나 생각하고 있겠지. 뱅뱅뱅. 끽끽끽끽끽. 기기긱기기기긱. 기계 같은 놈.

 

기와라 우시오: 그런 삶을 생각해보면 존나 무서워져 진짜로. 너 나랑 친해지고 싶어서 온 것도 아니잖아. 걍 이 새끼 좀 위험하네 싶어서 정보 캐내려고 온 거지?

 

무로 시라베: 아니야. 난 너희에게 신경을 써.

 

기와라 우시오: 댁이 나한테 신경을 쓰면 나는 세상에 둘도 없는 효자 게?

 

무로 시라베: 뭐라고?

 

기와라 우시오: 아. 됐어. 그런데 나한테 찾아올 바에야 모리나 캐롤을 찾아가지 그래. 오히려 개들이 위험할 테니까. 나한텐 이제 무기도 없어! 전혀 위험하지 않다고!

 

그가 이렇게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리라곤 예상하지 못했다. 나의 태도가 큰 원인이 되었을 거라 추측되었다.

 

무로 시라베: 네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야. 그렇지만 정말 내가 위험인물을 분석하기 위해 널 찾아왔다면. 왜 그들이 아닌 너를 찾아왔겠어?

 

기와라 우시오: 그것도 말이 되긴 하네. 그런데 그건 모리의 행동 원리가 너무 명확하고 캐롤은 섣불리 건드리면 안 되기 때문 아니야?

무로 시라베: 아니. 나는 네게 흥미를 느껴 온 것이기도 하지만, 네 행동이 걱정이 되어 온 것이기도 해.

 

기와라 우시오: 걱정?

 

그렇게 물으며 하기와라는 내게 조소를 보냈다.

 

무로 시라베: 너는 그 날 미도리카와의 전용실에 불을 지르고, 23T와의 다툼을 각오하고, 카이다를 사살할 생각까지 하며 움직였지. 생각해보면 굉장히 위험한 행동이었어.

 

기와라 우시오: 그 방 안에서 총격전 벌인 놈이 남말하네.

 

무로 시라베: 맞아. 이바라는 그런 우리가 걱정된다고 말했어. 주저하지 않고 행동한다며 말이야. 이바라를 계속 걱정시키고 싶진 않잖아? 나도 마찬가지야. 내 친구를

 

기와라 우시오: 야 이 새끼야. 지금 걔 가지고 나 협박하냐?

 

무로 시라베: 아니. 전혀.

 

하기와라는 내 표정을 뚫어져라 보더니 멋쩍게 어깨를 으쓱였다.

 

기와라 우시오: 그냥 말이 그렇게 나온 거지? 응?

 

무로 시라베: 내 화술에 문제가 있었다면 미안해. 솔직히 지금 침착함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어서.

 

기와라 우시오: 그렇다면 미안타. 뭐 이런 새끼가 다 있나 싶겠지만 봐줘. 내 입장에선 너 존나 무섭단 말이야. 그런 네가 갑자기 내 친구를 운운해 봐. 내가 당장 여기서 네 친구에 대해서… 생각해보니까 너 친구 없네.

 

무로 시라베: 마유즈미와 난 친구야.

 

기와라 우시오: 하하학! 생각보다 농담을 좀 치네? 오… 다시 봤어 히무로맨. 웃음을 아는 사람이었네! 개그욕심이 있었어!

 

기와라 우시오: 무슨 말이라도 해 봐 이 새끼야. 농담을 한 건 너잖아. 왜 계속 기분 나쁜 무표정인데?

 

무로 시라베: 농담이 아닌 것을 네가 농담이라 치부했기 때문이지.

 

아무리 하기와라의 말투와 그의 한량스러운 행동을 감안한다고 해도 내 이해심이 한계까지 늘어나지는 않았다.

 

기와라 우시오: 정말 농담이 아니라는 거야? 마유즈미랑. 네가. 친구를 먹었다고? 네가? 우리 냉담하고 냉철하신. 냉랭하신 히무로맨께서?

 

기와라 우시오: 걔한테 돈이라도 바치니? 아닌데. 마유즈미 성격에 친구비를 걷을 것 같지는 않은데.

 

무로 시라베: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비용을 지불하는 것을 말한다면 그런 것 없어. 크레딧은 오늘에야 지급되었으니까.

 

기와라 우시오: 농담이야. 농담. 그보다 정말로 마유즈미랑 친구란 말이지. 네가 거짓말을 하는 건 아닌 것 같고

 

기와라 우시오: 정말 우리에게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이거지. 응?

 

무로 시라베: 그래. 이 자리에 마유즈미가 없어서 함부로 말하는 거라면 그만해. 마유즈미에게 실례야.

