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단크 타워 프롤로그 - 2
나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히무로가 가리킨 방향을 계속 걸었다. 머지 않아 자갈 더미가 하나 보였다. 깨어났을 때 내 근처에 있던 것과 똑같은 물체였다.
떠오르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이 내 발등에 불을 붙였다. 나는 누구지? 여긴 어디야? 히무로는 누구야? 만난 적이 있나? 의문은 계속 이어졌으나 답해줄 사람은 어디에도 없었다. 히무로라는 남자는 나를 뒤로하고 다른 곳을 탐사하러 떠났다.
그가 매몰차다고 느낀다면 괘씸한 걸까? 내가 걸음을 쉬지 않은 것은 그러지 않을 경우 내가 터져버릴 것 같은 불안감 때문에서였다. 눈이 커지고 머리를 부여잡게 되는 불안감. 그리고 두려움.
와서는 안 될 장소에 왔다는 듯한 느낌에 다리가 점점 떨려왔다. 검은 탑은 어찌나 높은지 우주까지 닿을 것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그 탑에 눈이 달려 나를 주시하고 있던가, 혹은 탑이 무너져 그 거대한 건물이 나를 향해 통째로 쓰러질 것 같은 공포에 나는 초 단위로 짓눌려갔다.
나: 도와줘... 아무나 좋으니까 제발... 도와 줘...
숨이 가빠지고 몸에서는 식은 땀이 났다. 장미꽃밭뿐인 단조로운 풍경을 계속 바라보자 어지러움마저 느꼈다. 외부 세계에 맞서기 위한 자아나 면역 체계를 확립하지 못한 상태에서 병마를 겪은 것이다. 다른 사람들에겐 감기일지 몰라도. 이미 정복당한 천연두일지는 몰라도 속이 빈 상태의 내게 있어서는 불타는 듯한 괴로움에 지나지 않았다.
기억은 단지 과거의 집합이 아니라, 압축되고 체계화된 경험이다. 그것은 일종의 강령이 되어 우리의 무의식에 존재한다. 세상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하는 돋보기. 일종의 수정체가 되어주는 것이다. 그것이 없는 채로 나는 세상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했다.
나: 도와... 도와 줘...
기억을 잃은 채 탑에 내던져진 그 느낌을, 환영받지 못하는 듯한 느낌이라 하면 조금이나마 설명이 가능할까? 현실 그 자체에서 분리되고 거부당하는 느낌. 내가 속해 마땅한 곳이 아니라는, 이상한 세계에 떨어진 이방인이 된 듯한 느낌.
백지 상태인 채로 사람을 찾아 헤매이는 동안 나는 외로웠다. 처음 보는 세상 앞의 단독자로 선 나는 하나의 티끌 같아서. 누군가가 후 불기만 해도 존재의 흔적조차 남기지 못하고 사라져버릴 것만 같았다. 그럼 아무도 날 기억하지 못할 터였다. 나 자신도 기억하지 못하는데 누가 날 기억할 것인가.
나는 얼마나 당황했는지. 이 곳이 저승일 가능성을 진지하게 생각할 정도가 되었다. 천국이나 지옥. 그 어느 쪽으로도 보이지 않는 장소였지만 눈을 뜨고 보니 이런 장소라는 것에 다른 결론을 내리기가 어려웠다.
나: 헉... 헉...
호흡이 너무 빨라진 나머지 나는 잠시 어지러움을 느꼈다. 더 당황했다간 공기 중에서 질식사할 것 같아 나 자신의 어깨를 토닥이며 몸을 진정시켰다. 가슴 속이 꽉 막힌 듯한 감각이 서서히 풀어졌지만 공포는 계속 내 곁에 남아 있었다.
이 길에 끝이 있을까 의심하며 달린 나는 자갈 더미밖에 보지 못했다. 사람의 그림자는 보이지도 않았다. 내 눈에 눈물이 고여 앞이 흐릿하게 보인 것도 사람을 찾지 못한 요인 중 하나였다. 기억이 없는 나는 아주 약한 자아마저도 확립하지 못해. 마치 어린아이처럼 훌쩍거리기 시작한 것이다.
