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나즈키 시노부: 그렇게 해서 걔는 귀신한테서 벗어나서 잘 지낼 수 있었다. 끝.
야가미 토가: 대단한 무용담이군요.
칸나즈키 시노부: 어떻게 하는지만 알면 너희들도 대강 할 수 있을 거야. 토키와 얘기가 진짜 무용담이라고 할 수 있는 거지.
토키와 아유키: 그건 내 업적이 아니야. 나를 따라와 준 친구들의 업적이지...
야가미 토가: 몇백의 학생 시위대를 조직할 정도의 행동력을 보인 것은 당신입니다.
토키와 아유키: 그건 그냥 학생회장 공약을 달성하려다가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된 거야. 정말 난 아무것도 한 게 없어.
칸나즈키 시노부: 아. 뭔가 심심해서 자기 얘기나 좀 해보자고 시작한 일이 캠프파이어 앞에서 보글보글하게 나누는 옛날 얘기가 되어 버렸네...
칸나즈키 시노부: 그럼 이제 한 사람만 더 말하면 대충 수건 돌리기는 끝이야!
토키와 아유키: 음... 야가미. 어때? 말할 생각이 있어?
야가미 토가: 제 이야기는 그렇게 재미있지 않습니다.
칸나즈키 시노부: 에이. 말해 줘! 그 단안경. 단지 멋을 위해 차고 있는 건 아니잖아? 왜 한쪽 눈만 시력이 낮은 거야?
야가미 토가: 멋을 위해 차고 있기도 합니다.
토키와 아유키: 정말로...? 뭔가 의외인데.
야가미 토가: 정말입니다. 점잖은 첫인상을 보여주는 것은 협상에 있어서 상당한 이점이 됩니다. 특히 단안경은 서양의 고위층이 착용한다는 인식이 있죠. 잘만 사용하면 상대에게 제가 점잖다는 생각마저 심어줄 수 있습니다.
칸나즈키 시노부: 우와. 자뻑 봐!
야가미 토가: 자만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이게 사실입니다. 제 나름대로의 전략인 거죠. 제 몸이 상대에게 좋지 못한 첫인상을 주는 것을 알고 있으니 단안경이라도 차야 하지 않겠습니까?
토키와 아유키: 천만에. 야가미!
칸나즈키 시노부: 맞아. 너 같은 근육맨이 같은 편이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든든해져.
야가미 토가: 배려해주시지 않아도 됩니다. 저도 제 체구에서 타인들이 거부감을 느끼는 것쯤 알고 있습니다. 그걸 눈치채지 못한다면 이 자리까지 오지도 못했겠죠.
야가미 토가: 탑에 온 첫날. 여러분들 중 대부분이 저에게 경계의 시선을 보내지 않았습니까.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겠죠. 제 체구는 타인에게 위협적인 인상을 남기니까요. 그렇지만 이 몸을 만든 것에 후회한 적은 없습니다. 그래서도 안 되고요.
토키와 아유키: 그 몸. 운동으로 만든 거라면 정말 힘들었겠는데...
야가미 토가: 네. 열심히 만들었죠. 약간 필사적일 정도로 만들었습니다. 몇 년 전까진 토키와 씨보다 키가 약간 작은 정도였을 거예요.
칸나즈키 시노부: 이미 중학생 시절부터 토키와보다 약간 작은 수준이면 충분히 큰 건데... 카나리가 널 싫어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아.
야가미 토가: 당신의 표정도 충분히 카나리 씨를 닮은 것 같은데요.
칸나즈키 시노부: 당연하지! 부러워 미치겠어! 그러니까 키 좀 나눠주라. 응?!
야가미 토가: 나눠드릴 수 있어도 안 나눠드릴 겁니다.
칸나즈키 시노부: 원통하도다!
토키와 아유키: 아하하... 나라도 그럴 거야. 노력의 산물이니까.
야가미 토가: 그래서. 대강 이 정도 말했으면 만족하시겠습니까?
토키와 아유키: 응. 만족하지 않을 수가 없지. 네가 해준 네 이야기인 걸.
토키와 아유키: 그걸 우리에게 말해줬다는 건 우릴 신뢰하고 있다는 뜻이겠지? 우리를 조금이나마 더 믿어 줘서 고마워.
칸나즈키 시노부: 갑자기 생각난 건데. 캠프파이어는 특정한 의식에서 비롯되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지 않아?
야가미 토가: 정말 갑작스럽군요.
칸나즈키 시노부: 불은 욕망을 상징하잖아. 따뜻하지만 무척이나 파괴적이기에. 온기를 쬐이기 위해선 다가가야 하지만 너무 다가가면 화상을 입고 말지.
칸나즈키 시노부: 옛날 사람들은 그렇기에 불을 두려워하면서 동시에 숭배했을 거야. 아마 캠프파이어는 불을 중심으로 한 고대 공동체와...
토키와 아유키: 칸나즈키. 그 얘기는 나중에 하자.
칸나즈키 시노부: 구래!
더 단크 타워
챕터 1: < 죽여 마땅한 사람 둘 >
"과정은 결과를 정당화할 수 있는가?"
후루미나미 나몬: 뭣보다 중요한 건데. 자유행동 스택 쌓아야 돼.
히무로 시라베: 하지만 난 지금 들어야 할 이야기가 있어.
후루미나미 나몬: 좋아. 난 참을성이 많으니까. 가장 극적인 순간이 올 때까지 충분히 기다릴 수 있어.
후루미나미 나몬: 다들 자신만의 커리어 하이가 오는 법이지. 오직 한 사람을 위한 배역이 있고. 난 그걸 기다릴 뿐...
히무로 시라베: 그렇게까지 비장하게 기다릴 필요는 없고. 토키와는 어디로 갔어? 탑 밖을 탐사하러 갔나?
하기와라 우시오: 뭐야. 우리가 사람 짜서 탐사 보낸 거 어케 알았냐 시발련ㄴ아.
캐롤 브라이트: 하기와라 씨. 갑자기 나쁜 말씀은 하지 마세요.
하기와라 우시오: 아니. 이건 욕이 아니라... 그렇네. 다시 보니까 욕이 맞네. 그래서 난 병신이야.
나나시: 욕 하지 말라니까 또 욕을 하면 어떻게 해...
마유즈미 나데시코: 아무래도 하기와라가 머리를 세게 맞았나 봐. 그러게 양호실에서 쉬어야 한다니까!
이바라 쿠리스: 그래. 하기와라는 머리를 존나 세게 맞았나 봐. 아무리 봐도 머리를 다친 거로밖엔 보이지 않아. 어떻게 머리를 다치지 않고서야 저럴 수가 있겠어?
이바라의 말에 하기와라가 뚱한 표정을 지었다. 불어나는 만담을 감당하기 어려워 그들에게 물었다.
히무로 시라베: 결국. 토키와는 탑 밖을 탐사하러 나간 거야?