 

하기와라는 입가에 머물던 웃음을 싹 누그러뜨렸다.

 

기와라 우시오: 진짜 다시 보게 되네

 

기와라 우시오: 좋아. 그럼 같은 편이다 치고 지금부터 내 말 좀 들어 봐. 너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년도가 언제야?

 

무로 시라베: 년도?

 

기와라 우시오: 그래. 쇼와. 헤이세이. 레이와. 그런 것들. 잘 모르면 그냥 2000 몇 년인지. 그런 거 있잖아.

 

살인 게임의 정보에 접근하는 좋은 방법이다.

 

무로 시라베: 아쉽게도 기억이 나지 않아. 너도 마찬가지지?

 

기와라 우시오: 그래. 내가 이걸 다른 애들한테도 물어보고 다녔는데 다들 모르겠다더라. 이게 말이 되는 일 같아? 나는 전혀 말이 안 된다고 봐. 공통적으로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건 모노로그가 년도에 대한 기억을 꼭 없애야만 했기 때문이겠지.

 

기와라 우시오: 너 스타워즈 모른다며. 바다거북 스프 게임도 모른다고 했어. 네가 이상한 시설에 갇혀서 실험만 받았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난 이런 생각도 든다.

 

기와라 우시오: 이 곳의 모든 사람이 같은 시대 사람이진 않을지도 모른다는 거야.

 

충분히 타당했다.

 

무로 시라베: 그렇다고 하기엔 다들 고등학생처럼 보이던걸. 어느 정도의 편차는 있지만 네 가설대로라면 세대가 교체될 정도의 나이 차이가 있어야 해. 그럴 경우 분명 우리 스스로가 눈치챘을 거야.

 

기와라 우시오: 성형수술을 했던가 어떻게든 방법이 있었겠지.우리 뇌를 주물럭거렸던가. 우리가 다 통 속의 뇌던가 뭐든 씨발거. 사소한 건 아무렇게나 갖다붙이자고.

 

기와라 우시오: 매트릭스를 본 입장에선 솔직히 여기가 가상현실이라도 믿길 것 같아. 눈 앞에 책이 떠 다니고 기계가 사람 말하며 걸어 다니면 사실상 이세계잖아.

 

무로 시라베: 매트릭스?

 

행렬이라는 뜻이었다.

 

기와라 우시오: 봐! 매트릭스도 모르잖아! 진짜 무슨 재미로 살았냐. 문화지체 현상이 심각하구만.

 

기와라 우시오: 매트릭스는 잠깐. 스포일러 하지 말아야겠다. 그거 진짜 기똥찬 영화거든. 기똥차다는 건 재밌단 뜻이야. 기회 있으면 나중에 기억해뒀다가 봐봐.

 

무로 시라베: 어떤 영화길래 그래?

 

기와라 우시오: 가상현실에 대한 영화야.

 

무로 시라베: 가상현실

 

탑에 작용하는 여러 이상현상들이 생각났다.

 

일정 범위 이상 더 나아갈 수 없는 장미꽃밭, 받은 충격을 그대로 발산하는 창문, 바닥이 뚫리는 재판장, 야가미를 중심으로 퍼져나갔던 결투장.

 

…어쩌면. 그의 말이 맞을지도 몰랐다.

 

무로 시라베: 정말 이 탑이 가상현실이라면.

 

기와라 우시오: 야. 그렇게 진지하게 받지 마. 그냥 해본 말이야. 코미디언 말에 귀 기울이면 큰일 나요.

 

무로 시라베: 어째서 너는 스스로의 생각을 폄하하지?

 

하기와라는 순간 움찔 놀랐다.

 

기와라 우시오: …뭐라는 거야.

 

하기와라에게 더 질문을 하려던 순간. 나와 그의 다이얼로그에서 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모노로그: 공지사항이다. 지금 당장 카지노로 모이도록. 반복한다. 공지사항이다. 지금 당장 카지노로 모이도록.

 

무로 시라베: 공지사항?

 

이렇게 느닷없이?

 

기와라 우시오: 아. 자기가 뭔데 오라가라야. 조사 다 끝낸 지가 언젠데 뒷북치는 거 봐. 쯧… 히무로맨. 카지노 가자. 우리 나불나불 책돌이 께서 하실 말씀이 있대.

 

무로 시라베: 여기가 카지노인걸.

 

기와라 우시오: 아. 맞아. 그렇지?

 

하기와라는 머쓱하게 머리를 긁적였다.

 

 

 

 

 

 

 

탑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야가미는 장미꽃밭에 앉아 있었다.

 

모노로그가 그의 곁에 나타났다.

 

가미 토가: 뭡니까.

 

모노로그: 내가 카지노로 오라고 하지 않았던가?