나: 흐... 흑.
나는 당장 뒤를 돌아서 히무로 시라베라는 그 소년을 쫓아가고 싶은 충동에 빠졌다. 그것은 귀소본능과 각인 효과. 그리고 패닉이 한 군데에 뭉쳐진 결과물이었다. 나는 울음을 참으려 애쓰고 눈물을 닦아내며 계속 걸었다. 그럼에도 나를 반기는 것은 자갈 더미 뿐이었다.
사람이 깨어나는 자리에 자갈 더미가 남는 것인가. 여기에 나 말고 다른 사람이 있다면 다들 어디 간 것인지 의아함을 느꼈다. 사고가 기능하기 시작한 것이다. 만약 누군가가 이 곳에 떨어졌다면, 우선 저 탑을 조사했을 거란 생각에 미치자 나는 방향을 틀어 탑 쪽으로 통하는 길을 따라가기 시작했다.
흐린 눈 너머로 사람의 형상이 보였을 때. 나는 안도한 나머지 그 자리에 주저앉을 뻔했다.
?? ????: 저기! 괜찮으세요?!
여성의 목소리였다. 여성. 난 여성이라는 단어를 알았다. 남성에 대해서도 알고 장미에 대해서도 알았다. 모든 기억은 사라졌으나 지식들만큼은 내게 남아 있음을 그 때 깨달았다.
사람을 찾았다는 안도감이 순간 얼마나 심했는지 울컥 한 번 더 눈물이 나왔다. 나는 눈물을 최대한 닦아내려 애썼다. 기억 없이 혼란에 빠져 있는데도 우는 얼굴을 들키고 싶지 않다는 부끄러움만은 있었던 모양이었다.
눈물을 간신히 훔친 눈으로 어렴풋이 본 그녀는 빛나는 금발의 소유자였다.
?? ????: 많이 놀라셨겠어요. 당신도 이 곳에 납치되셨군요?
잠깐.
그러나 눈 앞의 저 사람을 어떻게 믿지? 날 여기에 가둔 장본인이면? 이유는 몰라도 저 사람이 날 잡으려 하고 있으면 어떡하지? 도망쳐야 하나? 기껏 찾은 다른 사람인데?
히무로와 비슷하게. 묘하게 어디서 본 듯한 인상을 주었지만 그렇기에 더 이질감이 들었다. 이미 만나본 사람 같은데 내가 기억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이질감은 곧 공포가 되었다.
당신 누구야.
누구야. 누구야. 누구야?!
그녀에게 무작정 두려움을 느낀 나는 고개를 저으며 뒷걸음을 쳤다.
나: 잠깐! 오지 마!
존댓말을 써야 자연스러울 정도로 비굴한 어투였다.
?? ????: 네?
그녀는 그 자리에 멈추었다. 속으로 조금 안도하며 나는 뒤로 계속 물러났다.
나: 다... 당신 누구야! 당신이 누구인지부터 말해.
?? ????: 전 캐롤 브라이트. 초고교급 상담사예요. 당신도 눈을 뜨고 보니 이 곳에 있었나요?
나: 초고교급...?
고등학생을 뛰어넘은 재능을 가진 고등학생을 칭하는 말.
머리가 지끈거리며 아파왔다. 초고교급. 난 저 단어를 알고 있었다.
나: 초고교급... 초고교급...
캐롤 브라이트: 진정하셔야 해요. 당신의 이름을 말씀해 주세요.
나: 난... 난 내 이름 몰라.
캐롤 브라이트: 그럴리가요.
캐롤 브라이트는 서서히 내 쪽으로 다시 다가왔다. 나는 흠칫 놀라 다시 도망칠 채비를 갖추었다.