나나시: 앗. 대답이 늦었네... 응. 토키와, 칸나즈키, 야가미. 이렇게 셋이서 카이다를 찾고, 거리 왜곡에 대해서도 조사하러 갔어.
마유즈미 나데시코: 그치만 정작 카이다는 너희 근처에 있었네...
하기와라 우시오: 아니 그래서 사람 보낸 거 어케 알았냐고 이... 좋은 친구야.
히무로 시라베: 카나리의 혼잣말을 엿들었어. 엿들으려는 의도는 없었으나 결과적으로 그렇게 되었지.
카나리 케이토: 정신 나간 놈들이야... 카이다 그 또라이를 만나면 어떻게 될지 누가 알아. 아. 돌팔이랑 떡대는 힘이 세니까 괜찮을지도 모르지만... 그 샌님은 왜 걔들을 따라 나서냐고! 짐짝밖에 안 될 텐데!
히무로 시라베: 독백을 상당히 크게 하더라고. 그렇게 야가미, 칸나즈키, 토키와가 카이다를 찾아 떠났다는 걸 알 수 있었지.
나나시: 맞아. 그 세 명에게 전화를 걸어 둬야겠어... 카이다가 그 방향에 없다는 걸 알려줘야 하니까.
이바라 쿠리스: 여기서 마유즈미와 히무로를 위해 친절한 설명! 세 명은 카이다가 마지막으로 향했던 방향을 수색하러 갔으나, 사실 카이다는 그 반대 방향에 있었다!
하기와라 우시오: 탑 주변을 한 바퀴 빙 돌아 온 거야. 설마 거기로 올까 싶어서 다이얼로그 소중하게 품고 통화 연결한 채로 나갔는데. 딱 걸려서 개털렸지.
이바라 쿠리스: 그래서 내가 근처에 있던 캐롤이랑 나나시를 불러서 얠 구하러 나갔고...
하기와라 우시오: 역시 개털렸지.
23T5U130: 그 후 내가 4명을 구하러 갔고 카이다는 도망갔어. 그게 다야.
마유즈미 나데시코: 카이다가 그렇게 세?! 4명을 상대로... 심지어 캐롤 씨는 터치도 있는데!
캐롤 브라이트: 네... 팔을 붙잡히니 터치는 쓸 수도 없었어요.
나나시: 힘이 정말 엄청나. 히무로를 돌무더기에서 꺼냈으니 나이토나 야가미와 동급이겠구나. 생각했는데... 어쩌면 카이다가 제일 셀지도 모르겠어.
히무로 시라베: 사실 단순한 산업 스파이가 그 정도의 완력을 발휘한다는 건 어불성설이었지. 카이다가 수상한 면모를 보이기 전부터 그녀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느낌은 받았을 거야.
후루미나미 나몬: 떡밥이지. 떡밥. 대놓고 "나 조금 수상합니다. 알아주세요." 하는 떡밥들.
마유즈미 나데시코: 미안. 얘들아. 난 몰랐어...
캐롤 브라이트: 다들 카이다 씨를 믿으신 거죠.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에 캐묻지 않았고 존중했기에 대답을 강요하지 않았죠.
캐롤 브라이트: 그녀의 전용실에 흉기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모두가 생각했고 실제로 그녀는 흉기를 가지고 있었으나. 저희는 모리 씨의 의견에 동조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카이다 씨를 두둔했죠. 그녀를 믿었기에.
후루미나미 나몬: 그러나 그 결과는 우리들의 비극으로 끝났어. 극단적 행동과 부서진 신뢰... 이제 그녀와 우리의 관계는 회복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어.
나나시: 정말 그래. 당장 모리가 깨어나면 카이다를 당장 잡아들여야 한다면서 얼마나 길길이 날뛸지 모르겠어...
하기와라 우시오: 길길이 날뛰진 않을 거야. 오히려 제발 길길이 날뛰어주길 바라게 될 정도로 조곤조곤 중얼중얼거리겠지.
이바라 쿠리스: 으으. 싫어라.
히무로 시라베: 아무튼. 탐색조에게 통화를 걸자. 그들을 탑으로 불러들여야 해. 상황은 일단락됐지만 카이다가 규격 외의 힘과 흉기를 가지고 있다면 그들도 안전하지 않아.
하기와라 우시오: 그래. 누가 흉기를 가지고 있지 않은 이상 카이다한테 개길 순 없을 테니까.
모노로그: 실패했구나. 그러게 내 제안을 수락하지 그랬어?
카이다 쿠로하: 입 닥쳐. 이 새끼야! 누가 봐도 함정인데 내가 넙죽 네 밑으로 들어갈 것 같아?! 당장 꺼져!
모노로그: 썩은 동아줄은 잡지 않는다는 건가? 하지만 너에겐 이제 아무런 동아줄도 남지 않았다.
카이다 쿠로하: 말만 번드러지게 해요. 결국 나한테 계속 매달리는 처지면서.
카이다 쿠로하: 너에 대해서 뭔갈 알아내긴 했네. 너도 못 하는 일이 있다는 거. 그리고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단 거 말이야. 나에게만 계속 내통자 일을 제안하는 걸 보면 다른 자식들도 못 하는 일인가 보지?
모노로그: 오해가 있는 모양인데. 나도 널 부릴 생각은 없다. 단지 널 비웃으려 온 것이다.
카이다 쿠로하: 찌질한 새끼.
모노로그: 그럼 이렇게 재미있는 구경거리를 두고 침묵을 유지할까. 네 모습을 봐라. 장미를 뜯어먹고 가시밭길에서 자며 추하게 연명하고 있지 않느냐.
모노로그: 넌 항상 그런 식이었지. 진흙탕에서 저급한 삶을 이어나가다 망각 속으로 내빼는 것. 잘 훈련된 비수야. 사는 의미가 무엇이냐?
모노로그: 네가 감히 대답할 수 있다면 대답해 보거라. 사람의 본성은 선한가 악한가? 과정은 결과를 정당화할 수 있는가? 말해 봐라. 이 탑이 세워진 목적은 바로 그곳에 있다.
토키와가 계단을 마구 뛰어 올라왔다. 그 뒤에 야가미와 칸나즈키가 빠른 걸음으로 나타났다.
토키와 아유키: 허억... 허억... 다들 괜찮아?
야가미 토가: 토키와 씨. 상황은 이미 종료됐다니까요.
칸나즈키 시노부: 지금 그는 아무 말도 들을 수 없어.
마유즈미 나데시코: 물 좀 마셔. 토키와... 땀을 가랑비 오듯이 흘리고 있잖아.
토키와 아유키: 오면서 충분히 마셨어. 그러니까 빨리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얘기해 줘.
우리는 그 동안 있었던 상황을 간결하게 이야기해주었다. 빨리 뛰어왔기 때문인지 새빨갛던 그의 얼굴은 우리의 이야기를 들으며 약간 새파랗게 변했다.
토키와 아유키: 흉기. 협박. 게다가 너희들은 부상을 입었어... 내 불찰이야.
하기와라 우시오: 그닥? 내가 겁 없이 다니다가 다들 조질 뻔한 거지 넌 별로 잘못 없어.
