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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단크 타워 (The Dank Tower)/챕터 1

더 단크 타워 챕터 1 - 12

by 도타싫어! 2020. 7. 3.

저녁 식사를 겸한 조사 보고가 진행되었다.

 

리 레이코: 시계공을 회유해 보았지만, 그는 오지 않았다.

 

이토 유즈루: 사실 회유보다는 협박에 가까웠지.

 

리 레이코: 그 정도 압제에 위축된다는 것은 핑계일 뿐이다. 시계공은 애초부터 나올 생각이 없었다.

 

나즈키 시노부: 카나리는 돈 밖에 믿을 게 없으니까 그런갑다 하자. 나랑 야가미 토키와 셋이서는 대화를 좀 나누고 왔어.

 

리 레이코: 뭐? 그게 다인가?

 

가미 토가: 당연히 아닙니다. 저희는 거리 왜곡의 현상을 확실하게 관측했습니다. 그것은 착각이 아닙니다.

 

키와 아유키: 카이다가 일정 거리마다 표시를 해 놓았지만, 그걸 다 확인하기 전에 돌아올 수밖에 없었어. 그러니 거리 왜곡이 정확히 어디부터 적용되는지는 잘 몰라.

 

무로 시라베: 정확한 범위는 굳이 알 필요 없어. 장미꽃밭을 통해서 탑에서 나갈 수 없다면 그 곳에 신경을 쓸 필요도 없으니까.

 

기와라 우시오: 하긴 카이다 걔가 탑 밖에서 뭘 했겠냐? 밖으로 나가려고 존나게 달렸겠지. 근데 아무리 달려도 못 나간 거야. 그러니 탑을 빙 돌아와야 했던 거고.

 

롤 브라이트: 그럼… 당분간은 탑 안의 일에만 집중해 볼까요?

 

리 레이코: 동의한다. 나와 승부사가 수면에 빠진 사이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들었다.

 

리 레이코: 첩자가 탑을 유린했다지. 나와 승부사의 생각이 짧았다. 공리의 증진을 주장하는 자로서 너희에게 면목이 없다. 사죄하겠다.

 

그렇게 말하며 모리는 고개를 꾸벅 숙였다. 고작 잠을 잤다는 것으로 고개를 숙이는, 지금까지의 고압적인 태도와 정반대의 모리를 보자 다들 당혹감을 느꼈다. 얼떨결에 같이 책임을 지게 된 나이토는 더욱 그랬다.

 

이토 유즈루: 아니 왜 날 끌고 와? 별 수 없었잖아! 자고 있었는데 어떻게 막냐?! 난 안 미안해!

 

유즈미 나데시코: 그래. 나이토도 모리 너도 미안할 거 없어. 너희들도 밤을 새우다가 겨우 잔 거잖아….

 

리 레이코: 나와 승부사의 속사정은 중요하지 않다. 결과적으로 우린 공리의 훼손에 영향을 미쳤다. 피곤함과 신체 상태의 저하를 감수하고 첩자에게 맞섰다면 이런 일은 없었다.

 

키와 아유키: 너희 둘의 잘못이 아니야. 너희 둘은 나 대신 미도리카와를 감시하느라 최선을 다했잖아.

 

다이얼로그에서 토키와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키와 아유키: 문제의 원인은 카이다야. 흉기를 가지고 있으며 완력도 강하고, 우리에게 해를 끼칠 분명한 의도를 가지고 있어.

 

루미나미 나몬: 우리의 입장에선 안타고니스트인 거지. 첫 번째 갈등.

 

기와라 우시오: 안타고니스트던 홈런이던. 그래서 어쩔래? 레이드 뛸까?

 

바라 쿠리스: 대충 헬창들이 달려가서 줘패면….

 

이토 유즈루: 에바야. 붙어 봐야 알겠지만 카이다도 돌무더기에서 사람을 꺼낼 수 있는 이상 나랑 야가미, 칸나즈키랑 힘이 대강 비슷할 거야. 그런데 걔는 흉기까지 가지고 있어.

 

가미 토가: 네. 그녀를 상대한다면 몇 명이 크게 부상을 입을 겁니다. 게다가 저흰 제압을 목적으로 그녀를 상대해야 하지만 그녀는 죽지 않을 정도로만 하면 얼마든지 저희에게 상해를 입힐 수 있습니다.

 

리 레이코: 채산성이 떨어진다. 흉기가 전부 불탄 이상 단순한 방법은 통하지 않는다.

 

키와 아유키:

 

토키와 아유키의 안색이 나빠졌다. 흉기를 태운 것에 자책감을 느끼는 듯했다.

 

기와라 우시오: 혹시 흉기가 있으면 우리도 카이다한테 대충 비빌 수 있으려나.

 

키와 아유키: 그래도 위험은 여전할 거야. 카이다의 전용실에 흉기가 있다는 건 카이다가 흉기와 큰 연관이 있다는 거니까. 아마 그걸 능숙하게 다룰 수 있겠지.

 

기와라 우시오: 흠…. 듣고 보니 네 말이 맞구만.

 

23T5U130: 내가 그녀를 상대한다면 그녀를 생포해올 수도 있어. 하지만 말했다시피 그럴 경우 미도리카와가 총기를 난사할 경우 그것을 저지할 방법이 없어지지.

 

23T는 토키와의 다이얼로그에 다가온 뒤 작게 말하고 있었다. 미도리카와에게 대화의 내용을 들킬 일은 없을 것으로 보였다.

 

유즈미 나데시코: 이게 뭐야! 미도리카와를 막으면 카이다를 못 막고. 카이다를 막으면 미도리카와를 못 막잖아! 진짜 왕짜증이네!

 

리 레이코: 총잡이. 첩자. 둘 중 하나를 막아야 한다면 둘 중 하나를 없애면 된다.

 

이토 유즈루: 지이랄. 죽이기라도 하게?

 

리 레이코: 필요하다면 그래야 한다.

 

이토 유즈루: 입만 살았네. 어떻게 죽이게! 저 전용실 안에 있으면 23T가 어떻게 할 수도 없는데!

 

리 레이코: 못 나오게 막으면 되는 것 아닌가?

 

기와라 우시오: 오.

 

바라 쿠리스: 오 이지랄! 안에 가둬 버리자고?!

 

리 레이코: 무슨 속셈인지는 몰라도 총잡이는 전용실에서 좀처럼 나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럼 그렇게 두면 된다.

 

리 레이코: 아무리 수면을 참는다고 해도 한계가 있다. 문을 밖에서 막아 놓는다면 언젠가 총잡이는 잠에 빠질 거고. 그러면 인공지능이 첩자에게만 집중할 수 있다.

 

비윤리적이고 용납될 수 없다는 점을 제외하면 실용적인 해답이었다. 반대로 말하자면, 실용적이지만 비윤리적이고 용납될 수 없었다.

 

본질은 같았다. 안 된다. 절대로.

 

 

 

 

더 단크 타워

챕터 1: < 죽여 마땅한 사람 둘 >

"과정은 결과를 정당화할 수 있는가?"

 

 

 

 

기와라 우시오: 이열~ 진또배기 개싸이코가 생각할만한 발상~

 

무로 시라베: 안 돼.

 

리 레이코: 어째서?

 

롤 브라이트: 당연히 안 되죠! 사람이니까! 어떻게 사람을 그냥 죽이자는 말씀을 그렇게 쉽게 하실 수 있나요?