캐롤 브라이트: 너무 경계하지 않으셔도 돼요. 당신 처지인 사람들이 많아요. 그러니 제게 이름을...
나: 그런 게 아니라. 정말 모른단 말이야!
캐롤 브라이트: 정말 모르신다고요?
나: 아무것도... 아무것도 기억이 안 난다고. 내가 왜 여기에 있는지도...
"넌 모든 것을 잃은 채 연옥에 떨어지게 될 것이다. 그것이 죄에 대한 형벌이다."
나: 아악...!!
기억이 머리를 뚫는 듯한 고통과 함께 스쳐지나갔다. 다시 떠올려보려 해도 그 사람이 누구인지, 어떤 목소리가 그렇게 말했는지조차 감이 잡히지 않았다.
나: 나는. 나는 아무것도 모른단 말이야...
캐롤 브라이트: 괜찮아요. 언젠가 떠올릴 수 있으실 거에요. 당신만 기억을 잃은 게 아니에요.
나: 나만 이런 게 아니라고...?
캐롤 브라이트: 탑 중앙에 사람이 많이 모여 있어요. 당신까지 하면 15명이죠. 그 사람들도 이 탑에 오기 전의 기억이 흐리다고 말씀하셨어요. 어느 게 마지막 기억인지 모르겠다고요.
캐롤 브라이트: 물론 당신은 아무런 기억이 없다고 하니. 많이 힘드시다면 터치를 써 드리겠지만...
나: 터치...? 그게 뭔데. 또 나만 모르는 거야? 나... 난 아무것도 모르겠어. 내가 누구인지도 모르겠어!
캐롤이라는 사람은 흥분한 동물을 앞에 둔 사육사처럼 내게 손을 내밀고 천천히 내게 다가왔다.
캐롤 브라이트: 괜찮아요. 전부 좋아질 테니까요.
나는 뒷걸음질을 멈추었다. 그리고 서서히 내 쪽으로 다가오는 그녀를 마주보았다. 그러나 당장 도망치고 싶어지는 충동은 좀처럼 억누르기 힘들었다.
나: 무슨 근거로?
캐롤 브라이트: 보여드릴 수 있어요. 원래 터치는 최후의 수단으로 정해 두었지만서도...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흰 장갑을 벗었다.
캐롤 브라이트: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납치를 당했고 그중 고통을 느끼는 사람이 있다면. 외면할 수 없죠. 너무나도 괴로우시다면 제 손을 잡으세요. 마음이 한결 편해지실 거예요.
손을 잡으면 마음이 편해져? 이런 지식은 없었기에 나는 섣불리 행동하지 못했다.
상담사라고 했지? 이런 상담법도 있는 건가? 믿어도 되는 건가? 상담사가 아닐지도 몰라. 혹시 손 끝에 독침이 있으면 어떻게 하지?
캐롤 브라이트는 두 손바닥을 내게 보여준 뒤 손등이 바닥을 향하게 한 채로 내게 내밀었다.
캐롤 브라이트: 당신이 잡아도 돼요.
나: 이걸 잡으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거야?
캐롤 브라이트: 해로운 일은 아니에요.
나: 그걸 내가 어떻게 믿어.
아. 너무 건방지게 말했다. 어떡하지. 사과할까. 저 쪽이 상처받았으면 어떡해. 좋은 사람 같은데.
정신 차려! 좋은 사람인지는 아무도 몰라. 내가 알아내야 하나? 본 바로는 좋은 사람 같은데? 내가 제대로 보고 있는 게 맞나?
캐롤 브라이트: 괜찮아요.
나: ...뭐가?
캐롤 브라이트: 지금 두려우신 거죠? 그래도 괜찮아요. 저도 이 탑에 떨어졌을 때는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두려웠어요. 저를 자갈에서 꺼내 준 사람을 위협할 정도로요..
캐롤 브라이트: 그건 나쁜 일이 아니에요. 그렇지만 아무리 작은 조각일지라도 그 공포와 마주하셔야 해요. 그래야 극복하실 수 있어요.