이바라 쿠리스: 맞아. 나랑 통화 안 했으면 거기서 뒤졌을 이 생각 없는 새끼 땜에 그런 거야.
하기와라 우시오: 나도 생각이 있었어! 생각이 짧았을 뿐이지!
이바라 쿠리스: 참 잘나셨어!
토키와 아유키: 아니야. 나한테 책임이 있었어. 그런데 너희들이 카이다를 상대로 고군분투하는 동안 나는 아무런 생각이 없었어.
야가미 토가: 카이다 씨를 가만히 두어선 안 되겠군요.
토키와 아유키: 그래. 이젠 정말 안 되겠어. 최소한 모든 사람을 포용하려 했지만 네 명이나 인질로 잡힐 뻔했다면 경우가 달라.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카이다를 얽매어야 해.
이바라 쿠리스: 가자. 지금 당장 가자! 가자 가자 가자!
하기와라 우시오: 가즈...
히무로 시라베: 안 돼. 당장 가 봤자 카이다를 체포할 순 없을 거야. 그녀가 흉기를 가지고 있는 이상 직접적인 마찰은 피하는 게 좋아.
히무로 시라베: 우선 모리와 나이토가 깨어날 때까지 기다려 보자. 그 뒤 카이다를 어떻게 할지 논의해도 늦지 않을 거야.
칸나즈키 시노부: 걍 지금 깨우자!
나나시: 그건 좀... 아무리 그 둘이라도 회복할 시간을 줘야 해.
마유즈미 나데시코: 석식을 먹을 때쯤엔 일어나지 않을까? 몇 시간만 더 기다려 보자... 방금 23T를 만났는데 벌써 또 오진 않겠지.
토키와 아유키: 23T. 염치없지만 혹시 카이다를 찾아가서 제압할 수 있겠어?
23T5U130: 할 수는 있어. 하지만 카이다의 방향을 모르는 이상 아무리 나라도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고. 그동안 미도리카와는 내 감시 없이 이 탑을 누빌 수 있게 되는데...
토키와 아유키: 그럼 안 되겠네... 내 생각이 이번에도 짧았어. 히무로 말대로. 일단 모리와 나이토가 올 때까지 기다리자.
야가미 토가: 저녁 시간이 됐을 때, 다시 만나도록 합시다. 그때까진 섣불리 움직이지 마세요. 탑 안에서 보내셔야 합니다.
마유즈미 나데시코: 좋았어! 그동안 흰 물건을 찾아보자!
야가미 토가: 흰 물건을 찾는 것조차 위험합니다. 지금은 최대한 활동하지 마세요. 답답하더라도 전용실이나 숙소에서 시간을 보내시는 게 제일 좋습니다.
야가미가 마유즈미의 말을 단칼에 끊었다.
마유즈미 나데시코: 앗. 아앗... 알겠어...
캐롤 브라이트: 상심 마세요. 마유즈미 씨. 나쁜 생각은 아니었어요.
약간 의기소침해진 마유즈미가 캐롤을 올려다보며 거의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마유즈미 나데시코: 캐롤 씨... 역시 저한텐 캐롤 씨밖에 없나 봐요...
나나시: 뭔가 엄청 오해를 살 만한 말이 오간 것 같은데?!
하기와라 우시오: 자기 방에만 있으라고? 무슨 사회적 거리두기 같네. 마스크 쓴 친구가 방에서 자가격리하는 것도 그렇고.
하기와라가 미도리카와의 전용실 문을 똑똑똑 두드렸으나, 반응은 없었다.
23T5U130: 미도리카와에게서 대답을 듣는 건 어려운 일이야. 추천하지 않아.
이바라 쿠리스: 미도리카와. 이제 슬슬 나와주면 안 되냐? 솔직히 너 깜빡 졸았다가 죽으면 엄청 찜찜할 것 같단 말이야. 제발 좀 나와!!!
대답은 없었다. 그는 카이다와 모종의 일을 겪은 것으로 보였는데. 그를 도와 카이다 쿠로하에게 맞선다면 어떨까?
짧은 생각이었다. 그가 카이다를 없애고 난 뒤 목표가 우리의 쪽을 향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적어도 그가 자신의 전용실 밖으로 나오기 전까진 모든 게 불확실했다.
나이토와 모리가 깨어나면 미도리카와에 관해서도 긴히 이야기를 나눠봐야겠지.
후루미나미 나몬: 대충 용건 끝난 거지?
토키와 아유키: 그래. 이제 해산해도 좋아. 모두들. 저녁 식사 시간에 다시 만나자. 탑 밖으로 나가지 마. 위험하니까.
토키와 아유키: 난 계속 23T를 감시하고 있을 테니 너흰 자유롭게 시간을 보내도록 해.
하기와라 우시오: 자. 저녁 먹을 때까지 나랑 이바라랑 영화 볼 사람!
이바라 쿠리스: 왜 내가 영화 보는 걸 당연하다는 듯이 말하냐?
하기와라 우시오: 어차피 볼 거잖아.
이바라 쿠리스: 그렇긴 하지!
나나시: 난 나중에... 오늘은 좀 졸려서.
캐롤 브라이트: 네. 나나시 씨는 오늘 많은 일을 겪으셨고 밤도 새우셨으니... 이만 주무시러 가세요. 좋은 꿈 꾸시고요.
마유즈미 나데시코: 영화가 테레비 같은 거지?
하기와라 우시오: 테레비보다 더 쩌는 거지! 내 전용실에 얼마나 큰 스크린이 있는지 네가 보면 깜짝 놀랄 거다! 소파도 존나 푹신푹신해!
마유즈미는 하기와라의 열정적인 목소리에 고개를 갸우뚱할 뿐이었다.
마유즈미 나데시코: 소파...?
이바라 쿠리스: 다른 사람들은 어때. 같이 볼래?
야가미 토가: 사양하겠습니다.
캐롤 브라이트: 저도 오늘은 생각을 더 정리해보고 싶네요.
칸나즈키 시노부: 싫다.
하기와라 우시오: 다 빠꾸 먹었네. 어이 히무로맨. 믿고 있다고!
마유즈미 나데시코: 뭔지는 모르겠지만 재밌어 보여. 같이 보자!
후루미나미 나몬: 히무로는 못 갈 걸. 그와 난 이제부터 그의 전용실에서 시간을 보내야 해.
굳이 저렇게 표현해야 했을까. 그러나 바로 방금 전 한 구두약속이었으니 부정하진 않았다.
마유즈미 나데시코: 그...렇구나?
하기와라 우시오: 아... 답변 고마워.
후루미나미 나몬: 히무로. 이제 따라와. 네 전용실로 가자.
히무로 시라베: 따라오라니? 내 전용실을 열 수도 없는데 어째서 당연하다는 듯이 따라오라고 말하는 거야?
혹시 사건을 찾아 앞장서는 셜록 홈즈와 그를 따라가는 존 왓슨의 상황극을 의도한 것인가 순간 생각했지만. 후루미나미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 것으로 보아 아닌 것 같았다.