 

루미나미 나몬: 알고 보니 안타고니스트는 여기에 있었네

 

리 레이코: 물론 이 결정을 받아들이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받아들여야 한다. 이 방법을 사용하면 리스크 없이 위험을 배제

 

모노로그: 안 돼.

 

모노로그가 식탁을 뚫고 나타났다. 우리의 앞에 두둥실 떠다니며 그것은 단조롭게 말했다.

 

모노로그: 전용실에서 누군가 나오지 못하도록 막아 잠재워 죽인다면, 막은 자가 검정이 된다. 전용실이라는 도구를 이용해 규칙을 위반시켜 살해한 것이기 때문이다.

 

모노로그: 즉 누군가를 전용실에 가두어 죽인다면 그 누군가를 가둔 사람도 처형당할 수 있다는 뜻이지. 자신의 살인을 잘 숨기지 않는 이상.

 

이토 유즈루: 그렇단다! 이제 어때? 네 방법은 못 써먹겠네!

 

무로 시라베: 타인이 의도적으로 누군가를 전용실에서 재운다면, 살인이라고?

 

모노로그: 그렇다.

 

살해 방식으로 사용될 수 있었다. 악용의 가능성이 다분했고 특히 내 전용실에 있는 수면 가스가 그랬다. 양호실에 수면제가 있는지 살펴야 했다.

 

그러나 굳이 지금 언급하여 혼란을 가중시킬 생각은 없었다. 나중에 홀로 해결하도록 하자.

 

무로 시라베: 대답을 끝냈으면 이제 사라져. 부르지도 않았는데 왜 온 거야?

 

모노로그: 내일 너희에게 중대 발표를 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키와 아유키: 무슨 발표?

 

모노로그: 누군가에겐 기다리던 소식일 거고 누군가에겐 달갑지 않은 소식이겠지. 서로 죽고 죽이는 것이 목적인 탑에서 통제와 안전은 두고볼 수 없다.

 

루미나미 나몬: 잠깐. 그 얘기는…?!

 

가미 토가: 후루미나미 씨. 뭔가 짚이는 게 있으신가요?

 

루미나미 나몬: 아니. 전혀 모르겠는데.

 

무로 시라베: 우린 이 탑에 온 후로 단 한 번도 안전했던 적이 없어.

 

모노로그: 그게 자리잡기 전에 차단하겠다는 뜻이다. 살인의 유혹을 제공하는 것이 내 역할이니까.

 

모노로그: 모든 유혹을 견딘 자만이 비로소 가치를 증명할 수 있다.

 

더 물어보기도 전에 모노로그는 바닥을 뚫고 사라졌다. 그것은 또다시 우리에게 수수께끼만을 남겨 주었다. 유혹? 살인 게임의 동기에 대해 말하는 것인가?

 

이바라는 모노로그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처럼 자연스레 원래의 주제로 돌아왔다.

 

바라 쿠리스: 리스크가 생겼네? 그럼 모리 방법은 못 쓰지!

 

리 레이코: 그렇다면 누군가가 총대를 매야 하겠구나.

 

바라 쿠리스: 아니 미친년아. 지금 내가 그 의미로 말을 한 게 아니잖….

 

리 레이코: 내가 총잡이의 전용실 문을 막고. 책임지고 처형당하겠다.

 

말을 끝내자마자 뚜벅뚜벅 식당 밖으로 나가려는 그녀를, 여러 명이 막아세웠다. 당연한 일이었다. 모리의 발언은 '살인을 할 테니 보고 있어라' 는 말과 다를 바가 없었다.

 

가미 토가: 안 됩니다. 사람을 죽이겠다는데 순순히 보내줄 순 없죠.

 

이토 유즈루: 솔직히 다른 녀석이 말했으면 허세로 들렸을 텐데. 넌 그러고도 남을 새끼니까 전력을 다해 막을 거다.

 

나즈키 시노부: 넌 못 지나간다!

 

리 레이코: 잘 생각해라. 이 방법이 가장 간결하다.

 

기와라 우시오: 사고방식 자체가 우리와는 다릅니다. 그냥 죽이고 처형당하면 되는데 왜 안 죽이냐는 식이죠. 범죄가 곧 생활 방식입니다.

 

루미나미 나몬: 와. 이건 좀…. 쟤 정말 막 나간다. 이거 도무지 맞먹을 수가 없겠는데?

 

키와 아유키: 모리! 그 방식은 인정 못 해!

 

롤 브라이트: 맞아요! 아무리 궁지에 몰려도 살인은 안 돼요!

 

리 레이코: 언제까지 인정하지 않을 셈이지? 우리 중 누군가가 죽을 때까지 인가?

 

리 레이코: 계속 고개를 숙이는 것으로 모든 책임을 회피할 순 없다. 네게도 언젠가 행동으로 책임을 져야 할 때가 올 것이다.

 

키와 아유키: 사람을 죽이는 건 잘못된 일이야! 네가 아무리 그 행동을 정당화하려고 해도 그건 범죄야. 용서받을 수 없는 범죄!

 

키와 아유키: 공리를 위하네. 구성원을 위하네. 말은 거창하지만 결국 살인은 살인이야. 앞에 무슨 수식어가 붙어도 살인이라고. 안 돼.

 

리 레이코: 넌 좋은 리더보다는 좋은 사람을 선택하는구나.

 

토키와의 몸이 순간 굳은 것처럼 보였다.

 

리 레이코: 상관없다. 좋은 사람은 좋은 사람대로, 나쁜 사람은 나쁜 사람대로 써먹을 구석이 있는 법이다. 그리고 나를 써먹을 때는 바로 지금이다. 그것뿐이다.

 

무로 시라베: 미도리카와가 우리에게 위협이 되기 때문이 아니라, 위협이 되는 카이다를 제압하기 위해 미도리카와를 없애자고? 잘못된 주장이야. 모리.

 

무로 시라베: 차라리 모두가 미도리카와의 위협을 감수하고서라도 23T가 카이다에게 집중하는 편이 옳아.

 

루미나미 나몬: 그래. 좀 더 기다려 보자. 카이다가 저렇게 나오면 그녀를 적대하던 미도리카와도 곧 움직일 거야.

 

루미나미 나몬: 적의 적은 친구라는 말도 있듯이. 어쩌면 우리한테 도움을 줄지도 모르잖아?

 

리 레이코: 난 그런 미련한 방법을 사용할 의사가 없다.

 

이토 유즈루: 야. 이거 안 되겠어. 얘가 미도리카와 전용실 못 잠그도록 23T 네가 확실히 감시해 줘!

 

23T5U130: 맡겨 둬.

 

그 뒤로 서술이 불필요할 정도의 토론이 이어졌다. 그저 강경책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모리. 그리고 살인을 반대하는 다른 이들의 논박. 그게 전부였다.

 

결국 똑같은 결론이 나왔다. 그런 방법은 안 되니 기다려 보자. 나는 이 결론에서 단조로움을 느꼈다. 대체 언제까지 기다려야 한단 말인가? 미도리카와와 카이다를 믿어 보자고 한 나였지만, 그 카이다가 우리를 적대한 이상 그 입장을 관철할 순 없었다.

 

정말 이대로도 좋은 걸까? 난 무엇을 해야 하는 걸까? 다른 방법이 필요했지만 마땅한 것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리고 막연한 답답함을 느끼며 생각에 잠겨있던 나의 귀에 캐롤의 목소리가 꽂혔다.

 

롤 브라이트: 차라리. 제가 터치를 사용할게요.

 

유즈미 나데시코: 앗…!

 

리 레이코: …정말인가?

