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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단크 타워 (The Dank Tower)/챕터 2

더 단크 타워 챕터 2 - 30+3

by 도타싫어! 2022. 1. 22.

 

더 단크 타워

챕터 2: < 다른 세 개의 문이 있다 >

"이미 일어난 일은 되돌려질 수 있는가?"

"우리는 아무것도 되돌릴 수 없어요. 아쉬움에 쓴 맛을 곱씹을 뿐…"

 

 

 

모리는 카이다의 위협을 듣고서도 목발을 앞으로 내디뎠다.

 

리 레이코: 내가 먼저 가겠다. 손가락을 분지르라면 분지르라지. 내게 있어서는 이제 아무래도 상관없다.

 

유즈미 나데시코: 안 돼. 나머지 손가락을 소중하게 여겨야지! 그냥 천천히 다가가자… 뭐라도 주면서 다가가야 하나? 카이다가 뭐 좋아하는지 아는 사람?

 

무로 시라베: 카이다는 동물이 아니야. 먹이를 준다고 꼬리를 흔들지는 않을 거야.

 

나시: 모노로그에게서 뭔가를 받을지도 모르지.

 

이다 쿠로하: 너희 말 들리거든?!

 

카이다는 우리 쪽으로 고개를 확 틀고서 윽박질렀다.

 

나시: 들었다면 어쩔 수 없고… 물어봐야 할 게 있으니 곧바로 가자.

 

무로 시라베: 아무리 카이다라도 공동의 목적을 위해서는 수사에 협력하겠지. 첫 번째 살인에서처럼 자신이 관여된 게 아니면 말이야.

 

나나시가 먼저 카이다를 향해 걷자 내가 그의 뒤를 따랐다.

 

유즈미 나데시코: 모리. 걸을 수 있겠어? 도와줄게.

 

등 뒤에서 마유즈미의 난처한 목소리를 들은 뒤에야 나는 모리가 목발을 짚고 모래사장을 절뚝이며 걸어가는 것을 보았다. 모리는 소지와 약지밖에 남지 않은 왼손을 휘저어 마유즈미를 밀어냈다.

 

무로 시라베: 모리. 굳이 움직일 필요 없어. 쉬고 있어도 돼.

 

리 레이코: 어차피 언젠가 죽으면 영원히 쉴 수 있다. 도움 따윈 필요 없으니 너희 먼저 첩자에게로 향해라

 

유즈미 나데시코: 그렇지만 넌 지금 쉬어야 해! 감염에서 나은 지가 얼마나 됐다고

 

리 레이코: 왜. 거동이 불편할 테니 이제 내가 할 일은 죽는 날을 기다릴 뿐이라는 것인가?

 

모리는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마유즈미는 그게 아니라는 듯이 고개를 저었지만 모리는 마유즈미에게 눈길을 주지 않았다.

 

리 레이코: 내겐 아직 해야 할 일이 있다. 그러니 쓸데없는 걱정 말고 첩자에게 가라.

 

무로 시라베: 그래야 한다면야.

 

자존심이 강한 모리 같은 사람과 논쟁을 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했다. 시간이 촉박한 상황에서는 더욱 그랬다. 결국 나는 마유즈미와 모리를 뒤로 하고 나나시에게로 다가갔다.

 

나나시는 카이다의 위협에도 개의치 않고 그녀를 대화의 흐름 안에 붙들어 두고 있었다.

 

나시: 고작 손가락 하나 겨누어졌다고 그렇게 화를 낼 필요는 없잖아. 총을 겨누었을 때도 참았으면서.

 

이다 쿠로하: 닥쳐. 너도 똑같아. 네 캐롤 씨 치맛자락 뒤에 숨어서 질질 짜는 약해빠진 새끼야.

 

나시: 네 말이 맞아.

 

무로 시라베: 카이다. 대화를 하자. 너에게 물을 게 있어.

 

이다 쿠로하: 나는 대답 안 할 테니까 저리 꺼지라고. 귀찮게 하지 말고.

 

리 레이코: 네가 사라지면 될 일 아닌가?

 

카이다는 모리만큼이나 자존심이 센 사람이었다. 강대한 그녀가 질문에서 도망가는 게 아니라 우리가 그녀에게서 거절당해 쫓겨나는 상황이 그녀에게 있어서 좋은 그림이었던 것이다. 나는 그녀의 꼬인 성격에 감사했다. 만약 그녀 쪽에서 우리를 피했다간 조금의 간접적인 증언도 얻지 못했을 테니까.

 

그 성격 덕분에. 카이다는 모리가 절뚝이며 그녀의 앞에 도착할 때까지도 팔짱을 끼고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이다 쿠로하: 야. 너희들. 꺼지라고 했지? 다 꼴 보기 싫다고.

 

카이다는 질릴 대로 질린 표정으로 손을 내저었다.

 

나시: 왜?

 

이다 쿠로하: 왜냐고? 너희들 꼬락서니 좀 봐. 넌 매번 시련에서 나 방해하고, 넌 약해 빠져서 늘 울고 다녀, 넌 나한테 몇 번씩 깨져도 정신을 못 차려. 그리고 너는

 

카이다는 나, 나나시, 모리를 차례대로 가리키며 모욕을 쏟아 내다가 마유즈미를 가리키자 말을 잠시 멈추었다.