후루미나미 나몬: ...그게 맞네. 그럼 네가 앞장서. 내가 따라갈게.
히무로 시라베: 알겠어.
왁자지껄하게 떠드는 몇 명의 목소리르 뒤로한 채 나는 전용실의 문을 열었다.
후루미나미 나몬: 여전히 안은 생각보다 깨끗하네.
히무로 시라베: 이야기를 하기 전에. 찹쌀떡과 커피를 제공받을 의사가 있어?
후루미나미 나몬: 당연하지. 오히려 부탁하고 싶을 정도야.
믹스커피를 타고 찹쌀떡을 상자에서 하나 꺼내 그녀에게 제공했다.
히무로 시라베: 믹스커피이긴 하지만 만족했으면 좋겠어.
후루미나미 나몬: 고마워. 잘 마실게.
후루미나미는 커피를 마시더니 나를 이해한다는 듯한 인자한 웃음을 지었다. 그녀는 연극 속의 등장인물처럼 과장된 몸짓으로 잔 안을 들여다보았다.
후루미나미 나몬: 이 쌉싸름함. 부드러움. 달콤함. 이것은 사랑의 맛! 소중한 사람에게 보다 맛있는 커피를 주기 위해 단련한. 일품의 솜씨구나!
히무로 시라베: 그건 아니야. 오히려 내가 그녀로부터 커피를 제공받는 입장에 있었어. 그것도 커피믹스였으니 맛은 일정했을 거야.
사실을 말하자 후루미나미의 과장된 움직임이 차분하게 바뀌었다.
후루미나미 나몬: 크흠! 아무튼. 맛이 좋네. 히무로 너도 한 잔 하지 그래?
히무로 시라베: 그럴까. 나쁠 것도 없지.
후루미나미 나몬: 내가 타 줄까? 가만히 마시고 있기도 영 무안해서.
히무로 시라베: 괜찮아. 넌 엄밀히 말해 손님 입장이니 편하게 있어.
우리는 잠시 커피를 마셨다.
히무로 시라베: 오늘은 셜록에 이입하지 않네.
후루미나미 나몬: 오늘은 셜록이 아니라 후루미나미로서 이야기하고 싶었거든.
히무로 시라베: 그렇구나.
그리고 우리는 커피를 다 마셨다.
후루미나미 나몬: 우리가 서로에 대해 어디까지 이야기했더라.
히무로 시라베: 후루미나미 가문에 있는 근본적인 문제를 말해주기 직전까지.
대답하면서 난 위화감을 느꼈다. 묘하게 거리감이 좁혀지지 않았나? 분명 어제까진 '서로' 같은 단어는 쓰지 않았을 텐데. 왜 갑자기 친밀감을 암시하는 어휘를 사용하는 것일까?
후루미나미는 일전 내 전용실에 들어왔을 때. 날 난처하게 만드는 것에서 즐거움을 느꼈다. 약간 집요한 태도를 취하기도 했다.
캐롤이 무언가를 눈치채고 재빨리 나와 후루미나미에게서 멀어졌다. 무엇을 눈치챘는지는 몰라도 크나큰 오해임이 틀림없었다. 정말 크나큰 오해임이.
후루미나미 나몬: 이제 들을 사람 없네?
아마 그 일환일 것이다. 다만 그저 발전했을 뿐. 솔직히 달갑지 않았지만 그런 기색을 내진 않기로 했다.
후루미나미 나몬: 좋아. 근본적인 문제 얘기 좀 할까. 후루미나미 가문에는 이상한 믿음이 있는데, 후루미나미의 정통 피가 이어진 자만이 연기자가 될 수 있어. 반대로 정통 피가 이어지지 않은 이는 아무리 뛰어나도 연기자가 될 수 없고.
히무로 시라베: 정통 피?
전통 중시적 성향, 시장 지배적 집단, 가족 공동체, 정통 후계자. 혈족주의...
히무로 시라베: 설마 근친혼을...
후루미나미 나몬: 아니야.
후루미나미 나몬: 아니야. 다급하니까 두 번 말했어. 절대 아니야.
히무로 시라베: 오해해서 미안해. 폐쇄적인 규율을 가진 집단일수록 근친혼을 통해 집단 내의 유전적 순수성을 보전하려는 경우가...
후루미나미 나몬: 아. 아니야... 아니라니까.
히무로 시라베: 실례가 됐겠지. 미안해.
후루미나미 나몬: 괜찮아. 전문 지식을 가진 사람 앞에서 지나치게 떡밥을 뿌리면 이렇게 되는 거겠지...
후루미나미 나몬: 아. 어떡해. 당황해서 캐릭터 붕괴됐잖아... 일관성이 사라졌어. 여유로운 4차원이 내 이미지인데... 흑... 흑...
후루미나미가 두 손을 모아 자신의 얼굴을 묻었다. 울고 있는 사람을 상대한 경험은 한 손으로 셀 수 있을 만큼 적었기에 낭패감을 느꼈다. 그때와 똑같이 행동하기에 그 사례들은 일반화될 수 없는데...
애초에 이것이 울음을 터뜨릴 정도의 일인지 의구심마저 들었으나, 나는 타인이 눈물을 흘릴 만한 일인지를 자신의 시각에서 평가하는 것이 오만임을 떠올렸다.
"혹시 연구소 안에 다른 실험체들은 없었습니까?"
"실패한 실험체들은 전부 처분되었다고 네가 말하지 않았나?"
"실패한 개체들은 그렇습니다. 그러나 경미한 부상이나 질병을 얻은 개체들은 연구소 내의 요양시설에서 정상적인 상태를 회복한 뒤 실험에 복귀하곤 했습니다. 최근 마지막으로 남은 세 개체 중 두 개체가 요양시설로 향했습니다. 그들은 아직 살아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마취제, 독극물, 구속구, 침대가 있는 방 말이라면 텅 비어있었다. 그 살풍경한 곳이 요양시설이라니..."
"그렇군요."
눈물을 흘릴 일이 아니라며 눈물을 흘림을 질타하는 것은 그것이 눈물을 흘려야 마땅한 일이라며 눈물을 흘리지 않음을 질타하는 것과 같았다.
히무로 시라베: 후루미나미. 괜찮아?
후루미나미가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얼굴에는 눈물 한 방울도 맺혀있지 않았다. 딱딱하게 굳어버린 내 표정을 보며 후루미나미는 씨익 웃었다. 어깨의 으쓱거림. 속았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후루미나미 나몬: 당연하지. 난 여유로운 4차원이니까.
장난이 재미가 있느냐 없느냐라는 양비론으로 나뉠 수 있다면 사실 이 장난은 재미가 없었다. 그러나 후루미나미의 입꼬리와 안면 근육의 움직임으로 보아 그녀는 무척 즐거워하고 있는 것 같았으니. 넘어가도록 하자.
히무로 시라베: 속았네.