 

롤 브라이트: 미도리카와 씨를 죽이는 것보단 그의 과거를 엿보는 게 훨씬 나을 테니까요.

 

모리는 씨익 웃으면서 캐롤을 향해 박수를 쳤다.

 

리 레이코: 드디어. 한낱 도덕심을 이겨내고 자신의 능력을 온전히 발휘하게 되었구나. 좋은 변화다.

 

롤 브라이트: 나나시 씨가 여기 계셨다면 분명 반대하셨겠지만… 상황이 급하니까요. 당장 저는 카이다 씨를 마주했을 때 그녀를 제압하기 위해 터치를 사용하려 했어요.

 

롤 브라이트: 그러니 미도리카와 씨에게 사용하지 못할 이유도 없죠.

 

키와 아유키: ….

 

리 레이코: 말릴 생각인가. 리더?

 

키와 아유키: 아니. 염치없게 내가 어떻게 그러겠어. 내 능력이 부족한 탓에 결국 여기까지 몰린 건데.

 

키와 아유키: 단지 난 미안할 뿐이야. 모든 것에 있어서.

 

롤 브라이트: 어차피 오늘은 제가 불침번 역할이니까요. 미도리카와  씨가 잠을 이기지 못하고 전용실 밖으로 나오면, 틈을 타 터치를 사용할게요.

 

무로 시라베: 그렇지만 미도리카와는 총기를 가지고 있어. 카이다보다 위험할 거야. 23T. 캐롤이 미도리카와에게 접근하기 전 그를 제압해둘 수 있겠어?

 

23T5U130: 그도 날 내버려 두진 않을 거고. 직접적인 상해는 입히지 못하지만… 그의 손에서 총을 빼앗는 정도는 가능해.

 

가미 토가: 23T 씨가 총을 빼앗으시면 제가 제압하겠습니다. 그럼 되겠죠.

 

롤 브라이트: 네. 그러면 전부 원만하게 해결될 수 있어요. 그를 제압하고 터치를 통해 과거를 읽어낸다. 그거면 되는 거죠? 더 심한 일은 필요 없는 거겠죠?

 

리 레이코: 현재 우리의 처지에선 차고 넘칠 정도로 충분하다.

 

잘 풀렸다. 캐롤 쪽에서 터치를 사용하겠다고 마음을 먹은 이상 전부 잘 되었다. 이제 미도리카와가 밖으로 나오기만을 기다리면 그를 제압하고 잘하면 카이다에 맞설 수 있는 총기까지 얻을 수 있다.

 

다른 이들도 캐롤이 원하지 않던 방식으로 흘러가는 것에 약간 꺼림칙한 기분을 느낄지언정. 그 사람의 모든 것을 읽는다는 터치가 정확히 어떤지 이해하지 못했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은 공감될 수 없는 것이기에. 다들 무언가 반박하고 싶지만 반박할 거리가 없다는 표정을 한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도 그중 하나였다. 우린 스스로와 타협했다. 이거로 된 일이라며 타협하고 끝났다. 그러나 몇 명은 그렇지 않았다.

 

유즈미 나데시코: 이게… 정말 맞는 말일까? 이건 좀 아니야.

 

무로 시라베: 어째서?

 

유즈미 나데시코: 캐롤 씨가 자포자기 하시는 걸 보고 싶지 않아. 카이다를 제압하거나 미도리카와의 정보를 캐기 위해 터치를 사용하는 건 마치… 약사가 사람을 살리기 위한 약으로 누군가를 해치는 일과 같아.

 

무로 시라베: 약은 어떻게 쓰냐에 따라 독도 될 수 있으니. 터치랑 유사한 점이 있네.

 

유즈미 나데시코: 하지만 캐롤 씨는 독을 원하지 않아. 사람을 살리기 위한 것을 의도적으로 누군가를 해치기 위해 사용한다고 생각해 봐. 그 약 자체가 더럽혀진 느낌을 받으실 텐데

 

유즈미 나데시코: 터치를 받아 본 사람이라면, 잠시라도 캐롤 씨의 내면을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아. 그렇지만 나나시는 자고 있고… 토키와는 그걸 잘 알 텐데도 무시하고 있어. 하지만 기다리는 것 말고 다른 방법이 필요하긴 해… 어떻게 해야 하지?

 

무로 시라베: 캐롤의 터치 말고 다른 방법이 있다면 좋겠네.

 

난 거짓 없이 그렇게 생각했다.

 

????? ??: 흠. 그렇단 말이지… 후후후. 잘 알았다

 

유즈미 나데시코: 후루미나미. 왜 바로 옆에 있으면서 없는 척 이상한 말을 하는 거야?

 

루미나미 나몬: 사악한 계략을꾸미고 있거든.

 

 

 

 

 

 

 

 

 

초록색 시야에 붉고 노란 무언가가 눈에 들어왔다. 밤이 되어 차갑게 식은 주변은 온통 푸른색이 가득했다. 아무리 몸을 숨기려 한들 푸름의 중앙에서 체온을 숨길 순 없었다.

 

도리카와 아쿠토: 나와. 거기에 숨은 거 다 보이니까.

 

이다 쿠로하: 장난감을 통해 보고 있으면서 아주 자신만만하네?

 

그렇게 말하며 붉고 노란 형체는 몸을 낮췄다. 그에 따라 나도 몇 걸음을 뒤로 물러났다.

 

도리카와 아쿠토: 맨 눈으로 볼 수 있는 게 이상한 거야. 탑에 놓인 16개의 길 주변엔 조명이 있지만 여기까지 오면 아무것도 없으니까. 총을 쏴도 탑까지 총성이 닿지 못할 만큼 머니까.

 

도리카와 아쿠토: 네가 사람이 아니라는 낭설이 왜 나왔는지 이제 납득이 가네.

 

이다 쿠로하: 하. 이 개새끼들이 날 보자마자 사람이 아니네, 뭐네... 다 죽여버릴 수도 없고 이걸 어떻게 해?

 

도리카와 아쿠토: 막막하겠지. 네가 평생 해온 건 누굴 죽이는 것 밖에 없었으니까. 사람 잡는 칼이 어찌 사람과 친할 수 있겠어.

 

그것이 팔을 돌리고 목을 꺾었다. 몸을 풀고 있다는 과시적인 몸짓이었다.

 

이다 쿠로하: 너 나한테 죽기 싫었으면 그냥 탑에 박혀 있지. 왜 나오고 그래? 덕분에 넌 이제 아주 큰일 났어.

 

도리카와 아쿠토: 감시가 소홀해진 사이에 밖으로 나왔지만 그 계기가 너일 줄은 몰랐거든. 이제 보고만 있을 순 없다고 생각했어.

 

이다 쿠로하: 그래서. 어쩌게? 나한테 총이라도 쏘게?

 

도리카와 아쿠토: 그래.

 

방아쇠를 당겼으나 저것은 무척이나 빨랐다. 움직이는 속도에 조준이 따라가기 어려울 정도였다. 몸을 낮추고 다시 높이고 오른쪽으로 왼쪽으로. 짐승처럼 움직이며 그것은 내게 다가왔다.

 

나도 번번이 거리를 벌리고 연막을 던지며 응사했지만, 그것에 맞서면 맞설수록 대형 고양잇과 짐승을 상대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녀가 고양이과 짐승과 다른 점이 있다면 적어도 동물들에겐 어미와 아비가 있다는 점 이리라.