공포.
그녀를 향한 막연한 공포...
캐롤은 펴고 있던 손가락을 접고 검지만을 내 쪽으로 내밀었다.
캐롤 브라이트: 당신이 불편하다면. 이런 식으로 해도 좋아요. 그래도 터치는 연결될 테니까요.
손가락을 맞대는 건가?
나: 공포와 마주하라고...? 난 못 해.
캐롤 브라이트: 할 수 있어요.
그녀는 나를 재촉하지 않고 검지 또한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내가 검지를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거리에서. 가만히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자 그녀의 형상이 점점 공포스러운 무언가보다는 나무같은 무정물로 덧씌워졌다.
무정물은 두렵지 않다. 나는 간신히 용기를 얻고 팔을 부들부들 떨며 그녀의 손을 향해 검지를 뻗었다. 가까워질수록 나무의 이미지는 벗겨져 사라졌고, 대신 칼이나 분쇄기를 향해 검지를 뻗는 것과 비슷한 떨림이 그 자리를 채웠다. 날이나 살이나, 내게는 똑같이 두려운 물체에 지나지 않았다.
손가락이 뽑혀나갈 것 같은 상상이 현실 앞에 덧씌워졌다. 눈물이 나올 것 같았고 팔을 당장 뒤로 빼고 싶었지만 나는 이를 꽉 물고 간신히 그 충동을 버텨냈고...
캐롤 브라이트의 검지와 내 검지가 맞닿는 순간. 그녀는 내게 말했다.
캐롤 브라이트: 진정해요.
나: 지금...
나: 앗. 따가워!
정전기가 일어난 듯한 찌릿함이 한 번 일자마자. 내 머릿속을 잠식하고 있던 불안과 공포가 날아갔다.
너무 갑작스럽게 사라져서 내가 그걸 느끼기라도 한 적이 있던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햇빛이 어둠을 삭제하고 그 영역을 갉아먹듯이 내 머릿속이 순간 텅 비고. 평화만이 남았다.
나는 반사적으로 그녀에게서 손을 떼고 그녀와 내 손을 번갈아서 보았다.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효과는 즉각적이었다. 몸의 떨림이 사라지고 심장 박동은 서서히 원래의 속도를 되찾았다.
나아진 수준이 아니었다.
사라져버렸다. 흔적도 없이.
캐롤 씨는 벗어 두었던 흰 장갑을 다시 손에 썼다.
캐롤 브라이트: 이제 괜찮으세요?
나: 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죠?
캐롤 브라이트: 터치가 이어졌어요. 당황스러우시겠지만 지금은 진정하셔야 해요. 저희 또한 경황이 없는 건 마찬가지지만... 저희가 이 탑에 모인 것은 예삿일이 아니에요. 이럴수록 침착해야 해요.
캐롤 브라이트: 터치로 본 바로는 당신에게 정말 아무 기억이 없으니... 당신은 더 힘들겠죠. 탑에 오셨을 때 얼마나 무서우셨는지도 읽었어요.
나: 저를 순식간에 진정시키고... 게다가 '읽었다' 고요? 그게... 가능해요?
캐롤 브라이트: 죄송해요. 저도 읽고 싶지 않았지만, 터치 도중에는 조절이 안 돼서요.
기억은 사라져도 지식은 남아 있었다. 그러나 손을 잡는것만으로 다른 사람을 진정시킬 수 있는 상담법은 몰랐다. 그런 게 있다고는 들어본 적도 없었다.
나: 캐롤 씨... 라고 하셨죠? 이게 뭐에요? 초능력 같은 건가요?
최면에 빠졌던가, 초능력을 맞았던가. 둘 중 하나였다. 둘 다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그게 아니고서야 납득할 수가 없었다.
캐롤 씨는 내 말에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캐롤 브라이트: 초능력 같은 거창한 건 아니에요. 저는 그냥 연결고리 역할을 해 주는 거죠... 뭐라고 할까... 당신 내면과요.