 

가미 토가: 지금 갔다간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고요. 당신은 절 지킬 생각도 없지 않습니까.

 

가미 토가: 탑의 새 공간이 열렸음에도 당신이 나타나지 않고, 카이다 씨도 모습을 감춘 것을 보면 당신은 그녀를 무언가에 이용하려 하고 있군요. 저 대신 그녀를 말이죠. 생각이 바뀌기라도 했습니까?

 

모노로그: 아니. 너를 보낼만한 적기가 지금이었다. 그러니 나는 네가 해야 할 일을 전하러 왔다.

 

가미 토가: 카이다 씨에 비해 제겐 아무런 이득도 주지 않으시면서 임무만 내리신다니. 횡포도 정도가 있습니다.

 

모노로그: 내게 협상을 걸지 마라. 내 제안을 받아들인 것은 너 아닌가?

 

가미 토가: 당신이 제 제안을 받아들이기도 했죠.

 

모노로그: 그렇다면 결국 너와 나는 계약관계다. 계속 내통자가 되는 것 말고 네게 어떤 선택지가 남이 있지?

 

모노로그: 이제 와서 그들 편이 되려 한들, 그들이 너를 받아들일 것 같나? 그들이 너에게 신뢰를 줄 것 같나?

 

가미 토가:

 

모노로그: 너도 알고 있을 텐데. 넌 내 편이 될 수밖에 없다. 내 쪽에서 너를 배신한다고 해도 너에겐 나 말고 다른 수가 없다.

 

모노로그: 살아남고 싶잖은가. 야가미 토가.

 

가미 토가: 그것 말고 달리 바라는 일은 없습니다.

 

야가미는 몸을 일으켰다.

 

가미 토가: 무슨 일을 시키시려는지부터 들어보죠. 비합리적이면 따르지 않을 겁니다.

 

모노로그: 걱정 마라. 네가 좋아서 어쩔 줄 모를 일을 가져왔으니.

 

가미 토가: 무슨 말씀이십니까?

 

모노로그: 만약 미도리카와 아쿠토가 되살아날 수단이 있다면, 그 수단을 어떻게든 탈취해야 하지 않겠나?

 

가미 토가: …뭐라고요?

 

모노로그: 카지노로 와라. 야가미 토가. 자세한 사항은 탑으로 가는 길에 설명하지.

 

 

 

 

 

 

하기와라와 함께 카지노에서 다른 이들이 오는 것을 기다렸다.

 

키와 아유키: 갑자기 왜 모이라고 한 걸까. 모노로그는

 

리 레이코: 이제 겨우 몇 명의 전용실을 확인하던 참인데 귀중한 시간을 빼앗다니.

 

모리와 토키와, 나이토는 전용실을 수사하던 도중 소집령을 받고 온 것 같았다.

 

이토 유즈루: 모노로그 자식이 안 보일 때 우리가 모니터실이나 카지노를 미리 다 조사해뒀는데. 할 말이 남긴 했을까?

 

루미나미 나몬: 아직 설명하지 않은 것에 대해 설명하려는 걸 수도 있지. 예를 들자면… 저런 거.

 

후루미나미는 카지노의 문을 가리켰다. 도박기기와 자판기. 화려한 기구들과 달리 벽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문. 중세 시대를 연상시키는 커다란 문.

 

어디로 이어지는지조차 수사할 수 없었던 문. 크레딧 제도에 대해서까지 알아냈지만 저 문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는 누구도 알지 못했다.

 

루미나미 나몬: 너희도 다 시도해봤겠지만 저거 안 열려. 모노로그가 없으니 안에 뭐가 들은 건지도 못 들었지만, 모노로그가 온다면 저 안에 뭐가 있는지 들을 수 있지 않겠어?

 

유즈미 나데시코: 안에 정말 뭐가 있을까… 금은보화 아닐까?

 

롤 브라이트: 분명 긍정적인 물건은 아닐 것 같아요. 숨겨둔 데엔 이유가 있겠죠.

 

바라 쿠리스: 그래도 심각하게 위험한 건 아니었으면 좋겠다.

 

나즈키 시노부: 응…? 머임.

 

칸나즈키가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나즈키 시노부: 이 냄새는

 

가죽 구두. 넓은 보폭. 상당한 몸무게.

 

발소리만으로 주인을 알아낼 수 있을 때가 있다. 인원이 한정된 환경. 높은 수준의 신체 편차. 대부분의 인원이 한 장소에 모여있는데 마지막으로 한 명이 다가오고 있을 때. 나는 그 발소리의 주인이 누구인지를 알 수 있었다.

 

문 앞에서 모노로그를 기다리고 있는 우리에게 다가온 것은. 야가미 토가였다.