 

총알을 장전하며 속도가 느려진 틈을 타 그것은 내게 더 빠르게 달려왔고, 거리를 벌리기 어렵다고 판단한 나는 그 자리에 멈춰 조준에만 집중했다. 움직이지 않고 조준이 흔들리지 않는다면

 

이다 쿠로하: 아아아악! 이 씨발 새끼야!

 

그것이 바닥에 넘어진 직후 소리쳤다. 그것의 팔에서 빨간 무언가가 떨어졌다. 아쉽게도 구멍이 없는 것으로 보아 스친 것 같았다. 내 솜씨가 미숙하긴 했지만 그래도 꽤 많이 쐈는데, 이제 겨우 한 발이 스쳤다.

 

애초에 죽일 각오로 나온 게 아니었으니 스치기만 한 것이 다행일지도 몰랐다.

 

도리카와 아쿠토: 그 정도 상처는 아무렇지도 않잖아. 호들갑 떨지 마.

 

이다 쿠로하: 이 씨발... 쏴 볼 테면 쏴 봐. 죽여 봐! 죽여 봐 이 새끼야!

 

도리카와 아쿠토: 아직은 죽일 생각 없어.  나도 널 죽이고 나까지 죽는 건 싫거든. 네 입장에선 좀 어이가 없을 수도 있겠지만 대강 화풀이 좀 했다고 생각해.

 

이다 쿠로하: 총을 들고 화풀이를 해? 정신 나간 새끼가…!

 

도리카와 아쿠토: 어차피 넌 이 정도론 안 죽을 테니까. 실제로 안 죽었잖아. 카이다 쿠로하. 마피아 소속 암살자.

 

이다 쿠로하: ……

 

도리카와 아쿠토: 이름도 성별도 아무런 정보도 없고. 실존하는 인물인지 허풍 인지도 몰라. 다들 '있으려나?' 하는 생각은 하지만 그런 사람이 있는지는 확신하지 못해.

 

도리카와 아쿠토: 있는 건 피해자와 사망자. 그리고 악명뿐이지. 칼로 찔렀는데 생채기밖에 안 났다. 장정 대여섯이 달려들어도 못 이긴다. 맨손으로 쇠파이프를 구부리고 20층짜리 건물도 맨 손으로 오른다.

 

도리카와 아쿠토: 안 믿는 사람들이 많았고 나도 안 믿었어. 두 눈으로 보기 전까진 말이야.

 

이다 쿠로하: 네가 날 봤다고? 웃기는 소리 하네. 네가 날 만나 봤으면 넌 못 살아있어.

 

도리카와 아쿠토: 부모님만 없는 줄 알았는데 눈도 멀었나 봐?

 

이다 쿠로하: 이건 그냥 하는 말이 아니야. 병신아. 말 그대로 다 죽였다고. 내가 모든 타겟들을 다 기억하진 않지만 적어도 타겟들을 전부 죽였다는 건 기억할 수 있어. 뒤탈은 없을수록 좋으니까.

 

이다 쿠로하: 너. 내 타겟의 아들이었지? 아니면 친구던가. 뭐든 상관없어. 그래서 나한테 복수하려는 거겠지.

 

이다 쿠로하: 그런데 그거 알아? 결국 네 전용실에도 총이 그렇게 넘쳐나고, 네 가까운 사람이 내게 타겟으로 정해졌다는 건 그 사람도 절대 밝은 인생을 살진 않았다는 뜻이야. 쓰레기 인생이었다고. 나처럼.

 

부정할 순 없었다. 옳지 못한 방법으로 돈을 벌어왔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나 때문에 고통받았을 것이다. 뒤늦게 손 씻고 사업에서 발을 뺀다니 날 수상하게 여길 수도 있었을 테지. 그러니 암살자를 보내 날 처리하려는 것도 마냥 이해할 수 없는 일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나 하나만으로 충분했잖아.

 

얜 뭐야? 네 친구야? 너한테 그런 게 있다고는 보고 못 받았는데.

 

아. 널 계속 설득한다던 그 친구구나. 굳이 처리할 필요는 없지만...

 

도리카와 아쿠토: 너 정말 아무것도 기억을 못 하는구나.

 

탑에 왔을 때. 이 여자를 눈앞에서 봤을 때 얼마나 놀랐는지 떠올렸다. 허당인 것처럼. 정말 산업 스파이인 것처럼. 꽤 평범한 삶을 사는 사람인 것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놀라고 농담을 하는 모습들. 자기가 사람이라는 듯이 가증스럽게 행동하는 그것을 보며 난 소름이 끼쳤다.

 

이게 정말 내가 알던 그 여자가 맞을까. 비슷하게 생긴 쌍둥이 언니는 아닐까. 그런 생각마저 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능청스러울 리가 없었다.

 

왜 내게 했던 것처럼 잔인하게 굴지 않는가. 당장 누구라도 한 명 잡아서 바닥에 눕히고 애원은 들은 체도 하지 않은 채 중상을 입히란 말이다. 나 말고도 수많은 사람들을 해치고 죽였으면서. 나에게 그랬던 것처럼 수많은 사람들에게도 잔인했을 거면서 감히 새 삶을 찾지 말란 말이다.

 

도리카와 아쿠토: 넌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으면서

 

왜 이 자식까지 건드리냐고? 마음에 안 드니까.

 

자기 분수에 맞게 살아야지. 넌 못 벗어나. 쓰레기 인생에서 못 벗어난다고. 내가 그렇게 만들 거야. 쓰레기들한테 무슨 우정이고 친구야?

 

정말 마음에 안 들어. 역겹다고. 뭐가 그렇게 분한데? 뭐가 그렇게 억울해? 정말 새 출발을 할 수 있다고 믿었던 것처럼. 쓰레기 인생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는 것처럼 왜 실망하냐고.

 

쓰레기통 안에서도 장미는 피어난다. 뭐 이런 거야? 도무지 못 봐주겠네. 아득바득 밝은 미래를 꿈꾸면서 기어올라오는 게... 

 

도리카와 아쿠토: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넌 그럴 자격 없어 잊을 자격 없다고.

 

내게도 반갑게 인사를 건네는 것을 보고 이를 얼마나 갈았는지 모른다. 날 알아보란 말이다. 밤눈이 그렇게 밝은데도 보지 못하는가. 고작 이런 변장으로 속아 넘어가지 말란 말이다.

 

날 인식하고 내가 무슨 꿍꿍이를 가지고 있는지. 왜 변장을 하고 있는지 왜 이런 목소리를 내고 있는지 고민해라. 언제 내가 자신의 비밀을 폭로할지 모른다며 전전긍긍해라. 괴로워하란 말이다.

 

제발 공포에 떨어 다오. 새 인생을 살지 못할지도 모른다며 과오를 후회해 다오. 그래야 내가 조금이라도 보람을 느낄 수 있을 테니.

 

이다 쿠로하: 그러니까 네가 누구냐고! 난 널 만난 적도 없어!

 

도리카와 아쿠토: 그저 모든 걸 없던 일 취급하고 웃고 떠들려 …? 난 그런 거 못 봐. 네가 두고 보지 못했듯이.

 

내 얼굴을 뜯어내고 싶은 충동이 치밀었다. 회색 마스크. 그것을 뜯어내고 나에 대한 기억을 이 흉물에게 상기시켜 주고 싶었다. 그러나 아직은 때가 아니었다.

 

제발 내 자제심이 방아쇠를 당기지 않을 만큼 충분하길 바라며 난 단 하나의 목적만을 생각했다.

 

눈 앞의 이 흉물이 정상적인 삶을 영위하려 든다면 난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것의 발목을 잡고, 깊은 수렁 속으로 끌어내릴 것이다. 절대 평안한 삶을 살지 못하게 할 것이다.