 

이다 쿠로하: 너는 그냥 싫어. 총을 들고 나 잘났다고 뻐기고 다니는 꼴이 멍청하기 짝이 없지. 재수 없는 히무로 자식이 매고 다니는 개새끼처럼 근처에서 낑낑거리긴.

 

유즈미 나데시코: 난 그런 적 없어!

 

무로 시라베: 마유즈미의 말이 옳아. 그녀는 스스로의 힘으로 너에게 맞섰어.

 

나시: 우린 그저 증언을 들으려고 온 거야. 첫 번째 사건처럼 네가 긴밀히 얽혀있는 게 아니면 좀 도와주지 않겠어?

 

나시: 사건의 해결을 위한 거야.

 

카이다의 표정에 못마땅함이 더더욱 커져갔다.

 

이다 쿠로하: 무슨 증언.

 

나시: 네가 모닥불 주변의 사람들을 보고 남긴 '이럴 리가 없는데?'말이야. 그건 무슨 뜻이었어?

 

이다 쿠로하: 그쯤 되면 감염으로 하나 뒈졌을 줄 알았는데 살아 있으니까 한 말이지.

 

나시: 그럼 그 뒤의 '이 새끼가.'는?

 

카이다는 기가 찬 표정을 지었다.

 

이다 쿠로하: 뭔 개소리야? 애초에 너는 저 새끼의 증언을 믿고 있냐? 총을 쥐여 줬으면 나이토가 소리 못 지르게 협박한 다음 죽였을지도 모르잖아!

 

의문문에 의문문. 그리고 화제를 돌리려 하는 시도.

 

나시: 네가 첫 번째 질문에 답한 순간부터 마유즈미의 증언이 믿을만하다는 건 입증됐어. 너는 모닥불로 누군가를 미리 보내 놨던 거지? 그 사람이 무언가를 수행해야 했지만 모닥불을 바라본 네 눈에는 수행된 모습이 보이지 않았어.

 

나시: 그래서 '네가 이미 이긴 게임'이 되지 않았으니. 너는 화를 냈던 거야.

 

카이다는 짜증이 난 듯이 눈가를 찌푸리고 있다가 씨익 웃었다.

 

이다 쿠로하: 순둥이는 몰라도 네가 느닷없이 왜 이러는지는 알겠다. 많이 화가 나셨다 이거지? 뻔히 보여.

 

이다 쿠로하: 그래. 딱하니까 내가 인정할게. 내가 보낸 사람이 있어.

 

리 레이코: 왜 그렇게 당당한 것이지? 우리에게서 숨기는 게 있나?

 

이다 쿠로하: 아니. 다시 생각해 보니까 굳이 숨길 필요가 없더라고. 어차피 내가 검정도 아닌데 그럴 필요가 없지. 이루고 싶은 목적도 없고.

 

이다 쿠로하: 그러니까 마음껏 복수해 봐.

 

카이다는 첫 번째 재판에서 미도리카와의 유서를 날조해 모두의 신뢰 관계를 부수려고 했다. 그러나 이번 살인에는 그럴 틈이 없었다. 수작을 부린다고 해도 우리가 당해 줄리도 없었다. 그러니 거리낌 없이 증언을 할 수 있다는 것인가?

 

카이다의 증언을 기억했다.

 

유즈미 나데시코: 그럼 검정이 누구인지도 알아?

 

카이다의 눈동자가 마유즈미에게 잠시 머물렀다.

 

이다 쿠로하: 됐다. 마음이 바뀌었어. 너희가 알아서 알아내라.

 

한 자리에 가만히 서 있던 완강한 모습의 카이다였으나, 그녀는 우리에게서 등을 돌렸다.

 

이상한 일이었다. 겉으로 관찰하기에는 마치 카이다가 마유즈미를 꺼리는 것처럼 보였다. 왜지?

 

무로 시라베: 마유즈미. 카이다가 너를 보면 왜 저렇게 반응하지 이유를 짐작할 수 있어? 총을 들고 있는 너를 두려워하게 된 것이라던가.

 

유즈미 나데시코: 내가 아직 총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숨겨두고 있는데

 

마유즈미는 자신의 다리를 두 손으로 가리켰다.

 

유즈미 나데시코: 왜 날 저렇게 싫어하지? 쏴도 뭐라 했을 거면서 안 쐈다고 뭐라 하고

 

무로 시라베: 카이다는 모든 사람을 싫어해. 아마 널 싫어하는 이유도 하찮은 일 때문이겠지.

 

유즈미 나데시코: 그럴까?

 

나시: 본인의 증언도 나왔고 확실해질 게 전부 확실해졌어. 그거면 된 거야.

 

리 레이코: 검정을 잡을 준비가 된 건가?

 

나시: …거의 다 됐어. 이제 곧 캐롤 씨를 죽게 만든 죗값을 치르게 만들 수 있어.

 

유즈미 나데시코: 캐롤 씨

 

마유즈미의 표정이 침울해졌다. 나와 모리는 나나시의 말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지만, 나는 나나시의 말에 동의했다. 본인이 의도한 바는 아니겠지만 검정은 두 명을 죽게 만들었다. 그것도 살인 게임에 있어 다른 이들을 도울 수 있는, 중요한 이들을 두 명 죽게 만든 것이다.