 

가미 토가:

 

23T5U130: 야가미!

 

모노로그: 드디어 왔군. 보기보다 발이 빠르다니까.

 

23T가 야가미에게 달려가기 직전 모노로그도 바닥에서 솟아올랐다. 이제 함께 움직이는 모양이었다. 내통자와 흑막. 모노로그는 문 앞에 둥실둥실 떠서 우리를 내려다보았다.

 

모노로그: 자. 이리로 와라. 어서.

 

야가미는 나를 포함한 모두의 싸늘한 눈총을 받으며 모노로그를 향해 성큼성큼 다가왔다.

 

기와라 우시오: 우우우~

 

모노로그: 우선 너희 모두 크레딧이라는 제도를 새로 알게 되었을 테니. 규칙을 몇 개 추가하겠다.

 

규칙 16: 크레딧은 강탈할 수 없으며 양도가 불가능하다.

 

규칙 17: 크레딧은 탑을 수사하거나 카지노의 도박에서 승리함으로써 획득할 수 있다.

 

규칙 18: 크레딧으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의 가격은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키와 아유키: 그렇구나

 

루미나미 나몬: 그래서 모노로그. 저 문 너머에는 뭐가 있는 거야? 무슨 꿀단지가 있길래 몰래 먹으려 꽁꽁 감춰뒀어?

 

모노로그: 동기다.

 

나시: 동기? 살인게임의…?

 

모노로그: 그래. 이 안에 들어있는 것을 위해 너희들은 인원을 꾸려 문 안을 탐사해야 한다.

 

키와 아유키: 뭐가 들어있는지 말해.

 

모노로그: 그것은 아직 말할 수 없다.

 

바라 쿠리스: 뭐라는 거야. 그럼 우리가 왜 가?! 안 가!

 

모노로그: 안 가도 좋다. 그것은 너희의 자유다. 괜찮아. 탐사에 참여하는 것은 오직 너희들의 자유에 달려있다.

 

모노로그: 다만 우리의 내통자. 야가미 토가 군은 무조건 탐사에 참여한다는 점을 명심해라.

 

야가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무로 시라베: 야가미는 저 문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는 몰라도. 그 안의 것에 간섭할 수 있다는 뜻이 돼.

 

23T5U130: 그게 무엇인지는 몰라도… 우리가 참여하지 않는다면 야가미가 가지게 된다는 뜻이구나.

 

리 레이코: 혹시 흰 물건인가?

 

기와라 우시오: 아닐 걸. 저 안에 흰 물건이 있으면 왜 우리도 보낼 수 있게 해 뒀겠어. 야가미만 보낼 수 있게 막아 놨겠지.

 

나리 케이토: 그럼 그렇게 중요한 게 아닐 수도 있잖아!

키와 아유키: 중요한 것일 수도 있어. 그게 문제야.

 

무로 시라베: 그런데. 내통자를 우리와 함께 보내겠다고?

 

전혀 좋을 일이 없을 텐데. 왜 모노로그는 야가미에게 합당한 취급을 해주지 않지?

 

그를 우리 앞에 두는 것은 뜯어먹으라고 주선을 해 주는 격이었다. 모노로그는 그를 보호하지 못할 망정 그를 적대적인 환경에 몰아넣고 있었다. 야가미는 미도리카와를 살해해 모노로그를 도왔을 텐데.

 

내통자와 흑막 사이에 갈등이 벌어진 것일까?

 

키와 아유키: 무조건 야가미와 함께 가야 한다는 거야?

 

모노로그: 무조건 야가미 토가와 함께해야 한다. 몇 명을 보낼지는 너희들의 재량이지만 여섯 명이 최대라는 것만 알아두도록 해라.

 

기와라 우시오: 여섯 명. 포켓몬 엔트리 짜라 이거구만? 그런데 그중 한 명이 임포스터고.

 

바라 쿠리스: 꼭 여섯 명이 가야만 할까? 위험할 수도 있는데

 

23T5U130: 적은 수의 인원을 보내면 유사시에 야가미가 다른 이들을 전부 제압할 수도 있어.

 

무로 시라베: 많은 수의 인원을 보내더라도 야가미를 꺾을 수 없다면 야가미에게 더 많은 인질을 주는 것뿐이겠지. 몇 명을 보낼지 적절히 선택해야 해.

 

나리 케이토: 야… 애초에 이걸 꼭 가야 돼? 저 책 말을 어떻게 믿고 가?

 

기와라 우시오: 믿고 안 믿고 가 아니라 그냥 여기로 불렀으면 무조건 가야 한단 거야. 너도 방에 틀어박혀 있다가 모노로그한테서 쫓겨 왔잖아. 비슷해.

 

나리 케이토: 뭐야. 이 개자식… 어떻게 알고 있어?!