 

이것에게 진정으로 복수할 수 있게 되기 전엔 죽이지 않겠다. 그것만을 되뇌었다.

 

카이다가 다시금 몸을 숙였다. 난 총을 재장전했다.

 

 

 

 

 

 

 

 

 

숙소의 창문 밖에서 틱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경계를 유지하며 창문의 잠금을 풀고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루미나미 나몬: 좋았어. 걸렸다.

 

유즈미 나데시코: 후루미나미. 조심해! 그러다 떨어지면 어쩌려고...

 

루미나미 나몬: 한쪽 무릎을 세운 뒤 나머지 무릎과 주먹으로 착지하면 안전해.

 

무로 시라베: 전혀 안전하지 않아. 그보다 뭘 하려는 거야?

 

루미나미 나몬: 보면 알아

 

창문 밖으로 머리를 내밀어 목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보았다. 후루미나미가 밧줄을 타고 내 창문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밧줄은 추락사를 방지하기 위해 창문에 설치된, 내 허리 높이의 철창과 연결되어 있었다. 철창에 갈고리를 걸어 장력을 발생시킨 것 같았다. 밧줄을 타는 그녀의 모습은 전문적이었지만 묘하게 엉성했고, 그 모습은 나의 심려와 마유즈미의 커다란 불안을 야기시켰다.

 

유즈미 나데시코: 조심해. 조심해 후루미나미!

 

루미나미 나몬: 윽 이거 생각보다 좀 힘든데. 스카! 형제여. 도와 다오!

 

무로 시라베: 난 스카라는 사람 몰라. 네 형제도 아니고.

 

힘이 부친다는 후루미나미의 말은 진심으로 들렸기에, 심각한 상황이 되기 전 그녀의 팔을 잡아 끌어올렸다. 그녀는 철창을 넘어 내 숙소에 들어서자마자 무던히 숨을 골랐다.

 

루미나미 나몬: 하아… 하아

 

무로 시라베: 이 행동에도 특별한 의미가 있어?

 

루미나미 나몬: 개인적인 이유로는 네 숙소를 좀 구경하고 싶었어.

 

무로 시라베: 어째서?

 

루미나미 나몬: 전용실도 봤으니까 숙소도 한 번 보고 싶은데. 마땅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어. 그래서 이렇게 했지. 여기도 안은 생각보다 깨끗하네?

 

무로 시라베: 왜 계속 내 방들이 깨끗하지 않을 거란 생각을 가지는 건지 모르겠어.

 

물론 후루미나미가 아무리 경우가 없는 사람이더라도 고작 내 숙소를 살펴보기 위해 3층 높이에서 떨어질 위험을 감수하진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녀의 다른 목적은 무엇인가.

 

누군가가 내 숙소 문을 똑똑 두드렸다.

 

유즈미 나데시코: 히무로! 나야. 문 좀 열어줄래? 후루미나미는 괜찮아?

 

무로 시라베: 후루미나미는 무사해. 열어 줄게.

 

마유즈미에게 문을 열어 주었다. 그녀는 멀쩡한 후루미나미의 모습을 보고 안도한 듯 가슴을 쓸어내렸다.

 

루미나미 나몬: …그냥 나도 저렇게 할 걸 그랬나?

 

유즈미 나데시코: 진짜 다행이다! 떨어졌으면 큰일이잖아. 아까 내 숙소로 내려왔을 때도 엄청 놀랐는데

 

무로 시라베: 후루미나미가 네 숙소로 내려왔다고? 밧줄을 타고?

 

유즈미 나데시코: 응. 진짜 놀랐다니까. 창문을 똑똑 두드리길래 자연스레 열어 주려고 했는데. 생각해 보니 문이 아니라 창문이잖아?!

 

유즈미 나데시코: 완전 괴담 같았어! 놀라서 소리도 못 질렀어!

 

루미나미 나몬: 위에서 밧줄 타고 내려오는 거여서 힘들지는 않았어.

 

무로 시라베: 밧줄과 갈고리로 마유즈미 숙소까지 내려온 다음, 다시 밧줄과 갈고리를 써서 내 숙소로 건너오다니. 왜 그런 건지 이해가 안 돼.

 

루미나미 나몬: 연습이지. 연습. 그리고 '선수 입장' 을 위해 꼭 필요한 작업이기도 했어.

 

루미나미 나몬: 너희 하이스트 영화 본 적 없니?

 

무로 시라베: 본 적 없어.

 

유즈미 나데시코: 그게 뭐야?

 

루미나미 나몬: 간단히 설명해서 절도극이야. 범죄자들이 무언가를 훔치는 영화지. 본래는 어두운 색채를 띄는 장르였지만 현대에 와서는 화려함과 반전, 그리고 멋에 취중 하는 형태를 띠게 되었어.

 

루미나미 나몬: 이 하이스트 영화에서 필수적인 부분이 바로 같이 행동할 동료들을 모으는 거야. 그리고 그 두 명이 바로 히무로 너랑 마유즈미인 거지.

 

무로 시라베: 난 범죄자가 아니야.

 

유즈미 나데시코: 나도!

 

루미나미 나몬: 그럼 오늘 범죄자가 되겠네. 우린 지금부터 뭘 훔치러 가야 하거든.

 

무로 시라베: 난 불참할게.

 

루미나미 나몬: 너도 들어보면 혹할 거야.

 

유즈미 나데시코: 아무리 값진 거라도 도둑질은 나쁜 거야. 후루미나미….

 

루미나미 나몬: 값진 것? 아니야. 이번 건은 값을 매길 수 없는 물건이야. 부르기만 하면 그게 돈인 백지수표라고. 친구들. 한탕 크게 해보지 않겠어?

 

후루미나미는 선글라스를 썼다. 그리고 당연히. 곰방대였다. 아무렴 왜 아니겠는가. 그녀가 어떤 배역을 연기하더라도 따라오는 게 저 곰방대인 것을.

 

유즈미 나데시코: 글쎄… 우리랑 과업을 같이하기 위해 창문을 건너온 건 대단하지만…그래도 범죄는 조금… .

 

루미나미 나몬: 히무로. 귀 대봐.

 

무로 시라베: 굳이 마유즈미에게만 들려주지 못할 내용이야?

 

루미나미 나몬: 그건 아닌데. 느낌이라는 게 있잖아.

 

무로 시라베: 그래. 한 번 말해 봐. 내가 마유즈미한테 알려주면 결과는 같으니까.

 

후루미나미가 내 귀에 입을 대고 소곤거렸다.

 

무로 시라베: 왜 '소곤소곤' 이라는 단어밖에 말하지 않는 거야?

 

유즈미 나데시코: 아! 말 그대로 소곤거렸다는 거야? 아하하하!

 

루미나미 나몬: 내 개그코드가 생각보다 잘 먹히네. 아무튼 제대로 말할

 

무로 시라베: 귀에 바람 불지 마.

 

내 말을 듣자마자 후루미나미가 우뚝 멈췄다.

 

루미나미 나몬: …이런.

 

무로 시라베: 그러지 마.

 

루미나미 나몬: 딱 걸렸네어떻게 안 거야? 리액션이 볼만했을 것 같은데 아쉽다….

 

무로 시라베: 예전에 당해본 기억이 있어서. 너라면 그럴 법 하다고 생각했지.

 

"히무로. 잠깐 귀 좀 대 봐. 할 얘기 있어."