 

검정은 자신이 저지른 살인의 죗값을 치르게 되리라.

 

리 레이코: 그게 너의 목적인가? 죽은 상담사의 복수를 하는 것 말이다.

 

모리는 문득 의아한 기색을 담은 채 나나시에게 물었다.

 

나시: 그게 왜?

 

리 레이코: 그럼 승부사는 어떻게 되지?

 

모리의 물음에 나나시 또한 의문을 표했다.

 

나시: 나이토가 왜.

 

리 레이코: …아무것도 아니다.

 

결국 모리는 고개를 저으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의아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모리가 나이토의 죽음에 실의를 느낀단 말인가? 내가 기억하기로 그녀는 나이토의 사상을 폄하했다. 진정한 기사가 되려는 그의 태도는 그에게서 빼놓을 수 없었으나 정작 모리는 나이토가 그런 태도를 버리라고 요구해왔다. 그러니 삐걱일 수밖에.

 

그가 죽은 뒤에야 우정을 느낀 것이란 말인가?

 

23T5U130: 히무로! 잠시 이리 와 봐!

 

모리에게 질문을 하려던 찰나 23T가 먼 해변에서 나를 불렀다. 카이다가 떠난 이상 그녀에게서 더 얻을 증언이 없었기에. 나는 곧바로 23T에게로 향했다. 또 해변에서 무언가가 발견된 이상 반드시 사건과 관련이 있을 터였다.

 

유즈미 나데시코: 쟤들은 도와주지 말란다고 진짜 안 돕고 가버리네

 

리 레이코: 부탁이니 너도 가라. 서예가.

 

무로 시라베: 뭘 찾은 거야?

 

23T는 내 물음에 자신의 손에 들려 있는 단검을 보여 주었다.

 

23T5U130: 모래 속에 파묻혀 있었어. 이게 나이토를 찌른 흉기 같아.

 

나는 단검의 날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날이 조금 상해 있었다. 무언가를 뚫고 들어간 기색이 분명했다. 하기와라와 내 단검에서 발견하지 못한 흔적이었다.

 

근처에서 수사를 하고 있던 야가미도 낌새를 느끼고 내 쪽으로 다가왔다.

 

가미 토가: 흉기가 발견된 건가요?

 

무로 시라베: 경주마들에게 지급된 단검이 흉기였던 것 같아. 야가미. 네게도 이 단검이 있어?

 

가미 토가: 네 미도리카와 씨가 제게 보내주신 것 같군요.

 

야가미가 품 속에서 단검을 꺼냈다. 거구의 야가미는 손까지 컸다. 솥뚜껑만 한 손에 들린 단검은 마치 이쑤시개처럼 보였다.

 

나시: 미도리카와라니?

 

그 와중에 이야기를 듣고 있던 나나시가 의문을 표했다.

 

가미 토가: 긴 이야기입니다. 제가 조사하며 들은 바에 의하면 단검이 다섯 개 있다고 하던데요.

 

무로 시라베: 나에게 하나, 하기와라에게 하나가 있어. 그러니 이제 단검이 두 개 남은 거지.

 

그리고 이것. 흉기로 쓰인 단검을 가지고 있던 자가 범인일 가능성이 높았다.

 

흉기로 쓰인 단검을 다이얼로그로 찍어 기억했다.

 

그리고 다음 순간. 다이얼로그가 진동하며 모노로그의 목소리를 크게 송출했다.

 

모노로그: 거기까지다! 조사 시간은 이제 종료되었다. 1층의 엘리베이터로 모여라. 곧 학급재판을 개정할 것이다!

 

모노로그또다시 시작되는군. 검정과 하양 사이의 수수께끼 대결이다. 너희들 사이에 숨은 검은 양을 잡아낼 때가 온 것이다! 준비는 됐나?

 

나시: 충분히.

 

나는 공허하게 말하는 그를 돌아보았다. 그의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도 나타나 있지 않았다.

 

그를 관찰하면 관찰할수록 나는 내가 알던 그의 모습과 살인이 벌어진 후의 모습 사이의 위화감만을 더욱 크게 느꼈다. 나나시는 나보다 감정의 표출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사람이었고, 감정의 스펙트럼도 넓었다. 그는 부끄러워하고 슬퍼하면서 화도 낼 수 있었다.

 

그러나 두 번째 살인이 벌어진 후의 나나시는 한 가지 감정만을 가진 사람이 되었다. 유일하게 표출한 감정은 분노였다. 그것을 분노라고 표현하는 것이 적절한지도 긴가민가한 분노였는데, 그가 무엇에 화가 난 것인지 나는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카나리를 압박할 수 있고 모리의 부상은 신경쓰지 않으며, 카이다의 협박에도 조금도 움직이지 않는 그의 모습을 보고 나는 용기나 당당함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기 어려웠다. 그에게 어울리는 단어는… 독선이었다.

 

나시: 이런 말을 하게 돼서 미안한데. 내가 카나리에게 무슨 짓을 하는지 네가 상관할 필요는 없잖아. 왜 굳이 신경을 쓰는 거야? 그것도 카나리 같은 사람을.