 

나시: 카나리 네가 울상을 하면서 내려왔으니까?

 

롤 브라이트: 결국. 꼭 가야만 한다는 거군요.

 

모노로그: 가서 죽지 않을 것 같은 자들만 선별해 보내도록.

 

바라 쿠리스: 죽는다니. 그런 재수 없는 소리 좀 작작해.

 

모노로그: 무의미한 말이 아니다. 정말로. 너희가 생각하는 가장 최적의 수를 보내야만 한다.

 

이토 유즈루: 아. 하필 야가미 저 자식도 같이 오냐일단 나. 23T는 확정이겠네. 저 자식 막으려면 어쩔 수 없어.

 

나이토가 문을 향해 다가갔다.

 

키와 아유키: 아니. 23T는 못 가. 23T가 탑을 비운 사이에 카이다가 탑을 습격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잖아.

 

이토 유즈루: 아. 그것도 그렇네… 알았어. 그럼 일단 23T는 탑에 남는 걸로 하자.

 

23T5U130: 알겠어.

 

리 레이코: 나 또한 가겠다. 그리고 리더 또한 탐사에 참여할 수 없다. 미지의 구역을 탐사하는데 리더가 가는 것은 위험이 너무 크다.

 

모리 또한 문 앞에 섰다.

 

이토 유즈루: 아. 또 너야… 그거랑은 별개로 토키와가 못 오는 건 나도 찬성. 할 일이 많잖아.

 

키와 아유키: 너희에게 위험을 부담시키는 것 같아서 부끄럽네

 

리 레이코: 너는 탑에 남아서 다른 이들의 전용실을 확인하기나 해라. 위험을 부담시키는 것이 아니라 각자 할 일을 분담하는 것이다.

 

키와 아유키: 나이토. 모리. 너무 위험하거나 남을 해칠 수 있는 일은 하지 마. 특히 모리 너는 더. 특히.

 

리 레이코: 부정적으로 검토해보지.

 

이토 유즈루: 긍정적으로 검토해봐 좀!

 

리 레이코: 다른 지원자는 없는가?

 

나이토의 말을 무시하며 모리가 말했다. 이것은 주저할 여지도 없었다. 조사에 직접 참여하는 것과 조사한 내용을 직접 듣는 것에는 많은 차이가 있었다.

 

무엇보다 모노로그가 직접 준비한 환경이라면 분명 카지노에서 도박이나 하는 것보다 탈출의 정보가 많을 수밖에 없었다.

 

무로 시라베: 나도 갈게.

 

갈 수밖에 없었다. 갈 수 밖에 없는 상황. 가야만 할 곳. 즉 카였다. 나는 문 앞에 선 나이토와 모리에게 다가갔다.

 

이토 유즈루: 괜찮겠냐?

 

무로 시라베: 괜찮지 않더라도 가야만 해.

 

리 레이코: 당연하다. 타당한 판단이다.

 

루미나미 나몬: 그럼 나도!

 

후루미나미가 손을 번쩍 들었다.

 

무로 시라베: 절대 후루미나미를 허락해선 안 돼.

 

키와 아유키: 후루미나미. 히무로 말대로 너는 못 가.

 

루미나미 나몬: 저도 수사에 참여해야만 합니다. 레스트레이드!

 

키와 아유키: 그게 누구야…? 아무튼 너는 갈 수 없어. 또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모르니까.

 

루미나미 나몬: 무능한 경찰들 같으니

 

후루미나미는 그렇게 중얼거리고 곰방대를 피웠다.

 

롤 브라이트:

 

생각에 잠긴 듯한 캐롤에게 모리가 먼저 말했다.

 

리 레이코: 상담사. 너는 올 수 없으니 생각도 하지 마라. 터치는 내통자를 견제할 수 있는 수단이지만 너무 위험하다. 너 자신이 제압을 목적으로 사용하지 못한다면 애초에 탐사에 참여할 필요도 없다.

 

롤 브라이트: 고려만 해 봤을 뿐 정말 갈 생각도 없었어요. 해야 할 일을 남겨두고 갈 수는 없으니까요. 그보다

 

롤 브라이트: 이젠 상담가가 아니라 상담사라고 불러주시네요.

 

리 레이코: 공리를 위해서다.

 

이토 유즈루: 공리 타령은 그만하고. 이제 두 명만 더 오면 될 것 같아. 마땅히 올 사람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키와 아유키: 칸나즈키. 저 문 안은 어떤 곳이야?

 

나즈키 시노부: 가기 싫은 곳.

 

리 레이코: 무당. 네 괴력이라면 큰 힘이 될 수 있다. 다시 고려하지 않겠나?

 

나즈키 시노부: 싫엉!