후루미나미 나몬: 난 속이는 재미가 있는 사람이 좋더라. 무표정으로 허둥지둥 거리는 거 잘 봤어. 후후...
히무로 시라베: 내가 속았으니 빨리 '정통 피' 라는 명칭이 왜 후루미나미 내에서 사용되는지나 이야기해 줄래?
후루미나미 나몬: 물논. 간단해. 후루미나미 가문에는 후루미나미와 아무런 유전적 관계도 없는 이들이 꽤 많거든.
히무로 시라베: 양자를 들이는구나.
후루미나미 나몬: 응. 후루미나미 가문은 이따금씩 후루미나미에 걸맞는 능력을 가진 자들을 양자로 들이곤 해. 가능성이 출중한데 환경이 녹록치 않은 이들에게 스폰서가 되어주는 거지.
후루미나미 나몬: 그래서 후루미나미 가문이 시장을 독점한다는 논란이 나와도 이들의 독점이 멈추지 않는 거야. 당장 생활이 급한 인재들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오니 영상 매체계에서의 위상이 높을 수밖에.
히무로 시라베: 사람들에겐 문화 산업을 증진시키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로 보이겠지. 후루미나미 가문에 속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이들도 많을 거고.
후루미나미 나몬: 참 영악한 방법이야... 권력을 가지고 있으니 구성원들에게 어떤 일도 요구할 수 있고 반대의 목소리는 묵살하면 되니까.
후루미나미 나몬: 아. 다른 얘기로 샜네. 이렇게 양자를 들이는 건 후루미나미의 영향력을 위해 필수적인 일이지만, 순혈주의자들은 못마땅해하지.
후루미나미 나몬: 순혈주의자. 뭔가 용어가 슬리데린스럽긴 한데 정말 이런 사람들이 있어. 후루미나미의 피가 조금이라도 섞인 사람은 금(金)이라 부르며 지원해주는 반면, 후루미나미의 피가 섞이지 않은 양자는 철(鐵)이라고 부르며 홀대하는 사람들 말이지.
히무로 시라베: 굳이 그러는 이유가 있어? 연기를 상징하는 가문이니 연기자들이 가문 내의 권력을 독점하고 있고, 그렇기에 양자들에겐 권력을 나눠 주지 않으려는 거야?
후루미나미 나몬: 그런 해석도 말이 되네. 하지만 아니야. 오히려 그런 이유였으면 나도 다른 이들도 납득했겠지만. 그들은 정말 듣지도 보지도 못한 미신적인 이유 때문에 그러는 거야.
후루미나미 나몬: 후루미나미의 시초들은 연기자가 되기 위해선 특별한 자질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 단지 마음가짐이나 노력으로는 이룰 수 없는 경지가 있다고 말이야.
후루미나미 나몬: 자신의 몸까지 불사를 수 있는, 연기에 대한 집념. 스스로를 승화시키더라도 화면에 그 인물 자체를 담아낼 수 있는 집착. 그건 후루미나미의 피가 이어진 자들만이 가지고 있다고, 그게 없는 연기는 전부 무언가의 모방에 불과하다고 여겼지.
히무로 시라베: 그렇지만 연기는 무언가의 모방이잖아. 등장인물을 꾸며 내는 것이니까.
후루미나미 나몬: 맞아. 연기의 본질은 결국 꾸며냄이고, 대부분의 연기는 그저 꾸며내는 것에 그치지. 그러나 가끔씩. 사물과 완전히 동화될 수 있는 사람이 있어.
후루미나미 나몬: 순간 자신의 육체에서 해방된 채 본질부터 다른 존재가 되는 거야. 그건 마치 영적 체험을 하는 기분이 들 정도지. 교인들이 예배 도중 자신을 압도하는 무언가를 느끼듯 그 순간 후루미나미 나몬이 사라지고, 연기자가 그 자리를 메워.
후루미나미 나몬: 그 몽롱함과 여운에 젖어서 현실에 좀처럼 돌아오지 못하고, 환각제의 효과가 서서히 떨어지듯이 마침내 자아를 되찾으면 이상한 감각마저 들어. 내가 내가 아니게 되어버리는 감각.
히무로 시라베: 네 말대로라면 넌 이미 그 경지에 오른 것 같은데. 그게 네 메소드 연기구나.
후루미나미 나몬: 아니야. 메소드 연기는 과정일 뿐. 나도 온전히 배역과 동화된 적은 없어. 내가 원하는 경지는 내가 배역을 찾아 나서는 거야. 배역을 기다리는 게 아니라.
히무로 시라베: 이해가 잘 안 되네. 미안해. 내가 네 분야에 문외한이라서.
후루미나미 나몬: 이해할 필요 없어. 느끼는 거지. 넌 그런 느낌 받은 적 없어? 자신의 변화에 두려움을 느끼고 충격을 받으면서도. 그만두고 싶지 않은 느낌. 이 끝에 무엇이 있는지 궁금해지는 느낌 말이야.
후루미나미 나몬: 너무 남달라. 이게 내가 맞나? 난 언제부터 이랬던 걸까? 괴리감을 느끼지만 스스로에게 거부감을 느끼진 않지. 오히려 원래부터 이랬던 것처럼 너무나도 익숙해서, 일종의 두려움마저 느껴지는 거야.
히무로 시라베: 변화......
변화.
옥상. 커피. 보고를 빙자한 담화. 이젠 익숙하다. 과장된 어조와 동작. 단순한 지시사항과 대조적인 화이트보드와 수첩을 사용하는 프레젠테이션. 일련의 행동들은 그녀가 스스로의 노력을 타인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가면적 행동이다.
자신이 장담한 것에 비해 카텟 기관의 변하지 않자 나에게 자신의 의지를 강조하려는 일이기도 하다. 이런 것 없이도 그녀가 노력하고 있음은 알 수 있는데. 내가 그녀를 질타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걸까. 날이 갈수록 그녀의 부담은 늘어나는 듯하다.
"이 사람. 이 사람. 이 사람. 신경 쓰이는 사람부터 이야기 나눠 봐. 내가 미리 얘기해 뒀어. 넌 나쁜 사람이 아니니까 천천히 다가가 보면 분명 친해질 수 있을 거야. 카텟 기관에 천천히 녹아드는 거지."
"그렇지만 내가 신경을 쓰고 싶은 사람은 너 밖에 없다. 시라유키 히메리."
"...뭐? 어? 앗. 지금... 어?"
"내가 말실수를 했나."
"아니. 아니야! 음. 단지 좀 당황스러워서... 네가 나한테 그런 감정을 가진 줄은 몰랐는데."
"그런가. 오히려 난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다. 당연..."
"대화와 관계는 우호적 태도로부터 시작된다. 그러나 거의 모든 기관원이 내게 적대적이다. 그러니 오직 네게 신경을 쓰고 싶을 수밖에."
"아. 그러니까 그게... 아하. 알겠어. 고마워. 미안해."
"내가 말실수를 했나? 네 반응에는 여러 표현이 섞여 있다. 내가 널 당황하게 만들었나?"