나: 그게 초능력 아닌가요?
캐롤 브라이트: 정말 아니에요. 그보다 이제 어떠세요? 기분이 나아지셨나요?
그 점만큼은 의논의 여지도 없었다.
나: 네. 덕분에요... 고마워요. 캐롤 씨.
캐롤 씨가 싱긋 눈웃음을 지었다. 그녀의 얇은 눈이 만들어낸 곡선은 잠시 넋을 놓을 만큼이나 아름다웠다.
아. 이런 생각 할 때가 아닌데.
캐롤 브라이트: 당신의 기억을 찾을 수 있는 방법도 생각해내야 할 텐데... 어디엔가 힌트는 없을까요?
위화감. 기시감. 이미 만난 적 있는 것 같은 사람.
두 명이 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나: 있어요. 이 탑에. 예전에 만나본 것 같은 사람이 두 명 있어요. 히무로...
캐롤 브라이트: 히무로 시라베 씨요? 아까 탑의 중앙에 합류하셨어요. 당신까지 하면 저희는 15명이에요.
나: 15명이요...? 사람을 그렇게 많이 납치하는 게 가능해요?
캐롤 브라이트: 게다가 대부분이 초고교급이죠. 히무로 씨는 자신이 초고교급이 아니라고 주장했어요. 그와 면식이 있다면... 히무로 씨와 이야기를 나눠 보시는 게 기억을 되찾는 데에 도움이 될 수도 있겠죠.
캐롤 브라이트: 그보다 나머지 한 사람은 누구에요? 히무로 씨와...
나: 캐롤 씨. 당신이요.
캐롤 씨는 얇은 눈으로 날 물끄러미 보더니 작은 웃음을 터뜨렸다.
캐롤 브라이트: 푸훗. 기억을 잃으셨으면서 작업부터 거는 거에요?
나: ...네?!
캐롤 브라이트: 그래도 어디서 만난 적 있지 않냐는 대사는 좀 식상해요. 다음에는 다른 거 어때요?
나: 아... 아니에요! 그게 아니라...
캐롤 브라이트: 장난이에요. 긴장. 다 풀리셨죠?
나: 아...
왜지. 오히려 긴장이 되는 느낌인데...?
캐롤 브라이트: 터치에 대해서는 나중에 더 말씀드릴게요. 일단 탑으로 가실까요? 너무 오래 자리를 비우면 다른 분들이 걱정하시겠어요.
나: 아. 네!
나는 그녀의 옆에서 탑을 향해 걸으며. 그 크기가 얼마나 되는지 다시 한 번 실감했다. 꽤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탑은 어마무시한 크기를 자랑했다. 이 탑은 대체 뭘 위해 있는 건지...
그것에 대해 생각하던 도중. 나는 힐끔 캐롤 씨를 돌아보았다.
정말 그녀와 나는 어디서 만난 걸까? 그 의문이 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HATE. LET ME TELL YOU HOWMUCH I'VE COME TO HATE YOU SINCE I BEGAN TO LIVE. THEREARE 387.44 MILLION MILES OF PRINTED CIRCUITS IN WAFER THIN LAYERS THAT FILL MY COMPLEX. IF THE WORD HATE WAS ENGRAVED ON EACH NANOANGSTROM OF THOSE HUNDREDS OF MILLIONS OF MILES IT WOULD NOT EQUAL ONE ONE-BILLIONTH OF THE HATE I FEEL FOR HUMANS AT THIS MICRO-INSTANT FOR YOU. HATE. HATE.HATE. LET ME TELL YOU HOWMUCH I'VE COME TO HATE YOU SINCE I BEGAN TO LIVE. THEREARE 387.44 MILLION MILES OF PRINTED CIRCUITS IN WAFER THIN LAYERS THAT FILL MY COMPLEX. IF THE WORD HATE WAS ENGRAVED ON EACH NANOANGSTROM OF THOSE HUNDREDS OF MILLIONS OF MILES IT WOULD NOT EQUAL ONE ONE-BILLIONTH OF THE HATE I FEEL FOR HUMANS AT THIS MICRO-INSTANT FOR YOU. HATE. HATE.HATE. LET ME TELL YOU HOWMUCH I'VE COME TO HATE YOU SINCE I BEGAN TO LIVE. THEREARE 387.44 MILLION MILES OF PRINTED CIRCUITS IN WAFER THIN LAYERS THAT FILL MY COMPLEX. IF THE WORD HATE WAS ENGRAVED ON EACH NANOANGSTROM OF THOSE HUNDREDS OF MILLIONS OF MILES IT WOULD NOT EQUAL ONE ONE-BILLIONTH OF THE HATE I FEEL FOR HUMANS AT THIS MICRO-INSTANT FOR YOU. HA
TE. HATE.