 

키와 아유키: 그러면 어쩔 수 없지… 강요할 수는 없으니까.

 

기와라 우시오: 어차피 두 명이 더 필요하면 그냥 내가 할래. 이제 하나 남았네.

 

하기와라 또한 합류하려는 사이에 이바라가 그의 팔을 붙들었다.

 

바라 쿠리스: 야. 굳이 가야겠어? 너 가봤자 아무런 도움도 안 돼!

 

나시: 이바라. 너무해!

 

기와라 우시오: 괜찮아. 괜찮아. 애초에 이렇게 다들 꼴값을 떨 필요도 없어. 위험하면 다시 문을 통해 나오면 되잖아. 게다가 나 말고 갈 만한 사람이 누구 있어?

 

하기와라가 이바라의 팔을 슬그머니 떼어내자 이바라는 잠시 할 말을 잃었다.

 

바라 쿠리스: 나?

 

기와라 우시오: 아하하하하학!

 

바라 쿠리스: 갑자기 뭐가 웃겨! 너 진짜 쳐맞을래?!

 

루미나미 나몬: 근데 진짜 갈 만한 사람이 없긴 하네.

 

리 레이코: 확실히. 리더와 인공지능은 참여해선 안 되고, 이름 없는 남자는 위험한 탐사에 적임자가 아니다. 무당은 거절했다. 연기자는 와선 안 된다. 상담사 또한 본인이 거절했다. 남은 후보는 코미디언과 서예가. 그리고 장의사뿐이다.

 

나시: 반박하고 싶지만… 나도 탑에서 할 일이 있어서 탐사에는 못 갈 것 같아.

 

이토 유즈루: 이바라. 어떠냐? 올 거야?

 

바라 쿠리스: …미안. 망할. 겁나 무서워!

 

이바라 또한 거절했다. 이제 남은 후보는 하기와라와 마유즈미뿐이었다.

 

유즈미 나데시코: 그러면

 

나리 케이토: 야! 너희 왜 난 무시해?

 

아. 맞아.

 

카나리가 소리치자 모리는 그를 물끄러미 보더니 혀를 쯧 찼다.

 

나리 케이토: 뭐야. 뭐냐고! 그거 무슨 뜻이야!

 

나시: 미안. 카나리. 잊고 있었어

 

나리 케이토: 지금 장난해?! 난 이 자리에 없다 이거야?!

 

무로 시라베: 넌 네 안위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니 위험한 조사에 참여할 리가 없는걸. 야가미처럼 위험한 이와 함께한다면 더욱 그렇고.

 

나리 케이토: 그래? 그럴 것 같아? 한 명 남았으니까 나만 들어가면 되겠네. 그래. 한 번 들어가 볼까?!

 

무로 시라베: 네 뜻대로. 하지만 분개심 탓에 그렇게 행동한다면 분명 후회하게 될 거야.

 

기와라 우시오: 에이. 큰소리쳐놓고 여기서 빼는 거 아니지? 그럼 가오가 없지. 최소한의 자존심도 버리는 일이야. 카나리. 이건 가야 해.

 

루미나미 나몬: 맞아. 한 번 들어가 볼까 하고 호기롭게 소리쳤으면서 얼버부리면 정말 이제 나 무시하세요. 난 겁쟁이일 뿐이에요. 뭐 이런 선언을 하는 거나 다름이 없지.

 

카나리를 놀리기 좋아하는 두 명이 슬쩍 말을 얹었다. 좋지 않았다. 카나리가 억지를 부려 탐사에 참여하게 될 경우 도움이 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았다.

 

카나리를 탐사에 참여시킬 바에는 그를 참여시키지 않는 편이 더 나을지도 몰랐다. 그가 탐사에 참여하여 얻을 수 있는 이점이란 시계를 통한 정확한 시간 측정뿐이었다.

 

유즈미 나데시코: 카나리. 너는 탐사 못 가.

 

나리 케이토: 왜 못 가냐고!

 

유즈미 나데시코: 내가 갈 거라서.

 

마유즈미는 그렇게 말하고 총총 문 앞으로 달려왔다.

 

유즈미 나데시코: 자. 준비 끝. 문 열어 줘!

 

모노로그: 준비가 끝났다면 열어 주도록 하지. 자. 너희 모두는 참여자들의 명단에 만족하는가?

 

키와 아유키: 아니! 잠깐. 잠깐! 멈춰!

 

토키와가 다급하게 모노로그에게 소리쳤다.

 

나시: 마유즈미. 정말 괜찮겠어?

롤 브라이트: 위험할지도 몰라요. 마유즈미 씨.

 

걱정으로 가득 찬 나나시와 캐롤의 목소리가 뒤따랐다.