"아냐. 넌 말실수 안 했어. 내가 착각한 거지."
"내 말에 착각의 여지가 있었다면, 그리고 내가 말실수를 한다면 지적해주길 바란다. 난 네가 난처해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흐흐흥. 왜. 네가 날 신경 쓰니까?"
"그렇다. 또한 네가 내 생존을 위해 크게 노력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보다 왜 느닷없이 음흉하게 웃은 것이지?"
나는 무언가를 예감했다. 변화가 생기고 있다. 내 결함에 대한 변화이다. 그러나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
히무로 시라베: 알 것도 같다.
후루미나미 나몬: 우수에 젖은 눈빛 하긴... 표정 한 번 볼 만하네. 누구 생각해?
히무로 시라베: 그것이 표정에 드러나나?
후루미나미 나몬: 너무 잘 보여서 아까까지 목석같던 사람인가 싶어. 그 사람이 정말 소중한 사람이었던 것 같네.
히무로 시라베: 그랬지.
후루미나미 나몬: 네 정체가 정체이기에 널 받아들이지 못했던 카텟 기관에서. 그 사람이 분명 네게 큰 힘이 되어 주었을 테지.
후루미나미 나몬: 참 이상적인 관계였겠네. 네 유일한 이해자. 네 얼음 같은 마음을 녹여버린 유일한 사람. 하긴 다른 사람에겐 눈길도 잘 안 주는 만큼 자기 사람한테는 각별하게 대했겠지.
히무로 시라베: 무슨 말을 하고 싶나?
후루미나미 나몬: 그냥 심술이나 투정 좀 부린다고 생각해 줘. 나랑 얘기하다가 갑자기 과거를 회상하고 있으면 좀 조연으로 밀려난 느낌이 들거든.
후루미나미 나몬: 널 탓하는 건 아니야. 지내온 시간이 있으니까... 오늘은 이미 충분히 즐거웠으니 이만 돌아가 볼게.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비로소 현실로 돌아올 수 있었다. 나를 압도하는 무언가. 후루미나미에게 연기가 있다면 내겐 과거가 있었다. 그 당시의 기억은 대부분이 인상 깊다. 그렇기에 단지 생각하는 것 만으로 그것은 날 압도한다.
완전해지려는 욕구. 로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그것을 가지고 있었다. 발전하고 진화하려는 욕구. 어쩌면 연인 관계 역시 그것으로부터 비롯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서로의 결점을 메움으로써 서로를 완전하게 만드는 것. 부족한 것을 채우려는 것. 그게 욕망의 본질이 아니던가.
내게 결핍된 무언가가 채워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의 순수한 놀라움을 기억한다. 핵분열을 처음 발견한 과학자의 기분. '가능한 일이었어' 라는 놀라움. 완전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은 금수마저 꾀어 버릴 만큼 유혹적이었다.
그렇기에 누구나 그것을 뒤쫓는다. 개인 간의 편차가 있을 뿐 전부 그렇다. 난 후루미나미의 기행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아무리 이질적인 행동이라도 그것이 그녀 나름대로 완전성을 추구하는 것이라면.
이야기를 나눠 보자. 그런다면 서로를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
히무로 시라베: 후루미나미. 또 이야기를 나눠 보자.
후루미나미는 전용실 문을 열고 나가려다 말고 몸을 휘릭 돌렸다. 방향을 튼 그녀는 나를 보며 말했다.
후루미나미 나몬: 네 쪽에서 권하는 거야? 의외네. 하지만 기분은 좋아.
후루미나미 나몬: 오늘은 내 얘기를 잔뜩 했으니. 다음 만남에는 네 얘기를 잔뜩 해 보자. 그러면 공평하지.
히무로 시라베: 동의할게.
후루미나미 나몬: 후후... 다음 이야기. 드디어 밝혀지는 히무로의 과거. 그는 무슨 일을 겪어 왔는가? 채널 고정. 다음 이 시간에. 기대하시라...
칸나즈키 시노부: 이름 없는 자야. 고민이 있니?
칸나즈키가 부채로 그녀의 입을 가린 채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평소와 달랐다. 깊고도 울리는 그 목소리와도 달랐다. 처음 들어보는 그녀의 또 다른 목소리는 마치 연상의 여인 같았다.
이게 모노로그가 말하던 신내림인가? 정말 다른 사람 같다...
밤을 새운 데다가 카이다 앞에서 너무 긴장했던 탓인지. 나는 숙소에서 눈을 붙이려고 했다. 솔직히 너무 피곤해서 다른 이들에게 내일 내가 일어나면 어떤 결정이 내려졌는지 알려달라는 양해마저 구한 뒤였다.
그러나 내가 숙소 문을 열기 직전. 칸나즈키가 내 손을 낚아챘다. 잠시 어디론가 내 몸이 딸려가나 싶더니 어느새 나는 칸나즈키의 전용실 안에 있었다.
병풍. 사람들이 그려져 있는 많은 옛날풍의 그림들. 화려한 장식품. 도자기로 만든 식기들. 날카로운 작두...? 저걸 흉기로 쓰진 못 할 테니 괜찮으려나. 약간 붉은색의 조명들 밑에서 여러 신성한 물건들에 둘러싸이니 어딘가 긴장되는 느낌을 받았다.
칸나즈키에게 끌려 순식간에 머리가 산발이 된 채. 나는 이 상황을 최대한 이해하려 노력했다.
나나시: 갑자기 말투가 달라졌네.
참 많이도 이해했다.
칸나즈키 시노부: 네가 최대한 거부감을 느끼지 않을 만한 말투를 한 거란다.
나나시: 내가...?
칸나즈키 시노부: 넌 연상이 취향이잖니. 그러니 이렇게 말하면 네가 더 솔직해지지 않을까...
나나시: 아니거든! 난 동갑도...!
칸나즈키 시노부: 동갑내기? 너 지금 동갑내기에게 사랑에 빠졌니?
나나시: 아니. 그건 아닌데. 그냥... 당연하다는 듯이 말이 나왔네.
난 멀뚱멀뚱 눈을 깜빡였다. 정말이지 이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뭐지?' 왜 자연스럽게 이런 말을 한 건지 난 이해가 되지 않았다.
칸나즈키 시노부: 탑에 오기 전의 너는 그랬던 것 같구나. 사람의 무의식이란 건 수면 위로 잘 끌어올려지지. 끊어져 있는 연결 고리가 아무렇지도 않게 연결됐다가 다시 끊어지는 일도 비일비재하단다. 그보다...
칸나즈키 시노부: 연상과 동갑내기. 네 취향은 그렇구나. 흠. 나중에 점을 봐줄 기회가 있다면 이걸 토대로 삼아야겠어.
나나시: 나 이거 싫어.
내가 여기서 대체 뭘 하고 있는 거지...
나나시: 애초에. 대체 절 왜 데려온 거예요?
칸나즈키 시노부: 존댓말을 하는구나.