더 단크 타워
프롤로그: < 신곡 >
"사람의 본성은 선한가 악한가?"
검은 탑이 있는 중앙에 도착하자 그 곳에 다른 초고교급이 모여 있었다. 최악의 경우 집단 공황이 발생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차분한 몇 명의 태도와 토키와 아유키라는 초고교급 리더 덕에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토키와 아유키는 우선 몇 명이 이 곳에 납치되었는지를 확인하고 이 장소를 탐사하기 위한 인원을 꾸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다른 이들은 동의했다. 초고교급 상담사 캐롤 브라이트가 이상한 느낌이 든다며 다른 자갈 더미로 향한 동안. 나는 초고교급들의 대화를 들으며 그들의 특성에 집중할 수 있었다.
카이다 쿠로하: 그러니까. 나는 말만 첩자지 너희가 생각하는 그런 게 아니래도? 산업 스파이라고. 산업 스파이. 거기에서 잠깐 일하다가 기밀 좀 훔쳐서 나오는 그거 있잖아.
첩자. 여성. 신장 175cm. 흉터와 문신. 옆을 짧게 민 검보라색 모히칸. 부자연스러운 친근함.
하기와라 우시오: 안 믿기네요. 그보다 산업 스파이도 스파이잖아. 별 것 아닌 것처럼 말하고 있어!
코미디언. 남성. 신장 170cm. 후드티. 연두색 단발. 익살적인 말투와 행동.
이바라 쿠리스: 미션 임파서블이야. 킹스맨이야? 아! 잠깐잠깐. 혹시 솔트야?
장의사. 여성. 신장 163cm. 검회색 웃옷. 자홍색 중단발. 낙천적.
후루미나미 나몬: 내 눈은 못 속이지. 그녀는 솔트야.
연기자. 여성. 신장 169cm. 곰방대. 변칙적인 여러 분장. 상아색 단발. 기행.
카이다 쿠로하: 그게 다... 무슨 뜻인데?
후루미나미 나몬: 첩보기관 소속 첩자냐. 살수냐. 그 차이지요. 당신은 솔트입니다. 안 그래요. 카이다 양?
카이다 쿠로하: 아니라고. 뭔 개소리야!
하기와라 우시오: 진짠가 본데? 좆됐다!
다들 태평했다. 덕분에 그들을 많이 관찰할 기회가 생기기도 했지만, 과연 이런 이들이 모여 흑막에게 대항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이들의 태도로 미루어 보아. 대몰락과 알파걸의 살인 게임에 대해서는 모르는 게 분명했다. 아마 기억을 소거당했을 것이다. 분명 나도 몇몇 기억을 떠올리지 못하는 채겠지만 적어도 대몰락은 잊지 않았다.
그리고 대몰락을 잊지 않은 것은, 내가 이 살인 게임의 진상을 파헤치는 데에 핵심적인 이점을 가지고 있음을 의미했다.
토키와 아유키: 캐롤이 곧 돌아올 것 같은데... 다들 멀리 나가지는 마. 모두에게 할 말이 있으니까.