 

유즈미 나데시코: 어차피 갈 사람 없잖아요. 그러니까 내가 갈 거야! 아무도 나 못 말려. 나는 짱구다!

 

마유즈미가 탐사에 참여한다?

 

카나리보다는 낫다. 당연히. 그녀는 스스로를 과소평가하지만 마유즈미는 충분히 큰 잠재력을 가지고 있었다. 인원 또한 채워진다. 이제 출발만 하면 될 정도로 상황이 맞아떨어졌다.

 

무로 시라베: 마유즈미. 진심이야?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음에도 그녀를 보며 한 번 물어보게 되었다.

 

유즈미 나데시코: 연근 야구공이지!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해 사고가 멈춘 사이 이바라가 소리쳤다.

 

바라 쿠리스: 마유즈미 넌 못 보내! 얘는 이 탑의 마지막 양심 같은 거란 말이야. 얘를 어떻게 보내!

 

바라 쿠리스: 얘가 없으면 이제 누구한테 장난을 치냐고… 누가 내 가짜 손 장난에 속아줘!

 

이바라는 마유즈미에게 다가가 그녀를 으스러지게 끌어안았다.

 

나시: 솔직히 그거 때문에 안 보내려는 거지?!

 

유즈미 나데시코: 이바라! 숨막혀어!

 

바라 쿠리스: 캐롤. 너도 말려봐. 마유즈미를 어떻게 보내? 아스모데우스랑 샐러리맨 기억하잖아. 얘를 어떻게 뭐가 있을지도 모르는 곳으로 보낼 수 있겠어!

 

유즈미 나데시코: 숨 막힌다니까. 이바라!

 

그녀에겐 안타깝게도 마유즈미는 그러고도 수십 초를 더 이바라에게 붙들린 채 버둥거리게 되었다.

 

롤 브라이트: 마유즈미 씨와도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그녀가 정말 원하는 게 탐사라면 저는 그걸 막아선 안 돼요.

 

롤 브라이트: 절대로 막아선 안 돼요. 절대로

 

바라 쿠리스: 아니 이해를 못 하겠어. 뭐라는 거야! 후루미나미 넌 어때?

 

루미나미 나몬: 난 마유즈미가 탐사에 참여하는 것에 전폭적으로 찬성해.

 

바라 쿠리스: 악. 젠장! 괜히 물어봤어! 겁나 불길하잖아?! 히무로. 넌 무슨 할 말 없어? 마유즈미랑 친하게 지냈으면서!

 

무로 시라베: 난 마유즈미의 자유의지를 존중해.

 

바라 쿠리스: 자유의지고 지랄이고 안에 뭐가 있을 줄 알고 친구를 거기로 보내게 둬!

 

나는 마유즈미를 보았다. 내 문서 위조에 그녀의 보증이 따랐던 것처럼. 내 행동에 그녀가 휘말린 것은 아닐까 의구심을 가졌다. 혹시 나와 동료가 되었기 때문에 마음에도 없는 행동을 하는 것이라면. 나는 이를 용납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녀의 표정에서는 그런 기색이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그게 다였다.

 

유즈미 나데시코: 친구니까 보내주는 거야. 내가 아무 생각 없이 오는 게 아니란 걸 아니까!

 

바라 쿠리스: 이해가 안 돼… 왜 다들 위험한 일을 자처하는 거야.

 

마유즈미가 버둥거린 끝에 힘이 풀린 이바라의 팔을 풀고 나왔다.

 

유즈미 나데시코: 걱정 마. 이바라. 나 오늘 컨디션 완전 울슈캡이거든.

 

무로 시라베: 울슈캡?

유즈미 나데시코: 요즘 유행어야. 울트라 슈퍼 캡짱의 줄임말!

 

이토 유즈루: 얘한테 줄임말 만드는 법 알려준 새끼들 자수해.

 

하기와라와 이바라가 아무 말 없이 손을 들었다.

 

기와라 우시오: 드릴 말씀이 없네요.

 

유즈미 나데시코: 아무튼 우리에 대해선 너무 걱정 마. 괜찮아! 위험하다 싶으면 바로 돌아올게! 나만 믿어!

 

이토 유즈루: 존나 멋있다! 그래. 그거야. 마유즈미! 이게 깡다구지!

 

유즈미 나데시코: 이게 깡다구구나! 솔직히 뭔지는 모르겠지만!

 

키와 아유키: 그렇다면야 우리는 반대할 수 없어. 다들 조심히 갔다 와.

 

롤 브라이트: 여러분 모두 조심하셔야 해요.

 

루미나미 나몬: 나중에 보자. 히무로! 뭐. 위험하다 싶으면 돌아온다니 곧 올 것 같긴 하지만.