"도청 장치를 의식하는 것인가? 일전에 도청을 제거한 이후로는 좀처럼 기관 쪽에서도 우리를 도청하지 않는다. 그리고 어차피 이곳엔 우리 둘 뿐이다. 귀를 네게 가까이할 필요가 없다."

"대 봐! 해보고 싶은 게 있으니까."

"대체 왜… 윽?"

"제대로 들어갔네! 윽이라고?! 와. 히무로 너한테서 이런 반응 처음 들어봐!"

"…그래. 나도 그렇다."

 

루미나미 나몬: 아…? 그렇구나.

 

무로 시라베: 그래서 할 말이 뭔데?

 

루미나미 나몬: 몰라. 귀에 바람 부는 거 막으니까 갑자기 말하기 싫어졌어. 마유즈미한테나 말해야지.

 

이건 또 무슨…

 

유즈미 나데시코: 그럼 결국 귀에 바람 불려고 그런 거히이이이이익?!

 

마유즈미가 후루미나미에게 귀를 가까이대자. 후루미나미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마유즈미의 귀에 바람을 불어넣었다.

 

루미나미 나몬: 좋았어.

 

유즈미 나데시코: 놀랐잖아! 간지러!

 

루미나미 나몬: 귀에 바람 불게 해 줬으니 목적은 달성했고. 이제 우리가 뭘 훔칠지 얘기해 줄게.

 

루미나미 나몬: 우린 지금부터 미도리카와의 비밀을 훔친다.

 

유즈미 나데시코: 미도리카와의 비밀…?

 

무로 시라베: 자세히 말해봐. 바람 불지 말고.

 

그녀에게 귀를 가까이했다. 후루미나미는 바람을 불지 않았다. 그리고 간략한 내용을 내게 말해 주었다.

 

무로 시라베: 그렇다면 좋아. 가자.

 

유즈미 나데시코: 왜 갑자기?!

 

루미나미 나몬: 아. 결국 마유즈미의 동의가 필요하니까 너한테도 이야기해 줄게.

 

유즈미 나데시코: 나?! 갑자기 나?!

 

무로 시라베: 왜냐하면 네 전용실에서 로프를 연결해 미도리카와의 전용실로 진입해야 하니까.

 

 

 

 

 

 

 

 

 

마유즈미는 제대로 된 설명도 듣지 못한 채로, 얼떨떨하면서도 우리에게 전용실을 열어 주었다.

 

기와라 우시오: 뭐야. 니네 셋이서 뭐 하게?

 

바라 쿠리스: 뭘 하길래 셋이서 마유즈미 전용실로 들어가냐?

 

무로 시라베: 그런 일이 있어.

 

루미나미 나몬: 우리 셋이서 해야 할 일이 있어. 셋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지. 자세한 건 묻지 마. 부끄러우니까.

 

가미 토가: 아프라이버시니까 간섭하진 않겠습니다.

 

롤 브라이트: ….

 

캐롤의 표정은 그렇게 좋지 않았다. 당연한 일이었다. 미도리카와가 밖으로 나오자마자 그에게 강제로 터치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으니까. 그 순간을 기다리면서 그 순간이 오지 않길 바라는 것은 유쾌한 일이 아니었다.

 

유즈미 나데시코: 캐롤 씨….

 

그리고 그런 캐롤을 보는 마유즈미의 표정도 좋지 않았다. 후루미나미의 발언 탓에 난처한 죄를 뒤집어쓴 것 같은 느낌을 받으며, 난 마유즈미의 전용실로 들어갔다.

 

무로 시라베: 굳이 그런 오해를 사지 마. 후루미나미. 우리 셋만 난처해지잖아.

 

루미나미 나몬: 그렇지만 사실인 걸? 듣는 사람 나름이지. 도둑질은 부끄러운 일이잖아. 난 거짓말한 적 없어.

 

유즈미 나데시코: 그래서… 어떻ㄱ

 

후루미나미가 느닷없이 문을 걷어찼다. 하기와라와 이바라가 문 너머에서 비명을 지르는 소리가 들렸다.

 

루미나미 나몬: 이건 뭐야! 쥐냐? 뒈져라. 콱 뒈져 버려라. (문으로 발차기를 날린다)

 

바라 쿠리스: 아 썅! 걸렸다!

 

기와라 우시오: 에이 텄다 텄어! 가자 이바라!

 

가미 토가: 그러니 제가 그러지 말라고 분명히 말했지 않습니까.

 

야가미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루미나미 나몬: 미안. 거사를 치르는 데 도청은 사양이라서.

 

유즈미 나데시코: 괜찮아. 그래서 어떻게 미도리카와의 비밀을 훔치겠다는 거야?

 

루미나미 나몬: 아. 이거 회심의 대사였는데 둘 다 이해를 못 했나 보네

 

무로 시라베: 작업은 단순해. 로프와 갈고리를 이용해 몸을 고정하고 미도리카와 전용실의 창문을 연다. 그리고 그곳으로 진입한다.

 

무로 시라베: 탑과 전용실의 구조 상 마유즈미. 네 전용실 바로 옆이 미도리카와의 전용실이기에 가능한 일이야. 그러니 네게도 양해를 구해야 했던 거고.

 

유즈미 나데시코: 말은 단순하지만… 힘들 거야.

 

루미나미 나몬: 그래서 내가 시험해 봤잖아? 로프를 써서 내려가는 것도 옆으로 가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야.

 

무로 시라베: 사실 창문을 통해 탑을 오갈 수 있는지는 이곳에 처음 왔을 때부터 나왔던 의문이었지. 다들 잊고 있었을 뿐.

 

루미나미 나몬: 막혀 있는 곳은 나중에 오른다고 치고 오늘은 미도리카와의 전용실만 가 보자.

 

유즈미 나데시코: 그렇지만 위험해! 미도리카와가 안에 있으면 어떻게 하게?!

 

무로 시라베: 위험을 감수할 만한 가치가 있어. 번거롭고 혼란을 만들어 낼 강제 터치보다는 우리 쪽에서 먼저 움직여 미도리카와의 정보를 얻는 게 더 나아.

 

루미나미 나몬: 이게 내 사악한 계략이야. 우후후하하하하하하

 

후루미나미가 두 손을 모으고 노골적으로 기분 나쁘게 웃었다.

 

무로 시라베: 그리고 네가 생각하는 것 만큼 위험하지도 않을 거야. 후루미나미의 말에 따르면 그는 지금 전용실 안에 없거든.

 

루미나미 나몬: 이 몸이 확인했지.

 

유즈미 나데시코:… 정말? 언제부터?

 

루미나미 나몬: 낮에 이바라, 캐롤, 나나시가 하기와라를 구하러 뛰쳐나간 뒤 23T도 그 뒤를 따랐지? 그 직후의 일이야.

 

루미나미 나몬: 난 야가미, 칸나즈키, 토키와가 탐사를 끝내고 돌아오기 전까지 전용실에서 놀면서 시간을 보내려 했어. 그러다 잠깐 다른 일을 해 볼까. 싶어서 밖으로 나왔지.

 

루미나미 나몬: 그곳엔 카나리가 있었어. 23T까지 달려간 걸 보고 미도리카와를 감시해야 할 사람이 없단 걸 깨달은 건지. 카나리는 안절부절 못한 채 미도리카와의 전용실 문을 힐끔거렸어.

 

유즈미 나데시코: 그다음에 어떻게 됐는데?

 

루미나미 나몬: 미도리카와가 밖으로 나왔어.