 

나시: 네가 뭘 짐작했는지는 모르지만 나는 정말 하찮은 일을 하려는 것뿐이야. 자기 말을 그대로 돌려주는 거. 내가 하고 싶다는 이유로 무언가를 하는 게 정당하다면, 똑같이 당해 보더라도 할 말은 없겠지.

 

나나시의 눈이 순간 금빛으로 변했던 이유를 생각해 보려 했으나 나는 특별한 이유를 떠올리지 못 했다.

 

그리고 내가 왜 나나시에게 캐롤의 원래 눈동자 색을 물었는지도… 논리적인 근거가 부족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를 고치거나 그의 변화를 막는 것이 아니었다.

 

나는 서서히, 원래 그가 가지고 있던 모습에서 멀어지는 나나시의 뒷모습을 지켜보았다. 홀로 탑으로 통하는 균열을 향해 걸어가는 그를.

 

23T5U130: 나나시.

 

그리고 내 바로 옆에서 23T 또한 나나시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무로 시라베: 나나시가 왜 저렇게 행동하는지 짐작이 가는 이유라도 있어?

 

23T5U130: …나나시는 이 탑에 오기 전 캐롤과 면식이 있었어. 지금은 그 기억을 떠올리지 못했지만 그도 본능적으로 큰 상실감을 느끼는 것 같아. 캐롤이 나나시를 도와준 것도 있고.

 

23T5U130: 터치는 정신을 나누는 힘이라는 걸 들었어. 그래서 캐롤은 강제적인 터치임에도 미도리카와가 죽었을 때 크게 동요했지. 미도리카와와 별반 친분도 없더라도 캐롤과 터치를 나눠 본 사람은 전부 동요했어. 그 정도로 터치는 강력한 힘이야.

 

23T5U130: 게다가 나나시는 캐롤과 가장 많은 터치를 나눈 사람이었는데. 캐롤이 죽었으니 그가 동요할 수밖에. 나나시는 마치 자신의 일부가 없어진 것 같은 느낌을 받고 있을 거야.

 

무로 시라베: 그럼 우리는 나나시를 위해 뭘 할 수 있지?

 

유즈미 나데시코: 옆에 있어주는 것 말고는… 없을지도.

 

그것 말고 없다는 것은, 실상 우리가 그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뜻과 같았다.

 

 

 

 

 

 

해변에서 이루어진 조사였기에 모든 인원이 해변에 모여 있었다. 따라서 1층의 엘리베이터로 모이는 과정은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았다. 기둥이 서서히 열리고 다시금 기계 뱀의 식도 속으로 발을 디딘 우리는. 엘리베이터 속에서 서로를 돌아보았다.

 

그것은 확신을 가지지 못한 자신과 다르게 누군가는 확신을 가지고 있기를 바라는 시선이었으며, 이 중 한 명은 반드시 처형을 당하게 될 것임을 아는 자들의 불안한 시선이기도 했다. 첫 번째 재판에서는 처형이 무엇인지 온전히 예상한 이가 나 말고는 없었겠지만, 이제 전부 처형이 무엇인지를 이해하고 있었다. 잔인하고 악취미적인 그 행위를. 누군가가 결국 당하게 되리라.

 

그게 한 명이냐, 한 명을 제외한 나머지 전부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었다. 그것을 알고 있는 살인 게임의 참가자들은 저마다 한 마디씩을 토해내었다.

 

기와라 우시오: 나이토 같은 착한 놈을 죽인 사람은 지옥에 떨어질 거다.

 

가미 토가: 지옥이란 곳이 정말 있다면 그렇게 되겠죠.

 

나즈키 시노부: 죗값을 치르게 만드는 데 의의를 두면 돼.

 

나리 케이토: 이 엘리베이터는 또 덜컹거리네. 짜증 나게.

 

키와 아유키: 우린 검정을 잡을 수 있을 거야

 

유즈미 나데시코: …나이토. 네 원한을 풀어 줄게.

 

루미나미 나몬: 나이토는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 준 사람이었어. 그 멋진 장면을 다시 보고 싶다.

 

리 레이코: …그가 나 대신 이 자리에 있길 바랐는데.

 

바라 쿠리스: 망할… 엘리베이터 안이 비어있는 게 느껴져. 앞으로 더 비게 될까?

 

이다 쿠로하: 분명 더 비게 될 거다. 텅텅 비겠지.

 

무로 시라베: ….

 

23T5U130: 나나시. 너 괜찮아? 어딘가 불안정해 보이는데.

 

나나시를 돌아보자 그는 아무런 소리도, 말도 없이 눈물을 몇 방울 흘리고 있었다. 그가 천천히 자신의 눈물을 훔쳐내자 그가 울음을 흘렸는지도 분간할 수 없게 될 정도로. 그는 슬픔을 표현하지 않으려 했다.

 

나시: 걱정 마. 검정은 반드시 죽을 테니까. 내가 그렇게 만들겠어.

 

무로 시라베: 전혀 괜찮지 않은 것 같은데.

 

나시: 내가 바라는 건 복수뿐이야. 우리 공동의 목표는 검정을 잡는 거고. 지금은 그것만으로 충분하잖아.