나나시: 아니. 지금 칸나즈키가 아니라 다른... 무언가 시잖아요. 존댓말을 하는 게 맞는 것 같아서요.
칸나즈키 시노부: 네가 그렇다면 그러렴. 널 데려온 이유는, 마음의 갈피를 못 잡는 사람에게 갈피를 잡아 주려고 한 거라고 치자꾸나.
칸나즈키 시노부: 사실 너 말고도 한 명을 더 데려오려 했는데 그 아이는 오지 않겠다는구나. 어쩔 수 없는 일이지.
나나시: 마음의 갈피? 모리가 쓸법한 단어네요. 제가 그 갈피를 잃었으니 계도하시려는 건가요.
나나시: 칸나즈키가 부럽네요. 당신이 있으니 그녀는 절대 길을 잃지 않겠죠. 저랑 다르게.
칸나즈키 시노부: 누구나 길을 잃는단다. 칸나즈키도 몇 번이나 길을 잃은 적이 있어.
나나시: 당신이 옆에 있는데도요? 제 몸에 들어올 수 있는 조언자가 있다면 누구나 길을 잃지 않을 텐데요.
칸나즈키 시노부: 시노부의 어미가 죽었을 때 그렇게 됐지.
나나시: 앗...
그래. 분명 모노로그가 말한 적이 있다. 칸나즈키가 어머니와 사별한 후 일본인 아버지와 함께 일본으로 오게 되었다고... 의도친 않았지만 그 상처를 후벼 팠구나. 잘하는 짓이다.
칸나즈키 시노부: 자세히는 말 못 하겠구나. 시노부 입장에서 눈 뜨고 보니 누군가가 가정사를 다 꿰고 있는 건 좀 불쾌한 경험이지 않겠니.
나나시: 아니에요. 괜찮아요. 오히려 죄송해요...
칸나즈키 시노부: 수호신도 수호령도 결국 중생의 모든 것에 간섭할 순 없어. 너흰 언제나 두려워하고, 혼란스러워하고, 유혹에 빠지지. 불완전하니까.
칸나즈키 시노부: 네 두려움은 무엇이니. 이름 없는 자야.
나나시: 두려운 거요...?
난 두려운 게 많은 사람이었다. 카이다가 두렵고, 모리가 두렵고, 모노로그가 두렵고, 탑에 내려 꽂힌 광선이 두렵고, 살인 게임이 두려웠다. 그러나 그것들을 두렵게 만드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 있었다.
나나시: 죽는 게 제일 무섭죠. 사실 지금도 무서워요. 당신 완력이면 절 순식간에 죽일 수 있을 테니까요.
칸나즈키 시노부: 내가 그런 일을 왜 하겠니. 그리고?
나나시: 그리고...
숨기는 건 의미가 없을 것 같아서. 그냥 솔직하게 말하기로 했다.
나나시: 제 기억을 찾지 못할까 봐... 무서워요.
칸나즈키 시노부: 그래? 그거 재밌구나.
나나시: 하나도 재미없어요. 제 입장에서는 하루하루가 괴롭다고요... 카텟 기관에 있었던 기억인지 뭔지는 몰라도 가끔씩 머리에 뭔가가 떠올라요.
나나시: 제 전용실에 갔을 때도 떠올랐어요. 누가 날 잊지 말아 달라면서 전화박스 안에서 사라지더라고요. 말 그대로요. 환상처럼 과거를 겹쳐 본 것일 뿐인데...
나나시: 정말 가슴이 찢어지도록 아팠어요. 그런데 그 사람의 이름도 취미도 아무것도 기억이 안 나요. 심지어 저는 제 이름도 모르죠... 빨리 기억을 찾고 싶어요.
칸나즈키 시노부: 여기서 나가고 싶어서 찾으려는 건 아니지.
나나시: 네...?
칸나즈키 시노부: 제일 무서운 게 죽는 거라고 말했지만, 정작 기억을 찾지 못하는 게 무서운 이유는 줄줄이 나오는구나. 넌 죽는 건 그다지 무서워하지 않아.
칸나즈키 시노부: 단지 기억을 찾지 못한 채 죽는 게 무서울 뿐이지. 그러니 따지고 보면 죽는 것도 무서운 거겠지만... 네게 있어서 1순위는 기억이라고 할 수 있어. 그렇지 않니?
저게 내 진심인가. 내 목소리를 녹음한 뒤 들어 보듯이. 그것은 내가 알고 있던 내 마음과 달랐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이상할 정도였다.
난 생각보다 기억에 목을 매고 있었구나. 언제나 그랬던 것 같기도 했다. 다만 혼란스럽기에 잠시 잊고 있었던 것일 뿐. 난 내 기억을 원했다. 그리고 그 이유는?
칸나즈키 시노부: 이름 없는 자는 어떤 연결도 만들지 못해. 내가 시노부에게 처음 왔을 때 우리 둘은 서로의 이름을 말했단다. 사람들의 만남이 그렇게 시작하듯이 말이야.
칸나즈키 시노부: 하지만 너는 이름을 가지고 있지 않아. 네 이름은 나나시가 아니지. 바보의 농담처럼. 이름 없는 사람이라는 것이 이름이 될 순 없으니까. 넌 이름이 없기에 기억이 없기에 타인과 연결을 만들 수 없다고 생각하는 거지?
나나시: ......
칸나즈키 시노부: 불쌍한 것. 네 기억을 찾는 것을 말리진 않으마. 기억은 단지 기억이 아니니까. 삶의 모든 것들이 담겨 있으니 그것은 사람을 정의하는 무언가란다.
칸나즈키 시노부: 그러나 그것에 목을 매진 마렴. 네 목이 매달릴 수 있어.
"나 잊지 마... 잊으면 안 돼. 알겠지?"
빛이 너를 산산조각낸다.
나나시: 지혜로우시네요... 그렇지만 저는 아직 잘 모르겠어요.
나나시: 다른 사람들은 각자 매달릴 게 있어요. 그것이 취미든 친구든 신념이든 그걸 중심으로 움직일 수 있죠. 가끔 혼자 있으면 제가 텅 비었다는 느낌을 받아요. 누가 껍데기만 남기고 전부 가져갔는데 남은 게 저인 거죠.
나나시: 그래서 전 기억을 찾아야 해요... 결핍을 메우고 싶다. 그게 제 존재 이유가 되버린 것 같아요.
칸나즈키와 몇 마디 더 말을 나누고 그녀의 전용실에서 빠져나왔다. 도망치다시피 하는 움직임이었다.
너무 앞서 나간 충고였다. 난 아직 기억을 찾으려는 시도를 거의 시작도 하지 못했다. 무섭고 여러 일이 있었으니까. 왜 칸나즈키는 이렇게 이른 때에 내게 충고를 해 준 걸까. 난 의아했지만 한편으론 느낄 수 있었다. 언젠가 이 충고가 날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기억에 목을 매서는 안 된다.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난 기억에 기대고 싶었다. 내가 과거에 겪은 일을 거울로 삼고 싶었다. 난 나에 대한 믿음이 부족했다. 내가 누군가에게 기대지 않고 무언가를 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내가 무언가를 해낸 경험이 없기 때문이었다.
