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186 더 단크 타워 챕터 3 - 20 "우와. 진짜 깊어진다… 그런데 왜 앞이 보이지? 진짜 침침한데. 애매하게 보여." "몰라. 동굴처럼 보이는 실내인가 보지. 애초에 영안로는 실내잖아. 나니아 연대기 비슷한 느낌으로다가 말이야…" "잡담은 그만 해라. 긴장을 늦추지 말고." "눼눼. 몇십 분째 이러고 있는 것 같은데 별일 없지만 긴장해 보죠 뭐." "근데 어디까지 가야 하는 걸까?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 게 최선이겠지만… 진짜 아무것도 안 나오넹. 심심한데… 끝말잇기 할 사람?" "그거 말고 바거수 하자. 진짜 재밌다니까." "그거 재미 없어! 이해가 안 되고 너무 어렵대도!" "재밌는 문제도 많다니까 그러네! 아. 얘 고집 진짜 세다! 야. 히무로이드! 뭔가 시간 보낼 만한 놀이 없어?" "할 일에 집중하라고 말했을 텐데." "끝말잇기 .. 2023. 5. 20. 더 단크 타워 챕터 3 - 19 나가기로 한 결정에 숭고함은 없었다. 나는 모리를 들여다본 끝에 손에 남은 '타협하지 마라' 와 카이다의 '잃어버린 것을 되찾아야 한다' 에 따르고 싶었다. 악덕을 빨아들이는 스펀지가 된 기분이었다. 히무로는 그의 카텟이 있고, 나는 나의 카가 있었다. 서로 할 일이 따로였다. 내가 영안로에서 나가면 그들도 안전할 것이라고? 그럼 그들이 영안로에서 나가면 그만 아닌가. 과제를 나에게 떠넘기지 마라. 위험을 감수하는 건 너희다. 내가 아니라… 이것은 소통의 문제인가? 나는 생각해 보았다. 마지막으로 보았을 때 히무로는 이유를 풀어 말하지도 못하면서도 캐롤 씨의 부활을 반대했다. 내가 두 번째 깨달음을 진행하는 사이 히무로는 그래야만 하는 이유를 떠올려냈을까? 나도 그 이유를 들으면, 납득하게 될까? 그것은.. 2023. 4. 19. 더 단크 타워 챕터 3 - 18 자매 라이너 마리아 릴케 보라, 그들이 똑같은 가능성을 얼마나 다른 방식으로 받아들이고 펼쳐가는가를, 그것은 마치 우리가 두 개의 똑같은 방 사이로 각각 다른 두 시간이 지나가는 것을 보는 것과 같다. 그들은 각자 서로 상대방을 받쳐준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상대방의 도움에 피곤하게 기대어 있을 뿐 ; 그리고 그들은 서로에게 도움이 될 수 없다. 그것은 피에다 피를 더하는 격이 되기 때문이다. 만약 그들이 예전처럼 서로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가로수길을 따라서 상대방에 의해 인도되거나 상대방을 인도하려고 시도한다면 ; 아, 그들의 걸음걸이는 똑같지가 않구나. 머리에서 흐른 피는 곧 멎었고, 의식도 돌아왔다. 그녀는 몸을 일으켰다. 어지러웠고 뒤통수가 지끈거렸지만 움직일 수는 있었다. 다리 밑에는 여전히 검은 .. 2023. 3. 25. 더 단크 타워 챕터 3 - 17 "이야. 축하드려요! 여전히 1등이세요. 물론 한쪽은 깨달음을 거의 끝냈고, 시련을 겪는 분들도 무섭게 뒤쫓아오겠지만… 그래도 여전히 앞서나가고 있다고요! 짜릿하지 않아요? 그렇게 남들한테 무시당하던 당신이 누구보다도 빠르게 영안로를 헤쳐나갔어요." 카나리 케이토가 미동도 하지 않자 패트리샤는 더욱 활기차게 소리쳤다. 그는 더 이상 러드가 아니라 다른 곳에 있었으나, 그는 달라진 공기를 느끼기도 어려워했다. "이제 누가 생각 없는 멍청이고 겁쟁이죠? 돈의 힘 없이도 당신은 이렇게 잘나가는데. 멋있다. 멋있어! 유후! 이제 마지막 깨달음만 마치면 나이토 유즈루 씨가 되살아나요. 자. 힘내라. 힘!" "…나이토는 이길 수 없어." 카나리는 중얼거렸다. 회중시계는 빙글빙글 째깍였다. "그러나 그전에. 깨달음을.. 2023. 2. 27. 더 단크 타워 챕터 3 - 16 한 일본인이 미국에서 납치살해를 당하였다. 살인범은 떠돌이족이었다. 그는 캠핑카를 타고 본토 전체를 순회하다시피 하며 특정한 사람들을 납치해 살해했다. 몸값은 원하지 않았다. 경찰이 이후 조사한 결과 그는 넘칠 만치 부유했다. 재산과 보석, 여러 가짜 신분을 가지고 있었고 개중에는 높은 사회적 지위를 가진 신분도 있었다. 