 

나시: 여기서 검정을 잡아서 처형시키고. 죽기 전까지 더 하찮은 삶을 영위하기만 하면 돼

 

나는 그렇게 말했다. 그것 말고 아무런 욕망도 없었다. 바라는 것도 없었다.

 

이제 나 자신에게서는 무엇도 기대할 수 없었다.

 

내게 있어서 이미 재판은 끝나 있었다. 남은 일은 처형을 구경하며 캐롤 씨가 그 살인자의 죽음을 함께 봐주기를 바랄 뿐이었다.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고, 나는 느릿하고 불필요한 절차를 걸쳐 이루어지는 처형의 무대 속으로 발을 디뎠다.

 

두 번째 학급재판장의 전경은 우리 모두를 당황시켰다.

 

나시: 해변이잖아?

 

나나시는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나무로 만들어진 지정석과 16개의 과녁은 그대로였다. 그러나 그것을 제외한 모든 것들은 해변이었다. 모래사장. 꽤 밝은 인공조명으로 구현한 태양. 파도 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어째서인지 학급재판장 안이 사막이 아니라 해변이라고. 재판장 안의 모두가 본능적으로 인식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지정석에도. 작게나마 변화가 있었다.

 

루미나미 나몬: 뭐야! 지정석 위치 왜 바뀌었어! 나 히무로 바로 옆이었는데!

 

나는 작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모노로그: 재판에는 새로운 전개가 필요하니 바꿔 봤다.

 

키와 아유키: 자리만 바뀌었지 다른 변화는 별로 없는 것 같아.

 

이다 쿠로하: 쯧. 바로 옆에 죽은 사람이 있다니 재수도 없지.

 

나즈키 시노부: 어허. 그런 말 하는 거 아니야.

 

유즈미 나데시코: 나는 아직 히무로 옆이네

 

루미나미 나몬: 이건 불공평해! 모노로그! 자리 좀 바꿔 줘! 나 히무로 옆으로 갈 거야. 갈래!

 

모노로그: 멍청한 요구 마라.

 

루미나미 나몬: 아아! 제발. 미도리카와. 나랑 자리 좀 바꾸자! 재판 진행되는 시간동안 옆에서 얼굴 볼 수 있는 핫스팟이었는데. 자리 바꿔 줘! 아. 죽었지?

 

기와라 우시오: 하. 쟤 진짜 물건이네.

 

바라 쿠리스: 우리도 아직 옆자리야. 하이파이브!

 

기와라 우시오: 오냐! 좋아요!

 

가미 토가: 만담은 그만 하고 재판을 시작합시다.

 

루미나미 나몬: 다음 살인사건에서는 반드시 옆자리로 만나자. 응…?

 

후루미나미가 내 옆을 스쳐지나가며 눈물을 흘렸다. 나는 목에 소름이 돋는 것을 억누르려 애썼다.

 

나시: 모리. 조심해서 움직여.

 

리 레이코: 쓸모 없는 걱정이다.

 

우리가 각자의 지정석으로 다시금 걸어가자 모노로그가 재판장의 중앙으로 떠올랐다.

 

모노로그: 어떻게 하는지는 이미 알고 있겠지?

 

공중에 떠오른 모노로그는 우리에게 장갑과 언총을 뱉었다. 두 번째인지라 다른 이들이 그렇게 익숙해졌다고는 볼 수 없었으나, 몇몇은 빠르게 언총을 착용하고 언탄을 실린더 안에 재고 있었다.

 

리 레이코: 제길.

 

모리가 문득 그렇게 말했다. 그녀는 오른손으로 목발을 짚어야 했기에 장갑을 착용하기가 어려웠다. 무엇보다 약지와 소지만으로 권총을 잡고 방아쇠를 당기는 건 더없이 힘든 일일 게 분명했다.

 

나시: 모노로그. 모리를 위한 도움 같은 건 없나? 손이 이래서 어떻게 재판을 하라는 거야.

 

모노로그: 내가 모든 걸 다 해줄 순 없다. 어떻게 재판에 참여할지는 모리 레이코의 재량에 달린 일이다.

 

리 레이코: 다가오지 마라! 내가 알아서 할 수 있으니

 

모리는 언총을 트렌치 코트의 주머니에 넣은 뒤 장갑을 입에 물어 고정시켰다. 그리고 왼손을 장갑 안에 집어넣었다. 그 모습을 보자 모노로그는 소름이 끼치는 웃음소리를 냈다.

 

모노로그: 끌끌끌. 대단하군. 스스로 균형을 맞추었어. 그리고 탑 또한 스스로 균형을 맞추었다. 이번에는 두 명이 죽었지. 그리고 너희 스스로도 균형을 맞추고 싶을 것이다. 검정을 잡아서 죽이고 싶겠지?

 

모노로그: 반대로 검정의 입장에서는 이미 깬 균형을 더 부수기 위해 애써야 할 것이다. 첫 번째 재판과는 달리 패배자는 처형을 당하게 되겠지. 그리고 내가 장담하건대, 어떤 처형도 편안하지는 않을 것이다.

 

모노로그: 현재 시각은 오전 7시. 다들 피로감을 억지로 잠재우면서 재판에 임하고 있겠지? 무뎌진 정신을 갈고닦아라. 억지로 잠에서 깨어나라. 지금 잠에 들면 그것은 영면이 될지도 모르니.