 

무로 시라베: 그때 미도리카와가 밖으로 나왔다면, 네가 그의 전용실 앞에 있었던 것도

 

루미나미 나몬: 맞아. 미도리카와가 밖으로 나오는지 감시하기보다는, 미도리카와가 전용실에 다시 들어오지 못하도록 지키고 있었던 거지.

 

무로 시라베: 그가 밖으로 나온 걸 알고도 상당히 침착하게 행동했네.

 

무로 시라베: 아니. 나랑 시간을 보내기까지 했으니… 과도하게 침착했어. 왜 다른 이들에게 언질을 주지 않은 거야?

 

루미나미 나몬: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어. 들어 봐. 미도리카와는 밖으로 나오자마자 한숨을 내쉬었어. 안도의 한숨과 불안의 한숨을 반절 섞어 놓은 듯한 한숨이었지.

 

루미나미 나몬: 후우

 

루미나미 나몬: 뭐. 뭐야?! 네가 왜 거기서 나와?!

 

후루미나미는 위치를 수시로 바꾸고 왼쪽과 오른쪽을 번갈아 바라보며 미도리카와와 카나리의 목소리를 연기했다. 솔직히 뛰어난 수준의 연기력이었다. 완벽하게 동일한 목소리는 아니었지만 그녀는 미묘한 억양을 상당히 잘 재연했고. 마유즈미는 순간 당황한 눈치였지만 곧 후루미나미의 1인 만담을 넋을 놓고 바라보았다.

 

루미나미 나몬: 너 원래 나오면 안 되잖아! 안 나오는 거였잖아! 왜 나와?! 다시 들어가!

 

루미나미 나몬: 카나리는 미도리카와에게 삿대질을 했어. 그러나 미도리카와가 자신에게 천천히 다가오자 그 목소리는 점차 쪼그라들었지.

 

루미나미 나몬:… 다시 들어가… 다시 들어가라고….

 

루미나미 나몬: 마침내 미도리카와는 카나리의 앞에 다다랐고. 미도리카와는 카나리에게

 

유즈미 나데시코: 아아아악! 못 듣겠어!

 

무로 시라베: 아무 일도 하지 않았겠지. 카나리를 찾아갔던 세 명의 말에서 카나리가 부상당한 것 같다는 내용은 없었어.

 

루미나미 나몬: 에이. 스포일러 하니까 듣는 재미가 없어지잖아…. 아무튼 미도리카와가 말했어.

 

루미나미 나몬: 재밌지. 안 그래?

 

루미나미 나몬: 뭐가?

 

루미나미 나몬: 내 목적을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해 왔는데. 단순히 사흘 동안 밤을 새운 것 만으로 그 의지가 꺾일 뻔하다니 말이야.

 

루미나미 나몬: 내가 얼마나 나약했는지 다시금 느꼈어.

 

루미나미 나몬: 총을….

 

유즈미 나데시코: 총?!

 

루미나미 나몬: 아. 내가 말 안 했나? 미도리카와는 자신의 전용실에서 무기를 들고 나왔어. 슈팅 게임의 무기상처럼 보일 정도로 바리바리 싸들고 나왔더라고.

 

루미나미 나몬: 내가 뭘 많이 챙기고 다니는 걸론 안 꿀리는데, 미도리카와한텐 못 이기겠더라. 온갖 살벌한 총기와 장비들이 온몸에 주렁주렁. 무기가 열리는 나무가 있다면 그렇게 생겼을 것 같더라.

 

무로 시라베: 위험한데. 미도리카와는 어디로 향했어?

 

루미나미 나몬: 그냥 자기 숙소로 가던데. 걔도 졸렸나 봐. 아무튼 미도리카와는 카나리에게 계속 말했어.

 

루미나미 나몬: 내가 부탁 하나만 할게. 카나리. 내가 전용실에서 나왔다는 거. 아무에게도 얘기하지 마.

 

루미나미 나몬: 카나리는 고개를 끄덕였지.

 

루미나미 나몬: 알겠어… 알겠다고

 

루미나미 나몬: 너에게 겁을 주는 건 아니야. 카나리. 사실 빌고 싶은 심정이야. 네 기분을 상하게 했다가 내 경로가 전부 들켜버리면 난 꽤 난처한 상황에 놓일 테니까.

 

루미나미 나몬: 그러니까 난 널 해치지 않을 거야. 이 탑에서 해치고 싶은 사람은 단 한 명뿐이고 다른 사람들은 상관없어. 안 끌어들일 거라고.

 

루미나미 나몬: 아. 젠장… 말이 횡설수설 나오네. 미안해. 아무튼 내가 널 해치지 않을 거란 것만 염두에 두고… 들어.

 

유즈미 나데시코: 저기. 후루미나미. 갑자기 어깨를 그렇게 잡고 말하면 무섭….

 

카나리와 미도리카와의 키 차이를 표현하려는 것처럼. 후루미나미는 마유즈미의 어깨를 잡고 눌러 상당한 높이의 차이를 만들었다. 그리고는 얼굴을 확 들이대며 후루미나미는 말했다.

 

루미나미 나몬: 입 닫고 있어.

 

후루미나미가 눈을 부릅뜨고 마유즈미에게 말하자. 마유즈미가 얼어붙었다.

 

루미나미 나몬: 앗. 나도 모르게 과몰입했네.

 

무로 시라베: 쫓겨나도 할 말 없어. 후루미나미.

 

루미나미 나몬: 히무로의 나에 대한 인상이 더 안 좋아진 것 같다….

 

느닷없이 자신의 머리를 부여잡는 후루미나미를 뒤로 하고, 나는 눈을 크게 뜬 채 얼어붙은 마유즈미를 진정시켰다.

 

무로 시라베: 마유즈미. 괜찮아? 숨 쉬어. 숨. 정신 차리고.

 

유즈미 나데시코: …파하아아아아아! 콜록. 콜록!

 

무로 시라베: 우선 진정해.

 

유즈미 나데시코: 하아… 하… 깜짝이야! 진짜 깜짝 놀랐잖아!

 

루미나미 나몬: 그렇지만 정말 미도리카와가 이렇게 말했는 걸? 그의 눈앞에 있었던 건 카나리고 난 그냥 엿보고 있었을 뿐인데도, 그 순간 난 마유즈미처럼 얼어붙었어.

 

루미나미 나몬: 미도리카와 한 사람이 가진 위협 자체에 압도된 거야. 진심이 느껴졌거든. 그건 허세가 아니었어. 대체 어떤 결심을 했길래

 

무로 시라베: 그 얘기는 나중에. 결국 미도리카와의 당부대로 카나리는 누구에게도 그의 행적에 대해 말하지 않은 거지?

 

루미나미 나몬: 그래. 그냥 고개만 끄덕이더니 미도리카와가 자기 숙소로 들어가자마자 카나리도 자신의 숙소로 도망쳤어.

 

유즈미 나데시코: 그래서 카나리가 자기 숙소 밖으로 안 나온 거구나. 미도리카와가 무서워서

 

무로 시라베: 카나리는 유약해 보였으니 그럴 만도 하지. 그것도 무기를 잔뜩 들고 있던 자가 눈앞에서 당부를 했다면 어쩔 도리가 없었을 거야.

 

루미나미 나몬: 뭐. 그 장면들을 숨어서 지켜본 내가 있어서 다행이지. 이게 탐정이지. 그럼. 그럼.

 

무로 시라베: 넌 괜찮겠어. 후루미나미? 미도리카와가 어디로 향했는지 우리에게 말해 줬잖아. 그가 입막음을 하러 온다면 너는 물론 네 이야기를 들은 마유즈미와 나까지 위험에 처할 거야.