숙소에 들어와 잠에 빠져들었다. 꿈을 꾸었다. 깨어진 거울 조각들을 맨 손으로 그러모으는 꿈이었다. 다 합치면 거울이 되겠지. 그러나 손이 부르튼다.
그리고 누군가가 날카로운 거울 조각 중 하나를 주워 나를 찔렀다. 수많은 거울들에 내가 쓰러지는 모습이 반사되었다. 그리고 암전이 있었다.
카나리 케이토: 야! 또 뭐야?!
칸나즈키 시노부: 죄수번호 0003! 저녁 시간이다! 나와서 밥 먹자!
칸나즈키 시노부: 죄수번호 0003? 죄수번호 0003? 죄수ㅂ
카나리 케이토: 닥쳐! 시끄럽게... 죄수번호 0003은 또 누구야. 난 부당거래 한 번도 한 적 없어.
칸나즈키 시노부: 밥 먹자. 밥을 먹어야 해. 저녁 시간이니까 밥 먹자.
카나리 케이토: 안 먹겠다니까. 좀 꺼ㅈ... 야. 문 그만 두드려.
나이토 유즈루: 아. 너무 세게 두드렸나?
카나리 케이토: 뭐야. 너도 왔어? 안 먹는다니까! 좀 꺼져! 그보다 왜 이제야 일어난 거야! 너희가 없는 동안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아?
나이토 유즈루: 들었어... 썅. 단잠에 빠진 동안 카이다가 그렇게 나올 줄은 몰랐어. 미안하게 됐다.
칸나즈키 시노부: 나도 몰랐어!
카나리 케이토: 이러니까 밖으로 나가면 안 된다는 거야... 혼자 최소한의 움직임을 하는 게 가장 나아. 어중이떠중이들이 네 명씩 뭉쳐 다니면 뭐 해. 카이다에게 두들겨 맞고 끝인데.
나이토 유즈루: 야. 23T가 우릴 지켜주고 있잖아. 나랑 칸나즈키랑 야가미도 있고.
카나리 케이토: 못 믿겠다고! 왜 너흰 걔네가 안전하다는 생각을 깔고 들어가는 거냐? 서로를 얼마나 봤다고.
카나리 케이토: 당장 그 넷 중에 몇 명이 돌변해서 카이다보다 심한 짓거리를 할지도 몰라. 누굴 믿었다가 쉽게 죽을 바에야 아무도 안 믿고 죽이기 어려운 사람이 될래.
칸나즈키 시노부: 그치만 언제까지 그 안에 있을 순 없잖아.
카나리 케이토: 있을 수 있어. 여기서 나가면... 우왁! 방금 문 걷어찬 새끼 누구야?! 미쳤어?!
모리 레이코: 나다. 시계공. 나와라.
카나리 케이토: 뭐. 뭐야?! 너도 깼어?!
모리 레이코: 보면 알 수 있을 텐데. 다시 한번 말한다. 나와라.
카나리 케이토: 그만 걷어 차! 더 걷어차면 안 나간다!
모리 레이코: 안 나오면 계속 걷어차겠다.
나이토 유즈루: 야. 나올 것도 들어가겠네! 살살 달래서 구슬려도 모자랄 판에 그렇게 무작정 두드리면 쓰냐?
칸나즈키 시노부: 두드려라. 그러면 열릴 것이다! 똑똑똑똑똑똑똑똑똑
나이토 유즈루: 너까지 이러기야?! 아오. 내가 듣기에도 시끄럽네!
카나리 케이토: 그... 그만 하라고. 이 미친 새끼들아. 그만...
나이토 유즈루: 이제 쟤 말은 거의 들리지도 않잖아. 일단 멈춰 봐.
모리 레이코: 여기에서 시간을 낭비하는 것은 아무런 이득도 창출해낼 수 없겠구나. 계도를 받아들이지 않는 가축에게 가능성이란 허황된 개념에 불과하다.
칸나즈키 시노부: 쟤한테 음식 몇 접시 주자. 어차피 식당에는 별의별 요리가 다 나오잖아.
나이토 유즈루: 아니야. 주지 마.
모리 레이코:이번만큼은 동의한다.
칸나즈키 시노부: 왜? 저렇게 처박혀 있다간 굶어 죽을 걸! 전용실과 달리 숙소에선 잠을 잘 수 있지만, 대신 좋아하는 음식이 무한정 공급되진 않잖아.
나이토 유즈루: 우리가 정말 카나리를 위한다면, 음식을 가져다 줄 게 아니라 카나리가 스스로 음식을 가지러 밖으로 나오게 만들어야 해.
모리 레이코:누구든 공포에 직면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단지 두려움 때문에 수동적인 삶을 살다간 누구나 노예로 전락하기 때문이다.
모리 레이코:어려움과 맞서고 그것을 꺾는 경험이 쌓일 때 세상은 비로소 장애물이 아닌 도전이 된다. 시계공은 스스로의 역경에 스스로 맞서야 한다.
나이토 유즈루: 그래야 설사 우리가 다 죽더라도, 카나리는 멀쩡히 살아갈 수 있지 않겠냐.
칸나즈키 시노부: 애를 강하게 키우는 타입이네.
카나리 케이토: 지금 애라고 했냐?! 내가 못 들었을 줄 알아?! 다 들었다고!
칸나즈키 시노부: 역시 아직 애구만.
등장인물과 자유행동 2회 완료 시 그 인물의 프로필과 호감도 측정이 개방됩니다.
후루미나미 나몬
초고교급 연기자다. 그녀의 특기는 다른 등장인물들을 연기하는 것이다. 그녀는 메소드 연기를 통해 배역에 완전히 몰입할 수 있다.
종잡을 수 없는 기행을 저지른다. 맞춰주다 보면 끌려다니게 되어 있다.
그녀는 날 속이는 행위에서 상당한 만족감을 얻는 듯하다. 적당히 받아주되 선을 넘게 두지 말자.
후루미나미 가문은 시장 독점적인 성향을 띄고 있으며 내부에는 친자와 양자 사이의 차별이 존재한다. 그들은 후루미나미의 유전적 순수성이 이어진 자들만이 연기자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후루미나미 나몬 본인의 반응으로 보아 근친혼이 이루어졌을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후루미나미는 연기자로서 특정한 경지에 오를 수 있다. 어쩌면 그녀 나름대로의 완전성을 향한 시도일지도 모른다. 그녀의 기행은 이따금씩 유쾌하게 느껴지지 않지만, 덮어놓고 부정할 순 없다. 우선 대화를 해 보자.
호감도 측정
후루미나미의 호감도: 35
-50=원수 / -30=앙숙 / -15=상극 / 0=무관계 / +15=친구 / +30=연인 / +50=배필
자유행동 투표가 진행됩니다
스토리 진행을 위해 몇몇 자유행동이 자동으로 진행될 때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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