 

모노로그: 그러니 너희 모두 힘내도록 해라. 재판을 이겨낸 승리자들에겐 특별한 보상이 주어질 것이다.

 

모노로그: 너희 모두. 죽은 이의 얼굴을 다시 보고 싶지 않나?

 

나나시의 얼굴이 잠시 떨렸다.

 

나시: …뭐라고?

 

리 레이코: 죽은 이를 다시 볼 수 있다는 것인가?

 

모노로그: 상을 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재판에서 승리해야 할 것이다. 그럼 학급재판을 개정한다!

 

모노로그의 외침과 함께 다시금. 운명과 명운이 걸린 학급재판이 시작되었다.

 

 

 

 

 

키와 아유키: 두 번째 재판… 시작하기 앞서서, 무슨 이야기부터 하면 좋을지 생각을 가진 사람 있어?

 

먼저 운을 뗀 것은 나나시였다.

 

나시: 흉기에 대한 이야기부터 하자. 나이토의 가슴께 부근에는 관통상이 남아 있었어. 미도리카와 때처럼 억지로 흉기를 만들어낸 게 아니라 제대로 된 날붙이로 찌른 거지.

 

나나시는 자신의 주머니 속에서 단검을 꺼냈다.

 

나리 케이토: 뭐야?! 그게 뭔데?!

 

카나리는 나나시가 들고 있는 단검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나나시는 눈을 크게 뜬 카나리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말을 이었다.

 

나시: 이건 크레딧 상점을 통해 지급된 단검이야. 원래 히무로 거였는데 잠시 내가 빌렸어. 단검은 총 5개가 있었고 하기와라, 야가미가 각각 하나씩을 더 가지고 있어.

 

나나시는 자신의 과녁에 대고 언총의 방아쇠를 당겼다. 그러자 허공에 글자가 떠올랐다. 다섯 개의 단검.

 

기와라 우시오: 나머지는 두 개야? 이상한데. 자기 경주마한테 단검 보낸 사람 있으면 지금 말해 봐.

 

그러나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기와라 우시오: 아니 뭐야? 이해가 안 되네. 왜 말을 안 해? 검정은 실행범 단 한 명뿐이라고 첫 번째 재판에서도 얘기 나왔잖아. 경주마랑 후원자 제도도 이제 끝났어. 이제 내가 내 경주마한테 단검 줬어요. 하고 밝히면 되는데 왜 대답이 없어?

 

루미나미 나몬: 그러게 말이지. 애초에 후원자와 경주마가 공범이고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어서 밝히고 있지 않다고 해도, 살인범이 아닌 쪽은 왜 안 밝히는 걸까?

 

그 이유는, 어쩌면

 

무로 시라베: …사실 자진해서 밝힐 필요조차 없어. 정황상 우리는 이미 단검을 받은 사람이 누구인지 알고 있으니까.

 

가미 토가: 맞습니다.

 

야가미가 방아쇠를 당기자 허공에 글자가 떠올랐다.

 

카이다 쿠로하의 단검.

 

이다 쿠로하: 뭐? 나?

 

가미 토가: 카이다 씨. 당신에게는 단검이 없습니까? 자기 목숨을 귀중히 여기는 카나리 씨라면, 당신에게 반드시 무기를 보냈을 텐데요.

 

이다 쿠로하: 어이없게 만드네. 그냥 네 어림짐작으로 나한테 단검이 있다 생각해 놓고서 그걸 언탄으로 쏜 거야? 뻔뻔하기도 하지. 나한텐 단검이 필요 없어.

 

카이다는 자신의 허벅지의 수납도구에서 쿠나이를 꺼내고 끝부분에 손가락을 넣어 빙글빙글 돌렸다.

 

이다 쿠로하: 이건 두 번째 시련에서 쓴 쿠나이가 아니야. 애초에 나한테는 무기가 많아. 나는 뭐든 손에 잡고 내려치기만 해도 사람을 죽일 수 있지만, 왜 굳이 단검을 쓰지? 내 손에 익은 무기가 얼마나 많은데.

 

리 레이코: 그럴 경우 흉기의 주인이 카이다 쿠로하로 확정되니까. 아닌가?

 

이다 쿠로하: 생각이 없네. 같은 종류의 단검을 다른 새끼들도 보급받았을 거란 걸 내가 어떻게 알아?

 

키와 아유키: 보급 특권이 있으면 알 수 있잖아.

 

토키와 아유키가 방아쇠를 당겼다. 보급 특권.

 

키와 아유키: 보급 특권은 휴게실의 한 층 아래 보급실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물품을 경주마에게 보낼 수 있는 권리야. 후루미나미와 카나리가 그걸 크레딧으로 샀어.

 

키와 아유키: 보급 특권이 있다면 다른 단검들에 대한 정보도 알려줄 수 있지 않겠어?

 

이다 쿠로하: 제기랄. 마음만 같아서는 바로 논파해서 너희들한테 한 방 먹여주고 싶은데. 물적 증거가 없네.