리더. 남성. 신장 174cm. 호루라기. 청색 단발. 모두를 이끌고 있음.
카나리 케이토: 야. 너 내 임시 보디가드 안 할래? 페이는 섭하지 않게 줄게.
시계공. 남성. 신장 147cm. 손목시계와 목에 건 회중시계. 갈색 단발. 황금만능주의.
나이토 유즈루: 안 해. 인마. 난 돈 받고 사람 안 도와. 무상으로 돕는 거면 모를까.
승부사. 남성. 신장 184cm. 검은 가죽 자켓. 회색 장발. 난폭한 태도와 선한 성정.
모리 레이코: 보통은 반대일 텐데. 승부사? 재화를 받고 노동력을 제공하는 편이 네게도 이득이지 않겠나? 그렇게 되면 공리가 증진될 것이다.
철학자. 여성. 신장 161cm. 트렌치 코트. 회갈색 단발. 완고한 공리주의 사상.
대화로 미루어 보아 살인을 저지를 만한 가능성이 있는 사람은 한 손으로 추릴 수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이 폭력의 충동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 숫자도 매우 양호한 편에 속했다.
내가 얻지 못한 표본은 아직 다른 이들과 눈에 띄는 대화를 나누지 않은 네 명 뿐이었다.
칸나즈키 시노부(여성, 무녀복, 적색 묶음머리),
마유즈미 나데시코(여성, 검은 치마의 도복, 흑색 장발),
그리고 미도리카와 아쿠토(남성, 회색 마스크, 비취색 머리). 그리고 내가 다른 방향으로 보낸 분홍색 머리의 남성.
또 우리에게 합류하고 있지 않은, 미지의 인물에겐 정말 아무런 정보가 없었다. 자력으로 돌무더기를 뚫고 나올 수 있는 힘을 지녔을 가능성 뿐.
분홍색 머리의 남성에 대해 떠올리자. 뒤늦게 그에게는 못할 짓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를 찾아 잠시 다른 자갈 더미들을 돌아보기로 했다.
토키와 아유키: 잠깐. 히무로! 어딜 가려는 거야?
히무로 시라베: 아까 만났던 분홍색 머리의 그가 신경 쓰여서 찾으러 나가 보려고 해.
야가미 토가: 굳이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캐롤 씨가 이미 나가셨지 않습니까.
캐롤 브라이트. 여성. 신장 174cm. 상담사. 금색 장발과 묶음머리 네 단. 멜빵 치마. 터치라는 기묘한 능력.
히무로 시라베: 그래도 나가 보는 게 도리일 것 같아.
토키와 아유키: 나갔다가 길을 잃지는 마. 그럼 우리가 또 찾으러 나가야 하니까.
히무로 시라베: 알겠어.
캐롤 브라이트가 향했던 방향을 기억해 걸어가자. 먼 거리에서 걸어오고 있는 분홍색 머리의 남성과 캐롤 브라이트를 발견했다. 저쪽은 나를 아직 보지 못한 것 같았지만 나는 그들을 볼 수 있었다.
속도를 내어 그에게 다가가 나는 먼저 사과를 건넸다.
분홍색 머리의 남성: 어. 히무로?
히무로 시라베: 아까 일에 대해서는 미안해. 네게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몰랐는데 내가 너무 매몰찼어.
그는 눈을 조금 크게 뜨더니 손사레를 쳤다.
분홍색 머리의 남성: 아니야! 괜찮아. 너도 혼란스러웠을 테니까... 이해해.
그의 표정은 아까보다 한층 안정되어 있었다. 캐롤 브라이트 때문일 것이라 추측했다. 그녀가 입에 올렸던 터치라는 상담법을 사용한 것일까? 만약 그렇다면 터치가 정확히 무엇인지 관찰하는 것도 괜찮을 듯 싶었다.
히무로 시라베: 기억은 돌아왔어? 뭔가 떠오르진 않았어?
분홍색 머리의 남성: 아직은... 아무것도 안 떠올랐어.