피해자가 많았고 충분히 의심스러운 정황이 있었는데도 수사는 흐지부지되곤 하였다. 윗선에서의 조심스러운 압박이 있었고, 그가 부유했기 때문이었다. 남들의 눈에 띄지 않기 위해 캠핑족 행세를 할 뿐 그는 거의 재벌과 다름이 없었다. 그러나 실종된 자식을 찾으려는 일본인 부부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납치범을 추적하였고, 곧 그가 체포됨과 동시에 모든 덜미가 붙들리고 말았다. 그가 살해한 것으.. 2023. 2. 12. 더 단크 타워 챕터 3 - 15 "내가 무엇을 잃게 되죠?" "대부분의 미각, 쾌락, 애정, 수면의 질, 모성, 정상적인 감정의 구사, 수영 실력, 기억, 방추상회의 기능, 지능." "내가 무엇을 얻게 되죠?" "살아남을 권리." "그리고?" "힘." "그리고?" "없다." "저에게 시술을 거부할 권리는 있나요?" "있었어도 너는 거부하지 않았을 걸." 그리고 그의 말이 옳았다. 일기 이제는 혼자가 아니다. 내 곁에 항상 그녀가 있기 때문이다. 더 단크 타워 챕터 3: "나는 누구인가? 감히. 감히 내게 이런 짓을 해? 새빨개진 눈을 뜨고 토키와 아유키가 한 첫 생각은 그것이었다. 이바라 쿠리스의 행동은 전혀 그의 통제 범위 안에 있지 않았다. 왜 그에게서 소화기를 빼앗았을까? 그 말고 자신이 불을 꺼야 하는 이유라도.. 2023. 1. 31. 더 단크 타워 챕터 3 - 14 누구에게나 연락이 끊긴 사람이 있다. 전화번호를 모르고 너무 멀리 떨어졌고 너무 오래전에 있었던 일인지라 찾을 수가 없다. 대부분은 얼굴조차 희미하다. 그러나 살다가 가끔씩 그들이 떠오른다. 그때 나와 첫 키스를 나눈 그 남자애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나와 눈사람을 만든 여자애는 어디에 있을까. 취한 나를 택시에 태워 집에 보내준 그 사람은 누구일까. 그들은 영원히 찾을 수 없는 신발 속에 낀 작은 돌멩이이다. 누구에게나 그런 사람이 있다. 자신의 머리가 조금씩 분홍색으로 변하는 것에 재미를 느끼는 소년이 있었다. 선생님에게 미운살이 박혔지만 그에게는 반론이 있었다. 의사 소견서를 통해 증명된 완벽하게 자연적인 분홍색 머리카락. 결국 그들은 암말 없이 소년을 흘겨보게 되었지만 소년은 그 사실 또한 일종의.. 2023. 1. 15. 더 단크 타워 챕터 3 - 13 카나리는 길을 외우려 하였다. 그는 어떠한 지식이나 공식, 머리 아파지는 것들은 외우기 어려워하였지만 단 하나. 무언가의 조형만큼은 쉽게 외울 수 있었다. 카나리는 자신이 가는 길을 눈에 새겼다. 직진. 갈림길에서 오른쪽. 왼쪽 틈새. 직진. 벽을 타? 어? 다… 다시 왼쪽. 오른쪽. 직진… 직진…하다가… 어어… "너희 뭐야. 지금까지 이 똥통에서 뭘 했던 거야?" 카나리는 결국 포기한 채로 말했다. 어차피 그에게 실타래가 있는 이상 언제든지 영안로에서 빠져나갈 수 있었고, 일이 틀어졌을 때 돌아갈 길을 외울 필요도 없었다. 애초에 처음 보는 똥통이었다. 돌아갈 길 따위 의미가 없었다. "리베로다." 모리 레이코가 말했다. "저게 이탈리아어로 자유라는 뜻이래!" 나이토 유즈루가 덧붙였다. "리베로? 뭐.. 2023. 1. 3. 더 단크 타워 챕터 3 - 12 순례의 서 라이너 마리아 릴케 내 눈빛을 지우십시오 나는 당신을 볼 수 있습니다 내 귀를 막으십시오 나는 당신을 들을 수 있습니다 발이 없어도 당신에게 갈 수 있고 입이 없어도 당신을 부를 수 있습니다 팔이 꺾여도 나는 당신을 내 심장으로 붙잡을 것입니다 내 심장을 멈춘다면 내 뇌수가 맥박 칠 것입니다 나의 뇌수를 불태운다면 나는 당신을 피 속에 싣고 갈 것입니다 토키와 아유키는 다음 책을 찾았다. 의미 있는 글이 나올 때까지 넘겨서 시 한 구절. 꽝이었다. 다음 책을 잡고 페이지를 뒤졌다. 다음 글이 나왔다. 일기 일기였다. 또 일기였다. 이번 일기는 또 무슨 내용이지? 이 일기들은 대체 누가 쓴 거지? 토키와는 도무지 알 수 없다는 느낌을 받으며 일기를 읽었다. 죽음은 언제나 끔찍하다. 이 세상의 물.. 2022. 12. 25. 이전 1 2 3 4 5 6 7 8 ··· 2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