 

리 레이코: 아니. 목숨의 위협이 있는 것이 아니라면 도망을 허용하지 않

 

이토 유즈루: 아아아아아! 어쩌고 저쩌고! 모노로그! 빨리 보내주기나 해! 빨리빨리 가자고!

 

23T5U130: 지금 가는 게 맞는 판단일까? 조금 더 준비하고 가는 게 낫지 않겠어?

 

무로 시라베: 미지의 것에 대비하는 것보다 빠르게 안의 환경을 확인하고 그에 필요한 물품을 골라 구비하는 것이 효율적이겠지.

 

이토 유즈루: 한 번 부딪쳐보자 이거지? 마음에 드네! 좋아. 한 번 가보자!!!

 

나이토가 호쾌하게 소리쳤다.

 

모노로그: 좋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문이 열린다!

 

문이 한 번 크게 요동치더니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다. 안은 온통 깜깜한 암흑이었다. 검은 고체가 문에 채워져 있는 것으로 보일 정도로. 안이 보이지 않았다.

 

그 안을 들여다보기 위해 몇 걸음을 더 다가가자. 내 몸이 서서히 그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감각이 느껴졌다.

 

모노로그: 이제 문이 열린다. 세 개의 기회로 통하는 문이 열린다! 최선을 다해 달려라. 경주마들아!

 

무로 시라베: 그게 무슨

 

말이 끝나기도 전에 여섯 명의 몸이 문 안으로 날아갔다.

 

마지막으로 나는 우리가 들어온 문이 쾅 닫히는 소리를 들었다.

 

 

 

 

 

 

정신을 차렸을 때 나는 누워 있었다. 문이 열리자마자 정신을 잃어버린 것이었다.

 

주변에서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기와라 우시오: 씨발거. 이게 무슨 일이야?

 

가미 토가: 후우

 

유즈미 나데시코: 으아. 머리가 빙빙 돈다아

 

이토 유즈루: 여기 어디야. 이건 무슨 소리야?! 잠깐. 이게 뭐야. 썅!!

 

리 레이코: 소리치지 마라. 승부사.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이지…?

 

하기와라. 야가미. 마유즈미. 나이토. 모리. 모든 이들의 목소리를 확인했다. 적어도 낙오자는 없었다.

 

몸을 일으키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서늘한 기후. 모래. 소금기의 냄새. 얕은 물이 자갈에 부딪치는 듯한 소리.

 

물. 넓은 물. 지속적인 흐름. 파도. 그에 따라 도출한 결론은.

 

무로 시라베: 바다잖아

 

이토 유즈루: 좆같은 바다잖아?!!

 

나는 푸른색으로 넘실대는 대량의 바닷물을 태어나서 처음 내 눈으로 보았다.

 

바다의 존재는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가까이에서 본 적은 없었다. 조금 걷는 것으로 바닷물에 닿을 수 있을 만큼 바다에 가까이 와 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

 

체험해본 적 없는 미지. 경험하지 못했던 것들.

 

바다. 물결치는 파도. 그녀가 알려줬으나 보지 못했던 것.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처한 상황의 파악마저 뒷전으로 넘기고 잠시 놀라움에 빠진 내 귀에. 야가미의 중얼거림이 들렸다.

 

가미 토가: 시작됐군요.

 

그의 쪽을 돌아보자 야가미는 어깨를 가볍게 돌리며 몸을 풀고 있었다.

 

가미 토가: 모노로그 씨가 준비한 살인의 동기는. 다른 차원으로 통하는 문입니다.

 

그 말을 끝으로 야가미는 나를 향해 팔을 휘둘렀다.

 

 

 

더 단크 타워

챕터 2: < 다른 세 개의 문이 있다 >

"이미 일어난 일은 되돌려질 수 있는가?"

 

 

 

 

 

개강했지만 본격적인 2챕터가 시작되었습니다

 

다크 타워의 2챕터 전개를 아시는 분들은 단크 타워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2챕터 본편에서 나온 정보를 토대로 충분히 알아내실 수 있을 겁니다 이제 큰 거 온다!!!

 

더 재밌게 쓰고 싶은데 생각대로 되지 않네요 그래도 곧 눈도 좋아질 테니까 컨디션도 훨씬 나아질 거임

 

2챕터부터는 자유행동의 대상이 정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원이 반갈죽돼서 그럼

 

그러니까 얼마 없는 2챕터의 프리 자유행동 기회에서 투표를 통해 자기가 원하는 캐릭터 자유행동을 보신 분은 큰 이득을 본 거임 이제 보고 싶어도 상황에 따라 못 볼 수도 있다고 아 ㅋㅋ

 

독자 여러분들의 관심과 사랑 덕에 오늘도 제가 이 소설을 올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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