 

무로 시라베: 가장 먼저 다치는 건 미도리카와의 당부를 받은 카나리일 거고. 괜찮겠어? 무슨 배짱으로 이러는 거야?

 

유즈미 나데시코: …그렇네?! 이거 어떡하지! 미도리카와는 총을 가지고 있잖아!

 

루미나미 나몬: 걱정 마. 우리끼리 비밀을 훔친 다음 미도리카와의 간을 볼 수도 있고, 역으로 그의 약점을 잡을 수도 있잖아. 입단속만 잘하고 몸을 사리면 안전할 거야.

 

루미나미 나몬: 그리고 어차피 내가 너희 둘에게도 말한 이상. 너희가 나한테 동참하지 않더라도 너흰 독박을 쓰게 될 걸? 어차피 이렇게 된 거 같이 가자.

 

유즈미 나데시코: 뭐야! 동료 모으기가 아니라 그냥 강요잖아?!

 

루미나미 나몬: 맞는 말이야. 하지만 나쁜 사람을 써먹을 구석은 바로 이런 곳이겠지. 악당 말고 누가 이런 과감한 판단을 하겠어? 로프를 타고 위험인물의 비밀을 훔친다. 짜릿하잖아!

 

무로 시라베: 난 네 제안에 응할 의사가 있으니 상관없지만. 마유즈미는 아니잖아. 이 일은 우리 둘이 꾸민 것으로 하자.

 

루미나미 나몬: 하아… 그래. 네가 그렇게 말한다면야 어쩔 수 없지. 셋이 하나를 상대한다는 말도 있는데 참 아쉽게 됐네.

 

루미나미 나몬: 마유즈미는 이 일에 전혀 협력하지 않았고, 우리 둘이서 마유즈미를 협박해서 동참하게 만든 거야. 그럼 됐지?

 

무로 시라베: 네 시나리오에 날 엮지 마.

 

후루미나미와 갈고리와 밧줄을 정비했다. 우선 갈고리에 밧줄을 연결해 미도리카와 전용실의 창살에 걸었다. 밧줄의 끝부분을 마유즈미 전용실의 창살에 묶고 매듭을 지어 장력을 발생시켰다. 밧줄이 팽팽해졌다.

 

미도리카와의 전용실에는 마유즈미나 나처럼 밧줄을 타고 있는 사람을 끌어올려줄 인원이 없었기에, 나와 후루미나미는 새로운 방법을 고안했다.

 

우선 밧줄과 갈고리를 하나씩 더 준비했다. 그 밧줄을 내 몸에 단단하게 감아 매듭을 만들고 끝부분에는 또 다시 갈고리를 달았다. 이제 밧줄을 타고 창살에 도착하면 이 갈고리를 창살에 걸고 벽에 발을 걸쳐 추락을 방지하면 될 일이었다.

 

무로 시라베: 내가 먼저 갈게.

 

루미나미 나몬: 응? 괜찮겠어? 난 전문가니까 내가 먼저 가고 널 끌어올려 주려고 했는데.

 

무로 시라베: 걱정 안 해도 돼. 오히려 넌 밧줄을 두 번 타느라 힘이 빠졌을 테니 내가 끌어올려 줄게. 창문을 깨는 작업에서 소리가 많이 날까 우려되지만

 

루미나미 나몬: 그럴 때를 위해 준비한! 하이스트 영화의 국룰 도구!

 

후루미나미는 자신의 가방을 뒤적거리다 무언가를 꺼내 내게 건넸다.

루미나미 나몬: 다이아몬드 유리칼이야. 뭔지 알지? 유리에 가져다 대고 스으으으윽 원을 만든 다음 가운데를 톡! 두드리면 돼. 소리는 거의 나지도 않을 거야.

 

무로 시라베: …모르겠지만. 네 지시대로 해 볼게. 구멍을 내고 안에 팔을 넣어 창문의 잠금을 해제하면 되겠지.

 

유즈미 나데시코: 잠깐. 히무로!

 

마유즈미는 잠시 쭈뼛거리더니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유즈미 나데시코: 생각이 바뀌었어. 나도 같이 갈래.

 

무로 시라베: 진심이야?

 

유즈미 나데시코: 응. 지금 우리가 미도리카와의 전용실에 바람돌이처럼 들어가면, 캐롤 씨가 굳이 터치를 할 필요도. 미도리카와가 강제로 터치를 받을 필요도 없어지잖아.

 

유즈미 나데시코: 아까 캐롤 씨의 표정을 봤어. 괴로워 보였어… 캐롤 씨는 좋은 사람이야. 나쁜 일을 겪지 않으셨으면 좋겠어. 그러니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은혜를 갚을 거야.

 

유즈미 나데시코: 재빨리 들어가서 정보만 꺼내고 나오자. 그럼 아무 문제없을 거야.

 

무로 시라베: 아니. 결국 문제는 생기기 마련이야. 그것도 상대가 미도리카와지. 잘못하면 그에게서 원한을 살 수도 있어.

 

무로 시라베: 넌 얼떨결에 이 작전에 휘말린 거잖아. 굳이 책임을 나눌 필요는 없어. 나와 후루미나미 둘이서도 충분히 전용실을 수사할 수 있으니

 

유즈미 나데시코: 얼떨결에 휘말렸지만 흐름을 타는 건 내 선택이야.

 

마유즈미의 목소리는 여전히 떨리고 있었지만 어딘가 강단있게 들리기도 했다.

 

유즈미 나데시코: 난 캐롤 씨를 도와주고 싶어. 이게 내 선택이야. 조금은, 아니 많이 무섭긴 하지. 그렇지만 난 태어나서 처음으로 용기를 좀 내 볼래.

 

유즈미 나데시코: 날 도와준 사람을 도와주고 싶은 건… 멈출 수 없는 바람이야.

 

마유즈미의 말에서 진실성을 느꼈다.

 

내가 어째서 그렇게 능률적일 수가 있었는가. 내 반쪽 짜리 재능을 잘 응용했기 때문에?

아니. 동기가 부여됐기 때문이었다. 난 기관에게 증명하고 싶었다. 메리의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고. 쓸모없는 것을 데려왔다며 메리가 손가락질을 받는 상황은 원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날 금수로 보는 기관에서도 성공적일 수 있었다.

아마 최초의 나는 그 감정을 자각하지도 못했겠지만, 자각하지 못했을 뿐 그 행적들에는 메리를 돕고 싶다는 마음이 포함되어 있었을 것이다.

 

무로 시라베: 알겠어. 그럼 빨리 출발하자.

 

루미나미 나몬: 좋은 마인드야. 마유즈미. 아. 이게 바로 하이스트 영화지. 결국 크루가 모이게 되어 있다니까?

 

루미나미 나몬: 선수 입장 끝났고. 판 뒤집혔다. 이제 유쾌한 반란이 시작된다! 게임이 시작됐다고요. 허드슨 부인!

 

신이 난 듯이 말을 쏟아내는 후루미나미를 뒤로하고 나는 밧줄을 타기 시작했다.

 

 

 

 

 

 

 

 

 

꽤 많은 사건들이 즉흥으로 나온 단크 타워의 전개에서 기본적인 틀로 잡아 놓은 부분에 진입했습니다

 

솔직히 이제 거의 끝난다! 까진 아니지만 드디어 여기서부터 집중하셔야 됩니다잉~ 하는 부분까진 도달했네요

 

이대로 진도 빠르게 빼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