 

나즈키 시노부: 그리고 증거가 없다는 건

 

이다 쿠로하: 병신 같은 소리들 마. 너희도 내가 범인 아닐 거란 건 알잖아? 내가 왜 사람을 죽이지? 내가 원하는 건 그냥 마지막까지 살아남아서 탑에서 나가는 거야.

 

이다 쿠로하: 누굴 죽여? 시련 안에서라면 환영이야. 그런데 해변에서 누굴 죽으면 나까지 머리채 잡혀서 저승행이잖아. 난 그런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없어.

 

나시: 카이다의 말이 맞아… 애초에 카이다는 범인이 아니야. 범행에 큰 도움을 주긴 했지만.

 

유즈미 나데시코: 으응…?

 

나시: 카나리. 너 아까 왜 그렇게 놀란 거야?

 

나나시가 카나리를 바라보자 카나리는 눈을 몇 번 깜빡인 채 무덤덤하려 애썼다. 겉으로 무척 티가 났다.

 

나리 케이토: 놀라다니.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나시: 모르는 척 마. 너는 내가 단검을 꺼내자마자 이상할 정도로 놀랐잖아.

 

나리 케이토: 뭐야?! 그게 뭔데?!

 

기와라 우시오: 그러게. 칼 처음 보는 사람도 아니고 왜 저래?

 

가미 토가: 켕기는 점이 있어서 그런 거겠죠. 당연히.

 

카나리의 표정이 조금씩 어두워지는 와중에 나나시는 그를 놓아주지 않았다. 

 

나시: 탑에 있던 사람들은 기억하겠지만, 내가 후루미나미에게서 카나리의 위치를 추궁했을 때 우리는 카나리의 위치를 알아내지 못 했어. 후루미나미 본인도 위치를 몰랐고 다이얼로그조차 연결되지 않았지.

 

사라진 카나리 케이토.

 

키와 아유키: 맞아. 그랬어

 

바라 쿠리스: 난 다이얼로그 전원을 끈 줄 알았는데. 생각해보니 다이얼로그엔 애초에 전원 버튼이 없더라고.

 

나시: 토키와의 증언에 따르면 우리가 보급실에서 나왔을 때. 토키와는 카나리의 목소리를 들은 것 같다고 했어. 어쩌면 우리가 방심한 사이에 카나리는 보급실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을지도 몰라.

 

토키와의 증언.

 

유즈미 나데시코: 그런데 카나리에 대한 이야기를 지금 왜 하는 거야…?

 

리 레이코: 다시 생각해봐야 하지 않겠나? 시계공이 보급실에 들어가 봤자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통화가 연결되지 않던 것과 보급실에 어떤 관계가 있지?

 

나시: …해변으로 통하는 문이 열렸을 때 기억해? 우린 사라진 사람들에게 전화를 걸어 봤어. 그런데 통화는 이어지지 않았지. 해변과 탑은 통화가 이어지지 않는 별개의 공간인 거야. 그런데 카나리와의 통화 또한 이어지지 않았지.

 

하기와라는 나나시의 말을 듣고 깨달은 기색을 보였다.

 

기와라 우시오: 지금 카나리가 탑에서 해변으로 이동했다는 거야?

 

루미나미 나몬: That's impossible!

 

후루미나미는 그렇게 외치며 입에 물고 있던 곰방대를 떨어트리고, 턱 바로 밑에 두고 있던 손바닥 위로 곰방대를 안착시켰다.

 

바라 쿠리스: 아니. 그럴 방법이 있어?

 

무로 시라베: 가능해. 내가 직접 봤어.

 

이다 쿠로하: 오. 봤다고?

 

나리 케이토: 불가능해. 위증이야…!

 

카나리는 나와 나나시에게 언총을 겨누고 방아쇠를 마구 당겼다. 언총은 허공에 떠오른 글자를 부수는 게 아니라 사람에게 직접 쏠 수도 있었지만, 모노로그의 말마따나 말에 힘이 없으면 언총의 충격량 또한 감소하기 마련이었다.

 

카나리의 언총에서는 총성이 울렸지만, 나는 충격을 거의 느끼지도 못했다. 얼굴에 스치는 바람 정도를 느꼈을까.

 

나리 케이토: 위증이라고! 난 그런 적 없어! 당연히 본 사람도 없지!

 

너무 어설픈데.

 

무로 시라베: 나는 너를 봤다고 한 적이 없어. 보급실에서 해변으로 이동하는 경우를 봤다는 거야.

 

나리 케이토: 뭐?

 

카나리는 얼빠진 표정을 숨기지도 못 했다.

 

루미나미 나몬: 자기 발에 몇 번씩 걸려서 넘어지다니. 제대로 걸리셨군!

 

기와라 우시오: 야. 네가 나이토를 죽인 거냐? 아니 씨발 대체 어떻게

 

나시: 다들 진정해. 일단 보급실에서 해변으로 이동해본 사람은 나야. 모리도 봤겠지?

 

모리는 잠시 생각에 잠긴 뒤 말했다.

 

리 레이코: 네가 모래 밑에서 솟아오른 것 말인가?

 

나시: 그래. 난 보급실에 있는 컨베이어 벨트 속으로 들어갔어. 보급실의 빛이 가늘어질 정도로 길게 이어진 벨트를 지나고 난 뒤에는 절벽 밑으로 떨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마지막에는 어디론가 올라간다 싶더니 해변에 있었지.