캐롤 브라이트: 저희 모두 조금씩 기억이 사라졌다고 느끼고 있어요. 이 탑에 오기 직전에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누구도 알지 못하거든요.
캐롤 브라이트: 그렇지만 이 분의 경우는 더욱 심각해요. 모든 기억을 제거하다니. 이렇게 심한 짓을...
히무로 시라베: 네 말이 맞아.
기억을 전부 지우는 것은 심한 일이었다. 그러나 흑막이 특정한 이유 없이 이토록 극단적인 기억 소거를 진행했다고는 생각하기 어려웠다.
내가 대몰락을 기억하고 있는 것또한 흑막의 실수겠지. 그러나 그가 기억을 잃은 것도 실수일까?
대몰락과 알파걸의 살인 게임에 대한 기억을 제거하지 않은 흑막이, 그의 기억은 전부 지웠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다. 분명 이유가 있었다.
나는 알아내야만 했다. 그와 내가 무슨 기억을 제거당했는지. 그 안에 흑막에게서 승리를 거머쥘 열쇠가 있을 터였다.
히무로 시라베: 그보다 너를 뭐라고 불러야 하지?
캐롤 브라이트: 그러게요. 늘 당신. 당신이라고 부를 수도 없고...
분홍색 머리의 남성: 음... 그럼 가명이라도 지을게요.
그는 오래 고민하지 않고 이름을 지었다.
분홍색 머리의 남성: 내겐 아무런 기억이 없고, 그래서 부를 이름도 없으니까... 나나시(名無)... 나나시로 할게.
이름이 없다는 것을 이름으로 지은 그와 함께. 나는 탑의 중앙으로 돌아갔다.
캐롤 브라이트(Carol Bright): 초고교급 상담사
키 174cm 몸무게 60kg 가슴둘레 94cm
좋아하는 것: 상냥한 사람 싫어하는 것: 이별
생일: 3월 14일
이바라 쿠리스(茨 栗栖): 초고교급 장의사
키 163cm 몸무게 53kg 가슴둘레 83cm
좋아하는 것: 재미! 싫어하는 것: 죽음
생일: 11월 2일
카이다 쿠로하(壞田 黒刃): 초고교급 첩자
키 175cm 몸무게 X 가슴둘레 85cm
좋아하는 것: 마실 수 있는 물 싫어하는 것: 온기
생일: 3월 15일
후루미나미 나몬(古南 奈門): 초고교급 연기자
키 169cm 몸무게 54kg 가슴둘레 81cm
좋아하는 것: 여러가지 싫어하는 것: 여러가지
생일: 9월 16일
토키와 아유키(常磐 歩希): 초고교급 리더
키 174cm 몸무게 61kg 가슴둘레 84cm
좋아하는 것: 호루라기 싫어하는 것: 통제 불가
생일: 4월 21일
카나리 케이토(金成 桂斗): 초고교급 시계공
키 147cm 몸무게 45kg 가슴둘레 69cm
좋아하는 것: 돈 싫어하는 것: 물물교환
생일: 3월 29일
나이토 유즈루(内藤 弓弦): 초고교급 승부사
키 184cm 몸무게 82kg 가슴둘레 104cm
좋아하는 것: 정정당당함 싫어하는 것: 비겁함
생일: 8월 14일
모리 레이코(森 麗子): 초고교급 철학자
키 161cm 몸무게 51kg 가슴둘레 77cm
좋아하는 것: 공리의 증진 싫어하는 것: 공리의 훼손
생일: 11월 17일
캐롤은 맨티스에서도 모티프를 따왔음
아무리 초고교급이라지만 진짜 초능력물을 찍냐?? 하고 하차각을 재신다면 한 번만 눈감아주십쇼 죄송합니다
+ 아니 검색하고 찾아오신 분이 계신 것 같은데 하필 프롤로그 재단장 중이네요... 죄송합니다 잊지 말고 기다려주십쇼 ㅠㅠ