 

나시: 난 카나리가 나와 캐롤 씨에게서 도망가기 위해 컨베이어 벨트에 몸을 던졌고. 그래서 해변에 도착했으리라고 생각해. 아마 카나리의 성격대로면 모노로그에게 컨베이어 벨트를 사람이 타도 위험한지 물어봤을 거야.

 

키와 아유키: 그러니 카나리와의 통화 자체가 연결되지 않았던 거구나. 카나리는 해변에 있어서

 

기와라 우시오: 이 개새끼…!

 

하기와라의 이마에 혈관이 튀어나왔다. 그는 자신의 지정석에서 이탈하고선 카나리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가기 시작했다. 다른 이들의 눈치를 보고 있던 카나리는 하기와라를 보고 히익 하는 소리를 냈다.

 

나는 하기와라를 만류했다. 그의 분노가 과장된 것이거나 검정을 압박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하기와라 또한 나이토에게 친밀감을 느끼고 있었다는 것이 의외였다. 만난 지 한 달도 되지 않은 이에게 어떻게 저 정도의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걸까?

 

무로 시라베: 기다려. 하기와라. 카나리가 범인인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아.

 

나시: 그래. 아직 남았어… 내가 도착한 곳은 해변이었지만, 정확히는 모리 바로 옆이었어. 보급 특권을 써서 컨베이어 벨트에 들어간 물건은 그 사람의 경주마에게로 가잖아? 아마 내 몸 자체가 보급품으로 취급돼서 내 경주마였던 모리에게로 간 것 같아. 후원 제도는 종료됐다지만

 

나시: 그럼 만약에 카나리가 보급 특권을 써서 해변으로 왔다면. 누구 곁에 있었을 것 같아?

 

하기와라는 그 자리에 우뚝 서고서 다른 이들을 돌아보며 물었다.

 

기와라 우시오: …카나리의 경주마가 누구였더라?

 

나즈키 시노부: 쟤.

 

칸나즈키의 손가락이 그녀를 가리켰다.

 

이다 쿠로하: 손가락질하지 말라고. 개새끼들아. 그 손가락 꺾어버리기 전에!

 

카이다는 다시금 화를 냈다.

 

 

 

히무로 시라베의 기억:

 

사건 당시의 모니터실 화면 - 모니터실 화면 뿐만이 아니라 휴대용 송출기, 도청기의 모든 정보가 차단되었다. 그것들이 차단된 사이에 사건이 벌여졌을 확률이 매우 높다.

나이토의 젖은 몸 - 나이토의 젖은 몸은 바다로 인한 것이 분명하다.

피해자의 사라진 하반신 - 나이토의 다리는 사라져 있다. 어디로 사라진 것인가?

바다로 향하는, 끊긴 핏자국 - 바다 쪽으로 핏자국이 이어져 있으나 어느 기점부터 끊겨 있다.

 

팔에 묻은 모래와 침낭의 모래 - 나이토의 팔에 이상할 정도로 모래가 많이 묻어 있다. 침낭 안도 마찬가지다.

절단면 - 절단면이라 부를 수 없을 정도로 상처가 훼손되어 있다.

나이토의 감염 - 몸에 감염이 넓고 깊게 퍼져있다. 다리에서 비롯된 감염이라기엔 속도가 너무 빠르다.

사라진 카나리의 행방 - 카나리는 탑에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다이얼로그조차 연결되지 않았다.

오후 12시의 항생제 보급 - 나나시와 캐롤은 오후 12시에 나이토와 모리에게 항생제를 보급했다. 그러나 살인은 벌어졌다.

카나리의 목소리 - 토키와는 휴게실에서 나갈 때 카나리의 목소리를 들었다고 한다.

 

바다와 시체 사이의 거리 - 바다와 나이토의 시체 사이는 15m가 넘게 떨어져 있다. 그것을 들어서 옮기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섯 개의 단검 - 유력한 흉기 후보인  단검은 총 다섯 개다.

 

가재 괴물의 질문 소리 - 해변에 있던 이들은 가재 괴물의 질문 소리에 익숙해져. 작은 소리는 무시하게 되었다.

 

끊어진 밧줄 - 끊어진 듯한 젖은 밧줄이 해변에 묻혀 있다.

 

버려진 수레 - 모리가 사용했던 수레가 바닷속에 버려져 있다.

 

보급실에서의 순간이동 - 보급실에 갔다던 나나시는 모리의 근처로 순간이동할 수 있었다.

 

모닥불에 찾아온 누군가 - 모리의 증언에 따르면, 누군가가 모닥불로 찾아왔다가 도망갔다.

 

모리가 말하지 않은 정보 - 그녀는 말해야 마땅한 정보를 숨기고 있다.

 

카이다의 혼잣말 - "이럴 리가 없는데? 이 새ㄲ 녀석이."

 

카이다의 증언 - 그녀와 손을 잡은 누군가가 있다.

 

흉기로 쓰인 단검 - 해변에 흉기로 쓰인 듯한, 날이 상한 단검이 떨어져 있다.

 

 

 

 

 

 

2일 타워다!!!

 

빨리빨리빨리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